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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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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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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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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에 온 후 다음날 입니다. 맑아야 할 오늘은 왠일인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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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하늘은 수심(愁心)에 젖어 그 눈에서는 방울방울 눈물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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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S寺[사] ── S寺[사] 한폭을 뒤덮은 만수장림(萬樹長林) ── 비 안개에 싸이고 벽류(碧流)에 흔들리며 머리 숙이고, 팔 느리고 눈물 지우는 그 광경! 아, 그는 내 대신 슬퍼하고 우는것이 아닐까요. 님이 그리운 이날 ── 당신이 있어야하고, 오늘 ─ 이 밤도 비가되어 하늘밑에 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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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당신은 무엇을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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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닭고기를 먹고 포도주를 마시며 당신을 생각 했지요. 그리고 조반을 마치고 느렸던 발 을 헤치니, 아, 왠일입니까? 파랑새 한 마리가 창옆 소나무에서 아름답게 울고 있구려. 아, 님의 혼이 새가되어 내 창옆에 우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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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되어 당신 창에 울어 보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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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어 당신 집에 피어 보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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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꽃도 못되는 이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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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만 당신집을 찾아 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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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노래를 생각하며 당신을 몇 번이나 생각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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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유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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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런 때 왜 내 앞에 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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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점심을 먹고 약수터에 다녀오는 길이었읍니다. 송화(松花)색 꾀꼬리 한마리가 곱게 울면서 척척 늘어진 소나무 가지에서 왔다갔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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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계셨더라면 그 언제인가 하시던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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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꾀꼬리 잡아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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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응석을 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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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빛나는 황금의 꾀꼬리! 당신의 고운 혼이 지금 저 새가되어 울지 않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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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종일 방에서 딩굴며 종이에 잘 그리지 못하는 솜씨로 당신의 스케치를 그려놓고 사랑하는 나의 사람이니, 혹은 ‘Love is Best'니 하고 그 옆에 써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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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쓸데없는 장난 입니다. 차라리 만돌린을 들고 잊어버린 옛날의 노래나 부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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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 옵니다. 비 소리! 물 소리! 멀리서 우는 까마귀 소리! 긴 숲의 그늘이 꿈을타고 멀리 하늘위로 떠오르는 밤입니다. 산도 깊고 숲도 깊어 끝없는 적막만이 온 누리를 파고도는구려. 아, 이 밤에 누구를 찾아 꿈나라에 실려 가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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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하소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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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백양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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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