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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추(金錐)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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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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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錐[금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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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령에, 흥부가 제비의 물어다가 준 박씨를 심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큰 박이 열고, 익으매 박속이나 먹을 양으로 삶아서 하나를 탔더니 뜻밖에 보기에도 훌륭한 궤짝 둘이 나오므로, 못내 기이하여 얼른 하나를 열고 보니 쌀이 하나 가득히 들었는지라, 좋다꾸나 쏟아 내서 뚜껑을 덮고 또 한 궤를 열고 보니 돈이 하나 가득히 들었는지라, 이것 봐라 하고 쏟아 내고서 뚜껑을 덮었다가 궤짝들이 여전히 무거우므로 다시 열고 보니 쌀과 돈이 도로 수북이 담겨서, 이른바 「쏟고 닫고 열고 보니, 쌀도 도로 하나 가득, 돈도 도로 하나 가득」의 기쁨에 미친 듯 뛰는 장면은 쌀 때문에 형에게 쪽박을 깨뜨리고 돈 때문에 官家[관가] 에서 代[대]볼기까지 맞는 광경에 무한한 동정을 자아내던 사람으로 하여금, 나오는 줄 모르게 통쾌하다는 소리를 지르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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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얻고자 하는 물건이 찾는 대로 나오고, 꺼내어도 도로 가득해 지는 신기한 그릇에 대한 관념은, 세계상 모든 국민의 사이에 두루 다 있는 바로, 民謠[민요] · 童話[동화]를 구성하는 주요한 一[일]자료가 되는 것인데, 조선에서는 그 適例[적예]가 우선 박타령에 나타나 있어서, 더욱 포퓰러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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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생겨 나오는 그릇이 근래의 박타령에는 궤짝으로 나오지마는 박타령의 新羅[신라]적 형태를 전하는 旁㐌傳說(방이전설)에는 궤짝이 아니라 송곳으로 나타났읍니다. 〈酉陽雜爼 續集(유양잡조 속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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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羅國[신라국] 제 一[일]귀족 金[김]씨의 遠祖[원조]에 旁㐌[방이]란 이가 있어 형제가 살림을 따로 하는데, 형 방이는 구차하고 아우는 부자러니, 형이 땅 한 뙈기를 얻어서 농사나 할 양으로 누에씨와 곡식 종자를 아우에게 청구한대 아우가 심사가 올곧지 못하여, 누에와 곡식은 씨를 쪄서 주는 것을, 형은 알지 못하였다. 누에철이 되어 누에 한 마리가 나는데 하루에 一寸[일촌]씩이나 자라서, 一○[일○]여 일이 지나매 크기가 소만하고, 여러 나무 잎사귀를 온통 먹고도 부족해하거늘, 아우가 알고서 틈을 타서 그 누에를 죽이니, 하룻 동안에 사방 백리 내의 누에란 누에들이 그 집으로 모여 들어서 저희 왕을 대하는 듯하고, 이 누에를 거두매 온 동리가 다 덤벼서 실을 뽑아도 이루 다 뽑을 수가 없을 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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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곡식은 겨우 한 나무가 나서 이삭이 길어서 한 자도 더 되므로, 방이가 늘 그것을 지키고 있더니, 홀연 새가 와서 그것을 꺾어 물고 달아나거늘 방이가 쫓아간즉, 산으로 들어가기 五[오], 六[육]리쯤 해서 새가 한 石罅(석하)로 들어가는데, 마침 해가 깜박이고 길이 캄캄하므로 방이가 밤에 달이 환한데, 이슥하여 小兒[소아] 여럿이 나와서 서로 장난하며 노는데, 一兒[일아]가 말하기를 「너는 무엇을 먹으려느냐」 한즉, 一兒[일아]가 대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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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먹겠다」 하거늘, 묻던 아이가 一[일] 金錐(금추)를 꺼내서 돌을 똑똑 두드리매, 술과 안주의 杯盤(배반)이 나와 놓이고, 一兒[일아]는 대답하되 「나는 밥을 먹겠다」하거늘 또 돌을 두드리매 밥 · 국 · 갖은 반찬이 떡 벌어져서 다 각기 제 원대로 주워 먹고 헤어질새, 금추를 돌틈에 꽂은 채 가는지라, 방이가 크게 기뻐서 그 송곳을 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이로부터 소원하는 것이 송곳 똑똑 두드리는 대로 생겨서 얼마 안 되어 재산이 나라 힘에 비길 만하고, 항상 보화로써 아우를 돌보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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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가 이제는 형 속이던 일을 후회하고, 인하여 형에게 청하기를 「형님도 나를 좀 속여서 그런 송곳을 얻게 해 주오」 하거늘, 방이가 어리석은 일이라 하여 말리다가, 기어이 한 번 그렇게 해 달라 하므로, 형이 누에씨와 곡식 종자를 쪄서 주었더니, 아우가 그 누에를 치매 보통 누에 하나밖에 더 나지 않고, 곡식도 한 줄기가 나서 거의 익을 만하여 새가 와서 물어 가매, 아우가 이제는 되었다 하고 새를 쫓아 산으로 들어가, 그 돌 있는 데까지 이르니, 여러 귀신들이 내달아서 노발대발하여「이놈 우리 금추 훔쳐간 놈 이제 오느냐?」하고 붙잡아 가지고 시달려 가로되 「너를 버력을 주어야 하겠는데, 네가 우리를 위하여 재담 세틀을 쌓아 놓으려느냐, 그렇지 않고 코를 한 발만큼 잡아 늘여 주랴?」하므로, 아우가 재담 세 틀을 쌓겠다 하고 사흘 동안 먹지도 못하고 암만 애를 써도 쌓는 대로 무너지므로, 다시 귀신들에게 살려 달라고 하니, 그만 코를 잡아 뽑아서 코끼리의 코 모양을 해 가지고 돌아오매, 사방으로서 구경꾼이 모여들어서 부끄럽고 분함을 못 이겨 죽었다. 그 후에 방이의 자손이 장난으로 금추를 두드리면서, 개똥아 나오너라 하였더니, 천둥 번개를 하고 금추가 간 곳 없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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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은, 형이 착하고 아우가 그른 것과 같은 차이가 있는 대로, 시방 박타령의 근본으로 생각되는 것인데, 여기는 온갖 물건을 마음대로 끄집어내는 연장이 금추가 되어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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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방이의 이야기와 비슷한 사실을 가지고 시방도 민간에 널리 돌아다니는데 「은 나와라 뚝 ─ 금 나와라 뚝」의 이야기에는 소망하는 물건의 솟아나는 연장이 또 방망이가 되어 있읍니다.
【원문】금추(金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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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