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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끼의 세계문학적 지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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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6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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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끼의 세계문학적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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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과 ‘같은 시대’에 산 소위 현대인이라고 불리워질 수 있는 분으로 막심 고리키의 우좌(右座)에 앉을 세계적 문호는 여태껏 나오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단테나 세르반테스나 세익스피어, 괴테, 발자크, 스탕달, 플로베르 내지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급의 대세계적 문호는 고리키 이외에는 고리키의 생존시에나 또는 그의 사후 10년간이나 현재에 있어서도 나오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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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은 서거한 앙리 바르뷔스나 또 전쟁중에 세상을 떠난 로망롤랑이나 그 밖에 작금에도 독특한 유머로 세계를 빈정거리고 있는 노(老)버나드 쇼나 혹은 토마스 만, 마르셀 프루스트나 앙드레 지드나 제임스 조이스 같은 분들이 역시 깔볼 수 없는 독자의 세계를 들고 세계 문학사의 가운데 커다란 자리를 차지할 것이나 여하한 의미 또는 어떤 모로써 검토하고 평가한다고 하여도 고리키 급의 대세계 문학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소련의 작가들 솔로호프나 파제프나 그라드코프나 레오노프, 이리아 렙부르크, 치요노프 등 제씨는 아직 고리키의 위대성에 비견할 만한 대문학이기보다는 차라리 좋은 의미에서의 일종의 유행 작가라는 느낌조차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고리키의 세계 문학적 지위라고 하는 것은 그저 프롤레타리아 작가라는 그러한 특수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로 대문학이 가지는 여러 가지 성격과 풍격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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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그의 가장 작다란 작품 중의 어느 것을 들어도 벌써 거기에는 최고의 문학만이 가지는 침범할 수 없는 어떤 위대성을 느끼게 된다. 초기의 작품「치르핫슈」를 보아도 거기에는 대문학이 가져야 할 위대한 예술력이 반진력을 가지고 압도적으로 독자에게 육박하고 있다. 혹은 그의 어떤 작품보다도 못지않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인물기의 편편에도 역시 대문호의 풍도(風度)와 높은 관찰력의 인간 심리의 특징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안광이 특(特)한 광채를 가지고 빛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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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러한 모든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의 대천재다운 선천면(先天面)과 또는 어느 평범한 작가보다도 뒤서지 않는 거대한 노력에 의존됨이 큰 것은 물론이겠으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그가 대전환기에 태어나서 그것을 전체성에 있어서 파악하고 훨씬 그것을 넘어선데 성공한 예술가라는 점을 들어 둘 필요가 있을까 한다. 단테나 세익스피어가 봉건 사회 붕괴기에 나서 중세에서 근세에의 대전환기를 전체적 개괄력에 의하여 파악하고 구현한 데 비견할 만치 고리키는 자본주의 사회 붕괴기에 나서 현대에서 미래에의 대전환기를 상징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지위에서 그의 세계문학적 위대성을 평가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시민 사회의 말기에서 수많은 작가가 어느 한 면을 들고 모두 이 거대한 전환기의 이해와 표현에 임하여 각각 적당한 정도로 성공하고 있으나 일찍이 고리키가 이룬 발랄(潑剌)한 전체적 통일성, 종합성에 도달한 분은 발견할 수가 없다. 한 까닭이요, 한 부분이요, 어떤 일면이요, 한 줄기나 줄거리일 뿐, 그것이 아무리 넓고 깊다해도 일면성을 벗어난 분은 없는 것이다. 물론 고리키도 최초부터 사회주의 작가는 아니었다. 아니 엄격한 의미에서 리얼리스트도 아니었다. 도리어 치열한 로맨티시즘이 그의 특징이 있는 최초의 사실주의적 작품인「프마꼴레프」도 어느 편이냐 하면 고작 자연주의를 뛰어 넘을 정도의 지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만약 이 한계를 넘지 못하였다면 그는 그대로 하나의 자연주의적 거장의 아류임을 면치 못했을 것이요, 아무리 사회주의의 새로운 보물에 속한다 할 지라도 의연히 그는 세계적 대문학의 발밑에서 아물거리는 왜소한 존재에 지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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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의 선배격인 동시대인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를 비판하여 안연(安然)할 수 있는 자신은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기 문학으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사상적인 높이 다시 말하면 다른 어떤 시민적 작가도 올라가지 못한 뒤대한 사상성에 의존됨이 큰 것이다. 리얼리즘 속에 쓸어 넣어 가장 아름다운 융합과 통일을 가능케한 로맨티시즘의 색섭(色攝)에 있어 전례없는 성공을 맞이한 것 역시 그의 고도의 사상성에서 해석을 구함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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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작(昨)에 열린 전소(全蘇) 작가 대회에서 시행한 그의 연설이 시민 말기 사회의 창조적 무력이 그들의 사상성의 옹졸함에 기인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 점을 고리키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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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구라파의 문학을 20세기에 있어 폭발한 창조적 무력으로 인도하였는가? 다변스럽게 열렬하게 예술의 자유와 창작적 사상의 자의가 옹호되고 초계급적 존재와 문학이 발달의 기능, 문학의 사회 정치에서의 독립이 각종의 방법으로 되풀이해서 주장되었다. 이 주장은 하나의 그릇된 정치였다. 정히 이것이야말로 부지불식간에 많은 문학자의 관찰의 범위를 좁히고 그 광범 전면적인 연구를 소(素)케 하고‘자기혼의 고독’속에 칩거하여 생활에서 괴리된 사상의 자기 심화의 자의적인 방법에 의한 성과없는 ‘자기 인식’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필요 가운데 인도한 것이다. 송두리째 머리에서 발끝까지 정치에 삼투되어 있는 현실을 떠나서는 인간은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히 되었다 . 인간은 그가 여전히 교묘하게 자기를 기만하여도 역시 유성과 같은 우주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단위인 것이 명백히 된 것이다.” 최고의 문학의 위대성은 그의 사상의 윗대에 속하는 것이다. 현대가 가졌던 최고의 거인의 십수년전의 이 말을 다시 되풀이 하여야 하는 우리 조선 문학의 현재를 나는 딱하게 생각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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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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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보』, 1946년 6월 18일)
【원문】고리끼의 세계문학적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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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194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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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