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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 대한 조선 사람의 사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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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1월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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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소설]에 對[대]한 朝鮮[조선] 사람의 思想[사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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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조선 사람 중에 대개는 아직 家庭小說[가정소설]을 좋아하오. 통속소설도 좋아하오. 흥미 중심 소설도 좋아하오. 참예술적 작품, 참문학적 소설은 읽으려 하지도 아니하오. 그뿐만 아니라 이것을 경멸하고 조롱하고 不用品[불용품]이라고 생각하고, 심한 사람은 그것을 읽으면 구역증이 난다고까지 말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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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소설 가운데서 소설의 생명, 소설의 藝術的[예술적] 가치. 소설의 내용의 美[미], 소설의 조화된 정도, 작자의 思想[사상], 작자의 정신, 작자의 요구, 작자의 獨創[독창], 作中人物[작중인물]의 각 개성의 발휘에 대한 描寫[묘사], 心理[심리]와 동작과 言語[언어]에 대한 描寫[묘사], 作中人物[작중인물] 사회에 대한 奮鬪[분투]와 활동 등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한 흥미를 구하오. 기적에 근사한 사건의 출현을 구하오. 내용이 점점 미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구하오. 꼭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의 再生[재생]함을 구하오. 내용의 외부적 美[미]를 구하오. 善惡[선악] 二[이]개 인물의 경쟁을 구하오. 위기 일발의 찰나를 구하오. 善者必興[선자필흥], 惡者必亡[악자필망]을 구하오(이것도 일찍기는 善者[선자]가 惡者[악자]에게 고생을 받다가 어떠한 기회 ─ 위기 일발의 찰나를 응용하여 장면을 一轉[일전]시킨). 善者必才子佳人[선자필재자가인] 惡者必愚男奸女[악자필재우남간녀]임을 구하오. 인생 사회에는 있을 수 없는 로맨스를 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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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하면 조선사람의 小說觀[소설관](?)은 몇 백년 전 서부 유럽 그대로요. 즉 대단한 時代遲[시대지]의 小說製[소설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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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思想[사상]으로라도 소설을 보는 사람은 상인이나 노파나 학생들뿐이오. 이 사람들은 아직 낫소(그들이 흥미로나 갑갑하여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본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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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양반, 학자, 신사, 학교 교사, 예수교 中樞人物[중추인물] ─ 스스로 이 이름을 자기 어깨에 올려놓고 또 사회에서도 칭호를 허락하는 ─ 들은 어떠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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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소설을 보지도 아니하고 보려고도 아니하오. 그뿐만 아니라 타인이 소설을 보는 것을 방해하오. 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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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소설에 대한 思想[사상]은 이러하오. 그들 중에 어떤 부분 ─ 양반, 학자, 신사 ─ 은「소설이란 殘㓑者[잔행자]나 볼 것이다. 부랑자나 볼 것이다. 敗家亡身[패가망신]한 자식이나 볼 것이다. 우리 신사들은 볼 것이 아니다」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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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부분 ─ 敎師[교사], 예수교 교역자 ─ 은「소설을 보면 사람 버린다. 즉 타락한다. 청년들은 소설 곁에도 가면 안된다」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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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者[갑자]는 소설은 타락자가 볼 것이라 하고, 乙者[을자]는 소설을 보면 타락자가 된다 하니, 兩者[양자]의 주의가 좀 다르기는 하나 兩者[양자] 공히「소설」과「타락」을 분리치 못한 데서 일치하고, 양자의 결론은 소설은 세상에,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자이다. 불필요하고 有害無益[유해무익]한 것이라 함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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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필요 불필요와 소설은 타락자나 읽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다음 페이지에 쓰고, 먼저 여기는 소설을 보면 타락하느냐를 述[술]하려 하오. 나는 여기 대하여《基督靑年[기독청년]》 九[구]호에 載[재]된 ㅈ, o, ㅎ君[군]의「허튼소리」의 한 구절을 그대로 쓰려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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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略[전략]) 어떤 시대, 어떤 나라를 물론하고 예술은 큰 죄악같이 여기는 道學[도학] 선생들이 많지요. 더구나 現時[현시] 조선은 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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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보아서 도덕적으로 타락하였다는 청년은 아직 만나 보지 못하였다.」라고 폰 쾨벨 박사가「問者[문자]에게 답함]이라는 글에서 明言[명언]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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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회의 생활이나 현대 가정 및 혼인 관계 ─ 나, 肉[육]의 향락에 대한 거칠은 추구 ─ 나, 모든 형식의 功名熱[공명열]과 生存競爭[생존경쟁]이나 이런 묘사를 보고, 그 결과「俗界[속계]」에 대한 執着[집착]을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도리어 이런 문명의 묘사에 유혹되어서 그것을 모방할 마음이 생기는 사람, 그런 사람은 벌써부터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회복하기 어렵게까지 타락하였던 것이지, 지금 와서 소설에게 그 죄를 지우는 것은 합당치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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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게 말하오. 나는 이 말을 이채로, 우리나라 모든 중 노인들과 잘못 생각하는 청년에게 드리려 하오(後略[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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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소설이 인생을 타락시키는 원동력이면, 小說家[소설가]는 人生誘拐者[인생유괴자]라 하는 결론에 와 닿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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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家[소설가]가 人生誘拐者[인생유괴자]라 하면 부랑자를 미워하는 사회가 왜 小說家[소설가]를 미워 안하오? 뭐 미워 안할 뿐만 아니라, 小說家[소설가]에 대하여 숭배와 존경의 念[념]까지 가지니 웬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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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에「단 小說家[소설가]」라 칭한 것은 참 藝術家[예술가]를 云[운]함이지 조선에 현금 유행하는 卑低[비저]한 通俗小說家流[통속소설가류]는 예외이오. 소설가 즉 예술가요. 예술은 人生[인생]의 정신이요, 사상이요, 자기를 대상으로 한 참사랑이요. 社會改良[사회개량], 精神合一[정신합일]을 수행할 자이오. 쉽게 말하자면 예술은 개인 전체요, 참 藝術家[예술가]는 人靈[인령]이오. 참문학적 작품은 神[신]의 攝[섭]이요, 聖書[성서]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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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靈[인령] ─ 소설가 ─ 을 붙들어서「人生誘拐者[인생유괴자]」라 하는 것은 ─ 즉「소설」을「타락」의 원동력이라 하는 것은 ─ 큰(크기도 한정없이 큰) 오산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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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서양에 유행하는 모든 사상 ─ 超人生主義[초인생주의], 人道主義[인도주의], 虛無主義[허무주의], 自然主義[자연주의], 로맨스主義[주의], 데카당主義[주의], 享樂主義[향락주의], 個人主義[개인주의], 社會主義[사회주의], 樂觀主義[낙관주의], 厭世主義[염세주의], 기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모든 사상 ─ 들을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냐 하면 문학자 ─ 넓은 의미의 ─ 들이오. 창조한 자 역시 文學者[문학자]들이오. 이제 박멸하고 改正[개정]하고 改造[개조]할 자도 다 문학자들이오. 문학자들의 사용한 무기는 논문과 소설이오 ─ 소설의 힘은 어떠하오? 소설을 가히 불필요픔이라 칭하겠소? 서양의 문명의 思潮[사조]를 지배하고 창조한 이 소설! (여기 특별히 오해하면 안될 것은「模倣[모방]」과「感化[감화]」의 구별이오. 이 성질은 전연 다른 양자를 혼돈하여 생각하는 데서 큰 실수가 많이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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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귀하고, 중하고, 要[요]하고, 긴한 소설을 부랑자나 볼 것이라는 사람들이 불쌍하오. 그렇지만 이것도 그들의 죄가 아니라 할 수가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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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년 간 專制政治[전제정치] 밑에 눌리어 생활하던 조선사람들은 예술을 낳지 못하였소. 그뿐만 아니라 그 전 先朝[선조]들의 가졌던 예술까지 다 잊고 말았소. 잃어버렸소. 藝術[예술]의 종자가 끊어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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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술을 모르고, 세상에 나서 예술을 모르고 생장하여 성인하고 혹은 中老[중로], 혹은 眞老[진로]에까지 든 그들은 소설에 대한 그와 같은 사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소. 그들도 만약 藝術[예술]의 眞理[진리], 小說[소설]의 眞味[진미]를 알고만 보면, 지금과는 정반대로 자기들도 소설을 애독하고 타인에게 권하기까지 할 일은 정한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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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소설을 불필요품이니 有害無益[유해무익]이니 악평을 하는 데 참죄가 있지 않고 ─ 물론 알지도 못하고 惡評[악평]하는 죄는 면치 못하지만 ─ 그들의 참죄는 소설을 이해치 못하는 데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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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이해치 못하는 원인은 先朝[선조]에게 있고 압제정치에 있고 進取思想[진취사상]이 없는 孔子敎[공자교]에 있소. 一言以( )之[일언이( )지]하고 우리는 참自己[자기], 참사랑, 참人生[인생], 참生活[생활]을 이해하여야 하오. 참藝術[예술]을 이해하려면 미술, 음악, 문학과 친하여야 하오. 항상 보고 들어야 하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여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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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음악에 대하여서는 기회 있을 때에 또 쓰려니와, 여기는 文學[문학], 특별히 論文[논문] ─ 哲學的[철학적]이나마 社會學的[사회학적] ─ 과 소설에 대하여서만 자기 생각을 무한 간단하게 述[술]하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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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論文[논문]보다 小說[소설]을 읽어라」하겠소. 그것은 소설이 논문 ─ 哲學的[철학적]이나 社會學的[사회학적] ─ 보다 귀하다는 것이 아니고 다만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을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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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一行[일행]이면 다 쓸 哲理[철리]를 소설에서는 몇 페이지, 혹은 전권에야 쓴다. 그러니 따라서 논문에서는 알아보기 어렵던 ─ 아직 발달되지 못한 단순한 머리에는 ─ 句[구]라도 소설에서는 자연히 머릿속에 들어와 박힌다 함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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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作家[소설작가]의 표현하려던 哲學史想[철학사상], 社會學思想[사회학사상]이 不知不覺[부지불각] 중에 독자에게 알게 된다 함이오. 차차 이렇게 되어 소설을 온전히 이해할 때는 우리는 소설 ─ 이 왕은 극히 천하게 보던 ─ 의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숭엄한 것인지를 알게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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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통속소설에서는 우리는 卑[비]하고 劣[열]하고 汚[오]하고 추한 것밖에는 아무것도 발견치는 못하오. 거기는 獨創[독창]의 閃[섬]이 없소. 아무것도 없소. 독자들을 끌려는 卑劣[비열]한 아첨의 사상이 있을 뿐이오…… 이러한 低級[저급] 소설을 보아서 유익이 없소. 우리는 소설에 대한 오해의 사상을 고치고 ─ 즉 극유치한 통속소설에 건전한 문학적 소설로 代[대]하고 소설과 문화를 연상하는 사상으로 化[화]하여 우리 사회를 純藝術化[순예술화]한 사회로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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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년 전의 어느 나라가, 몇 천년 전의 어느 나라가 발달하였다 함은 그 나라의 예술적 進化[진화]를 칭함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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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術[예술] 있는 곳에 문명이 있고, 문명 있는 곳에 행복이 있소. 행복은 우리가 진심으로 구하는 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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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一八年[일구일팔년] 一月[일월]〈學之光[학지광]〉 所載[소재])
【원문】소설에 대한 조선 사람의 사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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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