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희망에 빛나는 소년 ◈
카탈로그   본문  
연성흠
1
희망에 빛나는 소년
 
 
2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 방 한 칸 부엌 한 칸에 네다섯 식구씩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구문 밖 움집 속에 늙은 아버지 한 분과 나이 어린 아들 하나와 단 두 식구가 살아가는 집 하나가 있었습니다.
 
3
아버지는 나이 70살이나 된 노인이요, 그 아들 충길이는 14살 된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충길이는 나이 어린 탓으로 힘 드는 일은 할 수 없으므로 날마다 남의 집 쓰레기통으로 돌아다니면서 휴지를 모아다 팔아서 겨우겨우 늙으신 아버지를 봉양해갔습니다.
 
4
비록 쓰레기통은 뒤지러 다닐망정 충길이는 훌륭한 정신을 가진 소년이었으므로 보통학교를 가까스로 졸업한 뒤로 어떻게 하던지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싶었으나 먹고 살아가기에도 어려운 그 살림에 어떻게 마음대로 공부를 더 계속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는 수 없이 날마다 주어오는 휴지 속에 영어 같은 것이 써 있는 종이면 무엇을 물론하고 골라 모아서 벽에 붙이고 밤이 늦도록 그걸로 영어를 혼자 공부하였습니다.
 
5
어느 날 충길이는 휴지를 모으러 돌아다니다가 ‘영어연구회’에서 학생을 모집하는데 영어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에게는 장학금으로 매달에 10원씩을 준다는 광고가 길거리에 붙은 것을 보았습니다.
 
6
충길이는 이 광고를 보자마자 미칠 듯이 기뻐했습니다. 이 광고를 본 뒤로 충길이는 밤이나 낮이나 시험에 합격이 되어 매달에 10원씩 받게 되면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해보아야겠다고 가슴을 졸이면서 시험 날짜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7
시험날인 7월 보름날이 되자 충길이는 새벽부터 영어연구회로 가서 기다렸습니다. 충길이와 같이 시험을 보러 온 소년들이 200명이나 넘었습니다.
 
8
충길이는 이같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보고 무척 실망하였습니다. 단지 장학금 받을 사람 2명을 뽑는데 200명이나 넘어 왔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습니까?
 
9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 앞에 똑똑히 배운 것도 아니요. 나 혼자 공부를 한 것이니 볼 것 없이 이번 시험에는 떨어졌구나!”
 
10
하고 충길이는 혼자 속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11
그러나 요행히 신령님이 도우셔서 시험에 합격이 되도록 해주셨으면! 하는 쓸데없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200여 명 소년들 틈에 끼어 충길이는 시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12
200여 명의 소년은 낯선 강당에 일제히 들어앉아서 1장씩 나눠주는 영어가 박힌 종이를 1장씩 손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박혀 있는 영어를 30분 안에 번역해 놓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13
200여 명이나 되는 사람 중에 시험지를 보고 낙담 실망하여 시험장 밖으로 나가버린 사람이 30여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였습니다. 시험장 안에 시험지를 들고 남아 있는 사람이 170명이나 되었으나 그중에서 휴지에 쓰인 영어로 날마다 혼자 공부한 충길이 한 사람 외에는 그것을 훌륭히 번역해 들여놓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14
영어연구회의 여러 선생님들은 충길이의 영어 재주가 훌륭한데 놀랐을 뿐 아니라 더구나 혼자 공부하여 그만치 배웠다는 말을 듣고 더한층 놀랐습니다.
 
15
200여 명 가운데에서 제일 첫째로 뽑히어 장학금 10원을 타게 된 사람은 물론 충길이였습니다. 그때 충길이의 기쁨이야 얼마나 컸겠습니까? 충길이는 어찌도 기쁘던지 한달음에 뛰어서 집에 돌아와 보니까 두서너 달 전뿌터 감기가 드신 것 같이 시름시름 앓으시던 늙으신 아버지는 병환이 몹시 더하여서 금방 숨을 모으시는 판이었습니다.
 
16
충길이는 너무도 놀라워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17
“아버지! 정신 좀 차리세요. 아버지 정신 차리시고 기뻐해 주세요. 오늘 시험에 합격이 되었답니다.”
 
18
하고 목메인 소리로 말하자마자 아버지는 괴로워하는 속에도 빙그레 웃으면서
 
19
“아......아......고마운 일이로군! 나는 여태까지 시험에 뽑히기를 신령님께 기도하고 있었지......”
 
20
하고 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휘유- 하고 내어쉬더니
 
21
“내가 인제는 거의 죽을 때가 가까웠나보다. 이제까지 내가 네게 숨겨온 것 하나가 있었다. 자, 다 이야기할 테니 들어보아라. 너는 오늘날까지 나를 네 친아버지같이 생각하고 있다마는 나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 나는 너의 아버지의 친구였었다.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전에는 훌륭히 잘 사셨지만 억울한 일로 갑자기 불행을 만나 이 세상을 떠나셨단다. 그때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갓 낳은 너를 내게 맡기면서 잘 길러서 좋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신 것을 내가 못난 탓으로 오늘날까지 너를 고생을 시켰으니 첫째 너를 볼 낯이 없게 되었구나. 내가 죽은 뒤에라도 아무쪼록 부지런히 공부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준다면 나는 눈을 감고 편안히 죽게 되겠다.”
 
22
하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에서는 눈물이 비 오듯 합니다. 충길이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숙인 채 목이 메여 느껴 울었습니다.
 
23
일주일도 못 지나서 아버지는 기어이 이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자기를 낳은 아버지는 아닐망정 어렸을 때부터 여태까지 길러준 그 아버지의 장사를 억지로 치르고 난 뒤부터 그 아버지의 이르던 말을 머릿속에 새겨 늘 생각하면서 오늘날까지 XX고등보통학교에 통학중이니 머지않아 훌륭한 소년 - 부지런한 소년인 충길의 앞길에는 희망이 들어찬 세상이 열릴 것을 믿고 이 붓을 놓습니다.
【원문】희망에 빛나는 소년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동화〕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8
- 전체 순위 : 1828 위 (3 등급)
- 분류 순위 : 240 위 / 839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연성흠(延星欽) [저자]
 
  동화(童話)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본문   한글 
◈ 희망에 빛나는 소년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