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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10
채만식
1
가을 數題[수제]
 
2
(1) 初秋[초추]의 觸感[촉감]
 
3
굵은 명주에 가는 명주올이 곱게 박히듯이 입추야 처서야…… 하여도 아직은 주인인 더위 사이로 가을의 잔발이 완연히 섞여든다. 철이란 속일 수 없다.
 
 
4
새벽녘 싸늘한 기운이 단잠을 속삭이듯이 깨워놓는다.
 
5
달이 밤새껏 구름밭을 갈다가 지친 듯이 서녘으로 기울어지고 소스라치게 우는 벌레소리가 이슬비같이 퍼붓는다.
 
6
여름에도 우는 벌레소리가 어쩌면 가을밤에만 귀에 들릴꼬!
 
7
발치로 밀어젖힌 이불자락에 저절로 손이 가진다. 그리고 따뜻한 곳 따뜻한 ‘마음’ 이 뼈에 스미도록 그리워진다.
 
8
차라리 전원(田園)이었으면……
 
9
가을을 놀지도 못하는 서울의 가을은 싸늘한 센티멘탈일 뿐이다.
 
 
10
(2) 田園[전원]의 가을 ─ 옛일기에서
 
 
11
낮으나마 고개를 넘느라니 등에 땀이 밴다. 덩굴 시든 원두밭과 쓰러져가는 원두막의 폐허가 참외당(黨)에게는 로마의 고성이나 바빌론탑 이상으로 섭섭다. 원두막 밑에 갓 돋은 참외순의 철이 없음이여!
 
12
초부가 풋나무를 메고 지나간 자취에서 무르녹은 풀냄새가 무긋이 스며오른다.
 
13
밭두덩에서 장난꾼 아이들이 콩을 굽느라고 연기를 피운다.
 
14
산을 등진 작은 마을.
 
15
짹짹 하며 참새떼가 시절을 만난 듯이 날아다닌다.
 
16
마을 앞 새막에서 철 아니 난 소녀가 기를 쓰고 소리쳐 새를 날린다.
 
17
지붕에는 새빨간 다홍고추가 널리고 울안에 섰는 늙은 감나무에는 볼붉은 감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리었다.
 
18
찾아간 친구의 점심 대접이 극진하다.
 
19
희다 못하여 푸른기가 돋는 서리쌀(풋쌀)에 푸른콩을 놓은 밥, 된장찌개에서 나는 솔버섯의 향내, 연한 풋배추를 다홍고추로 이겨 담은 김치 그리고 삶은 영계에 코를 쏘는 소주.
 
20
뜰 앞에 가을 국화순이 우북이 자랗고 빨랫줄에 제비가 한쌍 심란스레 앉아 지저귀지도 아니한다.
 
21
멀리서 농악소리가 감감히 들린다.
 
 
22
<彗星[혜성] 1931년 10월호>
【원문】가을 수제(數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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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1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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