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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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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10
채만식
1
가을 하늘
 
 
2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라는 너무도 유명한 시구(詩句)가 있다.
 
3
가을물이 하늘과 한빛이라고 한 말이니까 그것을 뒤집어보면 가을 하늘이 물(가을의 바닷물이겠지)과 한빛이라는 뜻도 아니 되지는 아니하리라.
 
4
나는 바다와 인연이 멀어 가을의 물결과 같이 좋은 경(景)을 보지를 못하였고 또한 따라서 흥도 느껴보지 못하였으나 그냥 앉아 바라볼 수 있는 가을하늘은 미상불 참 좋다.
 
5
싱거운 말 같으나 그저 참 좋다고 하는 수밖에는 없다.
 
6
말도 싱겁거니와 가을 하늘이라는 것이 본래는 싱거운 것이다.
 
7
아마 아득하게 높고 푸르고…… 이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8
변화도 없고 무엇이 기묘 복잡하게 조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조화와 복잡성을 초월하여 가지고도 그곳에 미(美)가 버젓하게 있다. 나는 이 미의 표현법을 모른다.
 
 
9
시인식진 금강육(詩人食盡金剛肉)
10
수골천년 입해두(瘦骨千年立海頭)
 
 
11
이것은 누구라든지 하는 시객(詩客)이 금강산을 구경 갔는데 가는 곳마다 바위에는 그럼직한 시가 새겨져 있고 오는 곳마다 절의 현판에는 알맞은 시가 붙어 있어 새로운 시상(詩想)이 나지 아니하니까 악이 바싹 나가지고는 한 구(句) 지은 것이라 한다.
 
12
미상불 금강산 하면 천으로 만으로 헬 수 없는 시인들이 두고 읊은 절구가 하고많을 터이니 섣불리 한 구 지어보려다가는 어림도 없이 요즘 같으면 문단 탐조등 같은데 폭로나 당하고 말 것이다.
 
13
가을 하늘도 금강산만 못하지 아니하게 시인들의 입끝에 오르내린 경개다. 그래 그런지 혓바닥으로 싹싹 핥아먹은 것처럼 파래말간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14
그렇게 아무것도 없고 높다라니 파래말간 그놈이 끔찍이도 유현(幽玄)한 느낌을 준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시로 무엇이 나오는 듯싶은데 역시 아무 것도 없다. 그 대신 콧노래가 나온다.
 
15
할 수 없이 나도 위에 말한 시객(詩客)씨의 본을 받아
 
 
16
주린 시객이
17
천만번 핥고 남은 가을 하늘
18
덩달아 핥으려도
19
키 모자라 못 핥겠네.
 
 
20
<第一線[제일선] 1932년 10월호>
【원문】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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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하늘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2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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