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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인을 보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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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1
애인을 보내고서
 
 
2
사랑하는 그대여
 
3
편안하게 서울에 도착하였다는 편지는 무엇보다도 반가웠읍니다.
 
4
그러나 얼마나 쓸쓸한 차였던가요. 무정한 기차는 필경 당신을 싣고 가고야 말았지요. 아, 가려면 나까지 싣고 가던지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그림자라도 두고 갔으면 이렇게 내가 쓸쓸해 애쓰지 않으련만…….
 
5
당신이 탄 기차가 개천을 건너고 산모퉁이를 돌아 꿈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질때, 나는 미친듯이 손수건을 흔들었읍니다. 그러나 모든것은 가고 말았다오. 슬픈지 외로운지 진정 가슴에 공허를 부여안고 사촌(沙村)으로 돌아오니 사촌에는 나무 한그루 돌 한개 없어지지 않았건만, 내게는 세상이 모두 변하고 모든것이 텅 빈것 같았읍니다. 아, 이것이 쓸쓸하다는 그 글자보다는 너무도 심한 현실입니다.
 
6
당신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방, 한자리에 앉아서 기뻐하던 방 ── 그 방에는 당신의 손으로 꺽어다 꽃은 백합도 아직 웃고 그림과 책들까지 그대로 있건만, 내게는 모든것이 변하고 떠나버린듯 ── 아, 나혼자 만이 북극빙원으로 몰려오듯……
 
7
아, 영희씨…… 나는 허공을 향하여 당신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는지요. 물론 당신이 가시고 내옆에 없는줄을 내 이성은 잘 알지만 내 감정만은 당신이 내옆에 있는듯하여 이렇게 불러 보지요.
 
8
영희씨, 당신은 아니 들리십니까? 소나무 숲을 스치는 저 바람이 당신의 음성일까요. 그렇다면 그 음성만이라도 귀를 기울여 듣겠읍니다. 푸른 시냇가에 창창(蒼)이 우거진 송림. 나는 그 사이를 거닐며 먼 하늘을 바라 봅니다. 한점의 흰 구름이 남쪽 하늘을 향하여 둥실둥실 떠가는구려. 아, 나도 구름이되어 당신 계신 곳을 찾아 갈까요.
 
9
나는 부지중(不知中)에 송림을 껴안고 당신인듯 입 맞추었나이다. 우는 작은 새를 보고 당신인듯 그 노래에 귀를 기우렸나이다.
 
10
나의 영희씨. 당신은 내 마음에 심은 한 포기의 영원한 꽃이요. 내 마음에 우는 한 마리 작은새 입니다.
 
11
당신의 서늘한 음성. 내 귓가에 돌고, 그 맑은 눈은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듯하여, 나는 오늘 아침에는 홀로 약수를 마시러 갔다 오면서도 웃고, 개천가에 앉아서도 혼자 중얼 거렸지요.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물소리만 돌돌돌 끝이 없나이다.
 
12
이러다가는 나도 빨리 당신 계신곳으로 가야겠읍니다.
 
13
당신이 안계신 곳에는 살 재미까지 없읍니다.
 
14
그럼 안녕하시고 뵈올때까지 날마다 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15
─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애인을 보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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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서한문(書翰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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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