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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仙境)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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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1
仙境[선경] 이야기
 
2
仙官[선관]이 童子[동자]를 명하여 술을 내어오라 하여, 一杯[일배]를 권하니, 監司[감사]가 받아 먹은 후 문득 생각하고 가로되
 
3
「우리 우연히 만나서 情談[정담]을 하는 동안에 해가 한나절이 지났으니, 官下人[관하인]들이 기다리는 터이라 그만 하직하노라」
 
4
하고, 피차 悽然[처연]히 작별하는데, 두어 걸음에 仙官[선관]의 간 곳이 없으므로 監司[감사]가 신기히 여겨 자주 돌아보며 山下[산하]로 내려와서 하인들 기다리게 한 숯막을 찾아가니, 하인이고 무엇이고가 죄다 없고, 다만 한 백발노인이 앉아서 자리를 매거늘, 監司[감사]가 괴이하게 짐작하여 노옹더러 묻기를
 
5
「아까 平安監司[평안감사] 모시고 가던 하인들이 다 어디를 갔나요」
 
6
한대, 노인이 감사를 자주 훑어보면서 하는 말이
 
7
「내가 날마다 심심하여 여기서 자리 매기로 消日[소일]을 하기로 이 좌를 떠난 일이 없거늘, 官行[관행]이 있었으면 내가 모를 리 있으리요. 실없는 말 묻지 말라」
 
8
하거늘, 監司[감사]가 듣고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하다가, 혹 나를 속이는가 하여 또 묻기를
 
9
「그 官行[관행]이 監司[감사] 오는 것이 지체되므로 기다리다 못하여 어느 정자 나무 밑 같은 데 가서 낮잠이나 자는 것 아닌가요」
 
10
그 노옹이
 
11
「에이 여보, 바람맞은 소리 마오. 이 길가에 생긴 일치고 나 모를 일이 없어. 내가 어려서 들으니, 八○[팔공]년 전에 平安監司[평안감사]가 부임하러 내려가다가 이 뒷산에 올라가 잠깐 구경하고 오마 하고 官下人[관하인]을 여기에 기다리게 하고 가서는 종일 소식이 없으므로, 이튿날 모두 그 산으로 올라가서 굽이굽이 찾았으되 아무 종적이 없어서, 그냥 내려와 一○[일공]일까지 기다리다가 마침내 아무 단서를 잡지 못하고, 一邑[일읍]이 괴이히 여겨 이 연유로 조정에 上達[상달]하여, 監司[감사]를 새로 내려보내신 일은 있었다 합니다마는, 아까란 말은 아마도 성치 못한 사람의 말인 성 싶소」
 
12
하는지라, 監司[감사]가 이 말을 듣고는 어린 듯이 다시 말을 못 하고 밖에 나와 생각하니, 저 노인의 말이 옛날 이야기 같으면 나도 들었을 듯하되, 말로나 글로나 전함이 없고, 나의 일을 헤아리면 아침에 한 일을 八○[팔공]년전이라하니, 이런 허황할 데가 어디 있는가. 꿈인가 생신가 山魅(산매)에게 홀렸는가.
 
13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혼자서 한참을 방황 주저하다가, 생각다 못하여 발길을 돌려서 서울로 올라와 본집으로 찾아오니, 집은 여전하나 출입하는 노복이 다 生面[생면]이요, 한 사람 알은 체하는 이도 없으매, 바로 사랑으로 들어간즉, 광경이 온통 다르고 한 노인이 단정히 앉았거늘, 들어가 묻기를,
 
14
「이 집이 내 집이거늘 노인은 누구길래 주인 없는 틈에 대신 차지하고 들어앉았나요」
 
15
한대, 그 노인이 기가 막혀서 어디서 광인이 와서 괴이한 말을 한다 하고 하인을 호령하여 잡아들이라고 하는지라 監司[감사]가 무료히 앉았다가, 다시 애걸하기를
 
16
「나는 과연 이 집 주인으로 수일 전에 平安監司[평안감사]를 하여 내려가다가 중로에서 半日[반일] 지체한 탓으로 到任[도임]도 못하고 집이라고 찾아온즉 이 모양으로 換局[환국]이 되었으니, 곡절이나 좀 압시다」
 
17
한대, 老人[노인]이 이 말을 듣고 의아하여 怒[노]를 그치고, 다시 보다가 溫言[온언]으로 묻기를
 
18
「平安監司[평안감사] 를 하셨으면 왜 到任[도임]을 못 하셨으며 설사 도로 돌아오시기로 행색이 왜 저리 草草[초초]하시단 말이오」
 
19
監司[감사]가 그동안 지낸 일을 낱낱이 이른대, 그 노인이 말을 듣고 눈물을 지으면서 하는 말이
 
20
「그러면 그때 자제가 있으셨던가요」
 
21
監司[감사] 가로되
 
22
「내가 늦게야 세 살 먹은 아들을 두고 內行[내행] 내려올 때에 같이 오게 하였으니 그 아이를 보면 알겠소이다」
 
23
「아이 생일이 언제던가요」
 
24
「예, 모년 모월 모일 모시인데, 내가 그 아이 생년월일을 기록하여 모친에게 맡길 적에, 먹 묻은 붓이 떨어져 큰 점이 있으니 표적을 삼을 수 있소이다」
 
25
그제야 노인이 저의 부친임을 알고, 급히 일어나 울며 절하며, 몰라서 不恭[불공]히 한 죄를 청하여 顚之倒之[전지도지]하여 집안을 揮動[휘동]하여, 돌아가신 줄 알았던 어른이 살아 오신 경사를 떠들고, 八○[팔공]노인 아들과 四○丈夫[사공장부] 아비의 반기며 서러워하는 광경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며 인하여 중로에서 친우를 만나 산중으로 가서 잠시 叙情[서정]한 것이 의외에 인간 八○[팔공]년을 지낸 곡절을 말씀하고, 그 동안 나라에 貽憂(이우)한 죄를 청하는 의미의 상소를 하였더니, 나라에서도 신선을 만나 불로초 먹고 집에 돌아와서 젊은 父祖[부조]가 늙은 자손을 대하게 된 기이한 일을 찬탄하시고, 죄는 덮고 도로 벼슬을 시키시고, 이 사람이 국사를 맡아 가던 몸으로 중로에서 간 곳을 감추었다는 탓으로 온 집안이 다 廢族[폐족]이 되다시피 했던 것도 풀어주셔서, 온 세상이 千古[천고]의 기이한 일을 일컬었다.
 
26
하는 것은 예부터 널리 알려진 조선에 있는 仙境[선경] 이야기의 하나입니다.
【원문】선경(仙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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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