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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씨가실(薛氏嘉實)의 합경기연(合鏡奇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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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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薛氏嘉實[설씨가실]의 合鏡奇緣[합경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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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라에서는 薛氏女[설씨녀]와 嘉實[가실]의 의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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薛氏[설씨] 색시는 栗里[율리] 民家[민가]의 딸이었다. 비록 門地[문지]가 낮고 떨거지도 없는 寒微[한미]한 사람일 법해도, 顔色[안색]이 단정하고 행실은 더욱 깔끔하여, 보는 이가 탐내지 않는 이 없으되 감히 건드리지를 못하였다. 眞平王[진평왕] 시절에 그 부친이 연로한 터에 正谷[정곡]이라는 곳으로 국경 수비에 應召[응소]할 番[번]차례를 당하니, 색시가 衰病[쇠병]한 부친을 멀리 보내고 차마 따로 떨어질 수 없고, 그렇다고 여자의 몸이 따라가는 수도 없어서, 日子[일자]가 임박하는 대로 마음만 점점 초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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沙梁部[사양부] 소년에 嘉實[가실]이라는 자가 비록 억결 구차하여도 뜻만은 꼿꼿 단단한 남자로서, 마음에 깊이 薛氏[설씨] 색시를 흠모하되 감히 입을 떼지 못하더니, 薛氏[설씨]가 부친의 늙게 應召[응소]하는 일로 근심함을 듣고 설씨에게 와서 청하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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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변치 못하되 의기만은 남에게 지지 않는 줄 스스로 믿소, 늙은 어른이 從軍[종군]하시단 말이 될 말이오, 부족한 대로 내가 갔다 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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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 설씨가 크게 기뻐하여 부친에게 고하매, 부친이 嘉實[가실]을 불러 들여서 보아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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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대신하여 어려운 걸음을 하여 준다 하니, 이런 고마운 일이 또 어디 있겠소, 다른 것으로 갚을 것이 없거니와, 내 미거한 딸을 더럽게 생각하지 아니한다면, 그 자식이나 데려다가 일생의 짝을 삼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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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가실이 절하고 치사하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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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히나 좋소리까 평생의 소원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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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가실이 물러나와서 결혼할 기일을 정하자 한대 설씨가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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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은 인륜 대사거늘 어떻게 창졸간 얼쯤얼쯤 하겠소, 내가 이미 마음으로써 허락한 바에는 죽을지언정 요개가 없을 것이니, 이번에는 당신이 그냥 應召[응소]하여 가셨다가, 교대하여 돌아오신 후에 擇日城體[택일성체]를 해도 늦을 것 있으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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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얼른 어루쇠(銅镜[동경])를 집어다가 半[반]에 내어서 한 쪽씩 나누어 가지며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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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信物[신물]로 하여 후일에 맞춰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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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가실에게 一馬[일마]가 있더니 설씨에게 일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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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천하의 良馬[양마]인데, 내가 보병으로 나가매 데리고 갈 수 없고 또 길러줄 이도 없으니, 당신이 맡아서 좋도록 거느려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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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섭섭한 작별을 하고 갈 곳으로 갔다. 마침 나라에 사고가 있어서 교대할 겨를이 없이 어언간 七[칠] 년을 경과하니, 부친이 딸더러 일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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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에 三[삼]년 기한을 하여 시방 두 三[삼]년이 되었으니, 그만 다른 데로 시집감이 옳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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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씨가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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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부모를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가실로 더불어 참답게 언약을 하고, 가실은 그 말을 믿고 멀고 위태한 길을 떠나가서 여러 해 동안 기한 신고를 겪으며 또 국경의 제 一[일]선에서 나라를 위하여 생명을 내어놓고 忠勇[충용]을 나타내고 있거늘, 어찌 다만 기한이 지난 탓으로써 언약을 배반한다는 말씀이오, 저는 그리하지 못하겠으니 아버지께서도 인정에 어기는 말씀을 다시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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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그러나 부친은 老病[노병]이 날로 심하고, 또 그 딸이 과년한 채 몸붙일 데 정하지 못함을 딱하게 알아서, 억지로 시집보내려 하여, 몰래 동리 사람에게 혼약을 정하고 날까지 받아서 그 사람을 데려오니, 설씨가 굳이 거절하고 가만히 도망하기를 꾀하나 틈을 타지 못하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서 외양간에 이르러 가실의 두고 간 말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치쉬고 내리쉬었다. 한참 이리하는 참에 겨우 교대를 얻은 가실이 가쁜 몸을 질질 끌고 홀연 등장하여 왔다. 그러나 고생에 쪼들려서 살이 말라서 뼈만 걸리고, 게다가 옷 주제가 비렁뱅이보다 더 심하니, 집안 사람들이 몰라보고 딴 사람 이라고 하거늘, 가실이 새 기운을 내어 衆人[중인]의 면전에 나서서 목숨보다 소중히 지녀 오는 破鏡[파경] 一片[일편]을 내어던지매, 설씨가 이것을 집어 보고 참아 오던 눈물이 그만 쏟아지며 부친과 家人[가인]들도 감동하고 기뻐하여, 그 자리에서 다른 날을 정하여 혼례를 이루고 평생을 잘 해로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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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야기입니다. 활동사진이라도 박아보고 싶은 사설의 진행이 아닙니까. 거울을 탁 두 조각에 내어서 信物[신물]을 삼고 이것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만사를 해결하는 점은 破鏡[파경]의 複合[복합]이란 있을 수 없다 하는 종래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에,〈西廂記[서상기]〉에 있는 玉指環[옥지환] 一段[일단]보다도 진실로 묘미가 무궁합니다. 반도에서 한참 삼국의 爭覇戰[쟁패전]이 심각하게 진행할 때에 특히 신라와 같이 후진 小國[소국]으로서 기어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고 말겠다는 불 같은 정열을 품은 국민의 사이에는, 국경 防護陣[방호진]을 에둘러서 별별 소설적 사실이 많았을 것은 물론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 설씨 가실의 合鏡奇緣[합경기연]은 아마 그 중에서도 가장 기이한 一件[일건] 으로, 마침내 稗官[패관]의 筆頭[필두]에 오르기까지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골자가 아무리 사실일지라도 그 표현의 소설적임도 또한 사실이겠지요.
【원문】설씨가실(薛氏嘉實)의 합경기연(合鏡奇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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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