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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못 보았으니 꼭 가보고 싶습니다. 가을뿐이 아니라 어느 때고 가보고 싶었고 또 금년뿐만 아니라 벌써 몇해를 벼르나 돈이 없어 가지를 못했습니다. (아마 보고 죽지 못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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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모르지요, 내가 아직 금강산을 보지 못하였으니 무엇이 어떻 게 좋아서 가려고 한달 수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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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예부터 좋다고 하고 가본 사람마다 좋다고 하니 좋을 것이야 물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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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명승질고는 별로 발견( ? )하지 못했습니다. 본시 여행을 싫어 하지는 아니하지만 어려운 터에 틈없이 지나는 팔자라 다녀볼 염(念)조차 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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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는 궂이 말하라면 신통치 못하남 한 곳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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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를 나가서 지금 경기도 임업시험장이 된 숲속으로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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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이 벌써 주인 없는 큰 정원을 들어선 듯하여 마음이 후련한데 그곳을 지나 그 구내를 벗어나면 시냇물이 흐릅니다. 드라이브하는 자동차 등속은 물론 그림자도 없고 인적이 드문 솔숲과 모래바닥을 소리 없이 굴러가는 얕은 시내뿐입니다. 내가 이곳을 처음 간 것이 작년 가 을인데 미상불 서울 근교에서 하루의 산책지 ㅡ 더우기 가을날 ㅡ 로는 매우 좋은 곳인 줄 여겼습니다. 더구나 이 시내를 끼고 좀더 가면 정말 시골이 나오고 그곳에 두어 곳 고수원이 있어 포도니 배니 하는 과실을 재미있게 먹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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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황금부족증(黃金不足症)의 평생고질에 흥치객(興致客)에게는 안성마춤인 줄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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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는 아직 못 갔습니다. 포켓 속에 ‘영감’ 한 장만 들어오면 두달음질을 쳐서 뛰어갈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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