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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 바이칼호를 지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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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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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바이칼호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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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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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시베리아선을 지나던 차는 일크츠크시를 뒤로 두고 얼마 지나더니, 마침내 바이칼 호수를 옆에끼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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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바이칼! 하고 나는 불러 보았죠.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던 곳입니까? 호수는 하늘과 같이 맑아 수면에는 창공이 가로 비치고, 거기는 구름이 둥실둥실 몇 조각 떠 다닙니다. 호반에는 몇 천년을 묵었는지 썩 오랜 삼(杉)나무와 기타 잡목들이 널려있고, 틈틈이 가을 초화가 빨갛게 피어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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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묵은 杉[삼]나무가 물속에 가로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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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이불삼고 깊은꿈에 잠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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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花[초화]가 홀로핀들 그를 보아 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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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해 황혼밑에 그 물결 붉게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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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사슴때가 줄지어 달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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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로 반기는듯 은파도 더욱 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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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수운 시를 지어 보았읍니다. 사람들은 모두 창을 열고 바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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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부릅니다. 누구나 이 시베리아 명승을 보고 찬미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리까? 지금까지 단조롭고 풍경에 실증을 느낀 여객들은 굴곡과 곡선으로 둘린 풍경에 마음이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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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저는 이렇게 차를 타고, 우랄산을 넘고, 모스크바를 지나고, 베를린을 거치고, 파리를 지나며 자꾸자꾸 가렵니다. 어디던지 자꾸만 간다는 것이 까닭없이 좋습니다. 저는 하늘위에 한 마리 붕새 입니다. 한껏 가고 싶어요. 이것으로 저는 행복과 즐거움을 느낌니다. 내내 안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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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林順基[임순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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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시베리아 바이칼호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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