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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3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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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집 한 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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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고백해서 혹여 모욕을 살는지도 알 수 없으나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이래 시를 쓰고, 싶다든가 시인이 되고 싶다든가, 그런 생각을 품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만일 시를 쓴다면?”하는 질문을 받고 비로서 나는 “참말 시를 쓴다면 무얼 쓸 것인가?”하고 나의 마음을 뒤적여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창졸간에 이렇게 머리를 뜯는 판이니까 편집자가 말씀하시는 희망이나 포부 같은 것이 있을 턱이 만무하다. 비로서 나는 내가 소설가인 것을 얼마나 만족해하며, 또 내가 매일처럼 소설을 쓰면서 살고있는 것에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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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해동안 소설을 잘 쓸 것만 생각해 오노라고 시 같은건 도무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간혹 가다 시정신(詩精神)이 밑받침되지 않은 산문정신은 있을 수 없다든가 시미(詩味)가 없는 소설은 진정한 산문이 아니라던가 하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런 되지않은 수작은 깊이 음미해 보지도 않고 경멸하였다. 산문정신의 장래를 시정신(詩精神)의 도입이나 그것과의 합작에서 찾으려는 자는 소설을 쓸데없이 애수나 서정미나 문장취미에 예속시키려 드는 낙오(落伍)의 도(徒)들이다. 산문정신에 방(倣)하는 외에 소설문학이 현대를 살아갈 길은 있지 아니하다. 시를 무시하고 시정신(詩精神)을 초개처럼 차버릴 수 있는데 산문정신의 위대함이 있다. 시가 고고하다던가, 시인은 대중에게 읽히기를 즐기지 않는다던가, 시의 위의(威儀)에 대해 수작질하는 시인일수록, 명예욕은 더 심하고, 주육지간(酒肉之間)에 도당(徒黨)은 더 만들려 들고, 발표욕은 더 왕성함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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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행히 아직 서명(署名)하지 않은 시를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 대신 게재순이나 지면의 체재(體裁) 같은 것을 중얼거리는 많은 고고한 시인의 불평을 구경하였다. 이러한 모든 감정까지도 함께 휩쓸어 사회와 생활의 전체를 먹어삼키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산문의 무서운 정신 앞에 나의 온몸을 바치는 것이 나의 최후의 기원(祈願)이다. 그러니까 구태여 자꾸만 졸라대면 청춘의 기념으로 연애시집이나 한 권쯤 가지고 싶다고 대답할 밖에 시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갖고 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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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평론』제6호, 1940년 3월호)
【원문】연애시집 한 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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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194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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