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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예술 생활과 고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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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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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술 생활과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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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내가 예술가라고 자처한 적도 없고 또는 누가 나를 예술가라고 불러 준 사람도 없으며 또는 내가 예술가로 행세하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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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예술가의 말석이라도 차지하였다고 하면 나는 매우 고독하고 쓸쓸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예술에 있어서 나는 벗도 없고 또는 지지자도 없다. 뿐만아니라 내 생애에 있어서도 역시 외롭고 적막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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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만 전 장난 삼아 어떤 관상가에게 얼굴을 보였더니 그 씨는 중언복언(重言復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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洞庭秋月三雁孤飛(동정추월삼안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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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내 상을 평하였다. 나는 관상가의 모든 말을 믿지는 않지만 그말만은 지당하다고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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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어떤 시인은 고독을 ‘내 영혼의 궁전’이라고 노래하였지만, 나는 반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고독을 나의 궁전으로 여기고 ‘삶’ 의 길을 걸어왔다. 사실 나는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고요히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묵상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외로운 산길을 혼자 걷는 것이 한없이 좋다. 또는 산밑 수림(樹林)속에 들어가서 팔짱을 끼고 사려(思濾)에 잠기고 있으면, 나는 날개나 달고 창공을 날으는 듯이 매우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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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어떤 때는 아내가 옆에 있는 것도 싫고 또는 아이들이 옆에 있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몇 해를 두고 딴 방에서 혼자 거처를 하며 고적(孤寂)의 맛을 만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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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괴물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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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아내의 비웃음을 산 적도 있고, 혹은 친구들에게서 이상한 취급을 받은 적도 없지 않다. 성질이 이렇기 때문에 누구와 사귀기도 싫어하고 또는 누구를 찾기도 싫어하여, 사교와는 일종의 장벽을 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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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활에서 나오는 나의 예술은 매우 선이 가늘고 고독하다. 감상적 옛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또는 일종 치기(稚氣)에 가까운 글을 쓰게 된다. 이런 까닭에 불탄 강아지 같은 ‘센티멘탈리즘’이니, 과부의 하소연 같은 세기말적(世紀末的)이니 하고 악평을 받은 일이 있다. 사실 그네들의 평이 지당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의 성격이 그러하고 나의 환경이 그러함에는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나의 예술을 그런 세기말적 상아탑 속에서 끌어내기 위하여, 나의 전매적 고독을 버리고 거리로 진출하고 싶고, 따라서 흙냄새와 발자욱 소리가 요란한 리얼리틱한 예술을 쓰고자 노력치 않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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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기의 천래 (天來)의 성격을 후천적 노력으로 교정하는 것은 적잖게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제2의 성격을 가지고 새로운 예술에 진출하는 것도 많은 장애가 있다. 고독한 성격과 고독한 예술을 청산하려고 나는 온갖 노력을 다해 보련다. 흙냄새, 공장냄새 ─ 과연 리얼리틱한 예술을 써보기에 내 반생을 받쳐 보겠다. 그러나 노력을 다하고 힘을 다해도 천분이 없고 시간이 없는데는 할 수가 없다. 아직 나는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내가 걷고 싶은 길을 걸을 뿐이다.
【원문】나의 예술 생활과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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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