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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청안(文禥淸安)하시고 온 집안이 균안(均安) 하옵신지요. 아우는 여전하옵고, 찔레꽃 피는 부란강(富蘭江)가에서 몽상의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읍니다. 봄도가고 꽃도지고 지금은 첫 여름이라. 찔래꽃이 눈보다 희게 강언덕을 덮었읍니다. 불어오는 바람조차 향기로운데 물속에 비친 나의 우울한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은 먼 하늘위로 달리고 있답니다. 그리고 무슨 마음의 수업이나 하는 듯이 낙싯대를 담그고 하루종일 물가에 앉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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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게 봉오리 봉오리 다닥다닥 피는 꽃은 누구의 고운 마음입니까? 5월의 맑은 물속을 스마트하게 달리는 고기떼는 누구의 자태입니까? 하늘 위에는 종달새 울고, 강 언덕 송아지 조차 즐거운 울음을 울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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兄[형]! 인생은 유쾌하게 살아야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 언제인가 세검정에서 수영을 하며 형은 혼자 말 비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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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유쾌하고 강하게 살아야 한다. 승리는 그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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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한 마디를 하고는 고래 같이 물속으로 유쾌한 헤엄을 치지 않았읍니까? 사실 우리가 공연히 인생이니 무엇이니 하고 쓸데없는 번민을 한들, 희어가는 머리카락 하나도 검게 못할 것이 아니겠읍니까? 자기에게 주어진 세계안에서 유쾌하고 활발하게 최선을 다하여 사는 것은 가장 좋은 인생 철학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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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번민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칼질하는 사람이다.”하는 라시누의 말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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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꿈이 많고, 정열이 많고, 생각이 많은 아우는 아직 인간수업이 적고 정신통일을 못하는 까닭인지, 공연한 생각이 끓는 물같이 가슴에 부글부글 끓고 있읍니다. 생각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고, 금전옥루(金殿玉樓)를 짓고, 세계를 돌고 ── 이렇게 무정확한 연속선이 마음의 허공을 채우고 있읍니다. 장차 비가 올는지요. 바람이 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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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늘 이 부란강에 와서 손으로 찔래꽃을 따고 낙시질을 하며’ 더운 나의 마음을 5월의 물 속에 씻어 보내려 한답니다. 결국 인생이란 일막의 연극이 아닐까요. 형께서 좋은 가르침이 있기를 바라며 또는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선견지명이 많으신 형께서 친절한 가르침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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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형께서 과히 분주하지 않으면 은어잡이도 하실겸 일차 놀러오시기 바랍니다 아우는 . 7월 초에나 한번 상경할까 합니다. 그러면 하시(下示)를 주시기 바라오며 내내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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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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