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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가여운 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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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4
채만식
1
봄 ── 가여운 녀석
 
 
2
나른한 햇볕이 물 잡힌 들논에서 번득인다.
 
3
낮닭이 졸립게 꼬꾜 한마디 울고 만다. 멀리 들 가운데로 낮차가 지나갔다. 퐁퐁퐁퐁 흰 연기를 뿜으면서 아물아물 기어간다.
 
4
촌색시가 물동이를 이고 우물길로 간다. 가제 온 봄이 추운 듯이 울타리 틈에 옹송그리고 앉았다가 갸웃이 내어다보고 속삭인다.
 
5
“색시! 물 길러 가?”
 
6
“응.”
 
7
“나허구 놀아.”
 
8
“아이구 바뻐! 물 길어다가 숭늉 붓고 들에 낮밥을 날러야지.”
 
9
“아이구! 밤낮 그 짓이야?”
 
10
“그럼 어떻게 해!”
 
11
“나허구 서울 가자구.”
 
12
“서울? 글쎄…… 갔으면 좋지만……”
 
13
“가자.”
 
14
“그렇지만 어떻게?”
 
15
“저 차 타고.”
 
16
“돈은?”
 
17
“돌아오는 장에 배메기 준 소 팔지?”
 
18
“글쎄.”
 
19
우물에서 색시가 두레박질을 멈추고 들 건너 먼산을 바라본다.
 
20
“서울…… 서울…… 비단옷…… 구경…… 구경.”
 
21
나물 캐러 갔던 이웃집 색시가 냉이를 세 낱은 바구니 밑에 담아 가지고 온다.
 
22
“나물 많이 캤수 ?”
 
23
“뭘 아니 캤어…… 물 길러 왔수?”
 
24
“응.”
 
25
“아이구 나른해!”
 
26
“나두 말이야!”
 
27
“서울이나 갔으면……”
 
28
“가구 싶어……”
 
29
“갈까?”
 
30
“갈까. 돈이 있어야지.”
 
31
“나는 배메기 준 소를 팔면 소수는 되지만……”
 
32
“나는 팔 소나 있어야지!”
 
33
“내가 취해주께.”
 
34
“아이그 미안해서……”
 
35
“인제 갚으면 그만이지.”
 
36
“그럼 그럴까”
 
37
그 다음 장날 저녁에 이 동리에서는 색시 둘이 없어졌다.
 
38
서울에는 여자 인구가 두 사람이 증가(!) 되었다.
 
39
병목정 창기명록에 여자 둘이 더 늘었다.
 
 
40
<新女性[신여성] 1933년 4월호>
【원문】봄 - 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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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 가여운 녀석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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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