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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10월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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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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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을 하나의 역사적인 사회현상으로 보면서 아카데미즘과의 대립관계로부터 토구하여 가령 전자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성격을 일상성과 시사성에서 그리고 후자에 있어서의 본질적인 성격을 전문성에서 찾아보는 작업은 저널리즘을 검토하고 천명(闡明)하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일는지 모르나 신문을 저널리즘의 가장 중심적인 체구(體軀)로 보면서 그것과 문단과의 교섭을 생각하는 장소에서는 별반 깊이 들어가서 생각해 보아야 할 조항은 아닐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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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문단과의 교섭면을 추급해 보기 위하여는 그러므로 오히려 저널리즘을 가리켜 간단히 ‘표현 보도 현상’이라고 말하는 분의 의견에 경청함이 첩경일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논자는 저널리즘을 가리켜 신문 현상 - 출판 현상, 문필 현상, 연설 현상 등으로 고려하게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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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런 관점에서 문학적인 제작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두 말할 것 없이 하나의 ‘표현 현상’인 것을 생각할 수 있으나 활자로 인쇄되어 신문잡지에 게재되거나 전작째로 단행본이 되어 출판되거나 할 때에는 또한 어김없는 ‘보도 현상’인 것이다. 시를 써서 물에 띄어버리는 시인을 옛날에 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표현 의욕이란 실상은 보도 의욕과 전달욕을 거쳐서 동서(同棲)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제 자신에게라도 뚜렷이 상념을 붓으로 표현하고 정착시키고 싶다는 형상화의 욕구, 다시 말하면 문학적인 표현 욕구와 한가지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속중(俗衆) 속에서 고고(孤高)하다는 시인들의 시집이 그처럼 왕성하게 출판되는 것도 결코 괴이(怪異)쩍은 일이 아니며 불만이 없지 않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활자화해 놓은 작가의 존재도 결코 고료 문제로만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발표욕이 없다는 문학자처럼 자기기만에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컨대 현대의 문학은 기지미지(旣知未知)의 많은 사람에게 널리 전달하겠다는 저널리스틱한 욕구를 의식적으로 살리는 가운데 자기성립을 경험하는 정신적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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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널리즘의 하나의 성격이 보도 현상에 있다고 하여도 가령 신문의 보도에는 일정한 관점이나 비판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해설한다고 말할 때 이 ‘객관적’이란 말은 상대적으로 씌어졌거나 그렇지 않으면 기만적으로 씌어진 것이다. 선택이 있는 곳에 관점이 무시될 리 없고 관점과 태도가 따르는 곳에 비판이나 비평이 없을 리 없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는 잠시 동안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성격을 돌아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전자의 성립을 논자들은 대학의 존재에서 보고 후자의 발단을 그들의 신문의 탄생에서 보고 있는데 구주의 대학은 중세기에 창립되어진 것으로 종교적인 종단을 떠나서는 생각할 길이 없으나 신문은 시민사회의 대두와 함께 중세적인 것 봉건적인 것의 비판과 개인의 해방을 목표로 생겨난 물건이었다. (동양의 주(周) 시대의 『경보(京報)』, 케사르의 『원로원보(元老院報)』, 급(及) 『서민원보(庶民院報)』등은 근대적인 의미에선 신문이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대학의 근세 시민사회의 대두에 있어서 반드시 일의적인 중요성을 띤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신문은 실로 이의 중요한 임무 수행 밑에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금(現今)에 와서 신문이 타락하였다든가 사상과 주의와 국가의 지향하는 목적만큼의 수많은 표방과 입장을 가진 여러 갈래의 색깔로 저널리즘이 분열하였다든가 하는 것은 시민사회 자체의 운명의 표현이긴 할지언정 신문이나 일반적으로 저널리즘이란 것이 비평이라는 중요한 성격을 구유(具有)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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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구명의 필요에 응하여 저널리즘의 기본성격과 문학과의 관계를 상술한 바와 같이 살펴본 뒤에 우리는 이제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서 발을 붙여 보기로 한다. 한말에 신문이 발생하던 시초를 본다거나 또는 그 뒤 민간신문의 출발의 형편을 본다거나 조선의 신문도 다른 구라파의 신문들과 비슷한 요망에 의하여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거니와 그러한 것은 여기에서 검토해 볼 여유가 없고 단지 조선에 있어서의 새로운 문학의 형성이 거진 저널리즘의 형성과 동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더구나 문단이라는 일종의 애매하지마는 영향 하에서였다는 것도 잊어버릴 수 없는 사실일까 한다. 신문학이 있은 지 30년이라고는 하지만 문단이란 것이 제법 윤곽을 갖추게 된 것은 20년 전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두세 신문의 탄생이 기운 작성에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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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널리즘이라면 위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신문이 중심이기는 하지마는 결코 이여(爾餘)의 출판 현상을 무시하고 성립되는 것은 아니었다. 잡지사나 출판사가 역시 동일한 중점에 의하여서는 아니나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아보건대 우리가 현재 접촉하고 혹은 친히 바라볼 수 있는 사실로서 30년의 경력을 가진 몇 개의 출판사가 있다. 기형적(畸形的)이고 후진적인 우리 저널리즘을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토구해 볼 때에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을 것임을 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출판사들이 신문에 대하여 일반 민중이 가지는 욕구와 마찬가지 요망의 대답으로서 기업이 성립되고 존재성이 인정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할지라도 결코 동일한 취지나 의식 밑에 생겨났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양자의 고찰에 있어 반드시 생각해야 할 요점은 신문이 하나의 계몽사업으로 당시의 젊은 문화적 파이어니어에 의하여 기획된 데 반하여 그 전부터 있어 온 출판사들은 고대의 이야기나 담류(譚流) 내지는 신소설을 커다란 활자와 울긋불긋한 표장(表裝)으로써 발간하여 그것을 상가(商賈)하려는 전혀 상업적인 심리 하에서 생겨났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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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도 말기에 와서는 저윽이 상업주의적으로 기울어졌지만 간판만이라도 계몽적인 사회봉사 사업임을 버리려하진 않았다. 그러나 조선의 출판사는 그렇지 못하였다. 최근 새로운 문학작품을 이곳 저곳서 출판하게 되었지만 문학적 작품의 수요가 많아지고 신문학의 독자층이 넓어졌다는 전해 기업적 관점에 입각한 현상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요컨대 문단을 형성하는데 산파역을 한 것은 신문이었고 30세가 되어 장년이 된 문학과 문단에 대해서 출판사들은 새로운 상업적 안식(眼識)을 임하게 된 것이 진상이고 그러므로 문학의 생장에 있어서나 또는 문단적 질서와 전통의 양성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온 것은 신문 저널리즘이었다는 결론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행(幸)이었건 불행이었건 조선의 현대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있어 절대적인 조건이 되었고 현금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문학작품의 기본 성격을 이루어 놓은 기반이 되지 않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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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에서 다른 모든 문제를 차치(次置)하고 우선 장편소설과 비평, 평론의 상태를 반성해 보라. 비평은 주로 신문 학예면을 통하여 성장되었고 사설이나 기타 모든 논설이 저널리즘의 기본성격인 크리티시즘의 색채를 희박하게 하고 있을 때 비평의 영역을 지키려 애쓴 것도 문학적인 비평 뿐이었다. 조선에 있어서의 문학비평의 운명은 그의 출생에 있어 태반(殆半) 결정된 것이다. 사회적인 정치적인 비평까지를 문예비평이 대행하였다는 것, 이것은 간과치 못할 특질의 하나였다. 문학비평의 어떤 시기에 있어서의 지나친 정론성은 이러한 관점으로부터 이해되어야 한다. 타방 전작 장편소설이 현금 수3년 간 출현하여 금후의 방향에 있어 적지 않은 시사를 던지고 있으나 조선의 장편소설이 신문소설로밖엔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상술한 논지로부터 이해하여야 할 것이라 믿는다. 지금 두 민간신문의 폐간에 따라 저널리즘의 문학과의 관계는 전혀 새로운 국면에 다닥치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가 금후의 문단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약간의 예측이 없는 바 아니나 지금은 그러한 예견을 말하고 앉았을 자리가 아니기에 작정된 지면 내에서 조잡한 성찰을 시(試)하였을 뿐이다.(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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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 1940년 10월호, ‘민간지의 20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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