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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통독해 가는 동안에 마리아 막달라의 사적에 가장 흥미를 느끼게 된다 마리아 개인도 개인이려니와 . 집안의 상태, 누이 말타와 동생 라사로와의 세 식구의 단란, 마리아와 예수와의 사이 ─ 모두 흥미의 초점이다. 백 천의 인물이 등장하고 동원되는 서중(書中)에서 인간적인 점으로나 애정과 동감을 일으키는 점으로 마리아같이 주의를 끄는 인물이 없다. 집안이 빈한했던 것은 마리아의 신분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말타와 라사로는 각각 무엇을 하고 있었던지 그 기록이 명료치 않음이 섭섭하다. 가령 라사로는 목양자였다든지, 혹은 천막업자였다든지의 전기(典記)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공상을 더욱 만족시켜 주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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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 예수 앞에 처음으로 무릎 꿇은 것은 그들의 일가가 살고 있던 베다니촌 바리새교도 시몬의 집에서였다. 예수가 초대를 받아 식사를 할 때 죄 많은 한 여인이 들어와 예수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고 눈물 흘리며 발에 접문하고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고 향유를 바를 때 그것을 허물하지 않는 예수를 보고 시몬은 은근히 저 죄 많은 비천한 여자로 하여금 몸을 다치게 하누나 하고 불만한 바 있었다. 예수는 시몬의 심중을 살피고 5백냥과 50냥의 부채의 비유로서 죄가 깊을수록 주는 더 용서하신다는 것, 마리아의 죄도 다 씻어 주셨다는 것을 말하매 마리아는 예수의 자애를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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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이가 가까워진 것은 이때부터라고 생각된다. 물론 마리아의 예수에 대한 정성은 정신적인 공경과 두렴이고 예수의 사랑은 위대한 자비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 좀 더 인간적인 사모의 발로로 볼 수 있는 표징이 보이며 그렇게 보는 편이 흥미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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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방안에서 마리아와 예수의 이야기소리가 너무도 자별스러운 것을 보고 부엌에서 일하는 말타가 새암을 내어서 마리아를 책할 때 예수는 마리아에게는 마리아의 맡은 일이 있다고 대답하면서 마리아를 막아 주었다는 대문이 있다. 예수가 특히 이 일가를 사랑해서 예루살렘으로 내왕하는 길에 자주 들리게 되어 거래가 잦았던 것이 사실이며 그 사이의 인간적 심정의 교섭을 생각할 수 있고 그것으로서 예수의 다른 일면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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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절을 앞둔, 즉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오를 엿새 전 라사로를 살리러 찾아온 것이 일가를 찾은 예수의 마지막 걸음이었다. 마리아의 청으로 집에 다다르니 라사로는 죽은 지 벌써 나흘, 무덤에 이르러 돌이여 물러나라 라사로여 살아나라 , ! 외치니 죽었던 라사로는 살아나게 되었다. 그날밤 축복의 만찬을 베풀게 되었을 때 마리아는 예수의 은혜에 지극히 감동되어 전에 시몬의 집에서 한 것과 같이 예수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고 고가(高價)한 나아드의 향유 한 근으로 예수의 발을 씻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훔치니 기름의 향기로운 방향이 집안에 그득 찼다. 어스칼리올의 유다는 그것을 즐기지 않아 3백 냥 어치나 되는 기름을 아깝게 발에 바르다니 하고 게정을 부렸으니 그가 예수를 배반하게 되는 심적 동요가 여기서도 한 줄기 포태되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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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예루살렘에 들어간 후까지도 마리아는 그림자같이 그의 뒤를 좇아 예수를 마지막까지 모시는 한 사람이 되었다. 예수가 십자가를 등지고 골고다에서 갈보리 언덕으로 이른 때 요한과 마리아들 모인 다섯 사람 속의 마리아는 한 사람이었고 사흘 후 부활의 아침 그 곁에 모신 것도 예수의 모(母)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라의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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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서에 나타난 것은 이 정도의 기록밖에는 안되나 이 작은 소여(所與)의 재(材)로 나는 갈피갈피의 공상을 하고 그것이 즐거운 일의 하나가 되었다. 인간의 한 소중한 기록이 마리아를 둘러싸고 숨어 있을 것 같으면서 그것을 탐구하려는 것이 요사이의 의욕의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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