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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풍경 ◈
《카탈로그》 본문	1922.5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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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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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풀린 햇살에 번쩍이는 나무는 선명하기 동양화일러라.

3

흙은, 아낙네를 감은 천아융(天鵝絨) 허리띠 같이도 따습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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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 가는 나비 나래는 드물고도 쇠(衰)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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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멀리서 부는 피리 소린가! 하늘 바다에서 헤엄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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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 들어 힘없이도 섰는 잔디풀---나뭇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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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微風)의 한숨은, 가는(세(細)) 목을 메고 껄덕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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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소리는, 제 소리의 몸짓과 함께, 가볍게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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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溫室) 같은 마루 끝에 누운 검은 괴의 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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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도 기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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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을 잃어버린 낙엽(落葉)은, 미친 듯, 나부끼어라,

12

서럽게도, 길겁게 조으름 오는 적멸(寂滅)이 더부렁거리다.

13

사람은, 부질없이, 가슴에다, 까닭도 모르는, 그리움을 안고,

14

마음과 눈으로, 지나간 푸름의 인상(印象)을 허공(虛空)에다 그리어라.

【원문】가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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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1년 09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