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생면부지의 선생께 자꾸만 편지를 쓰라구 조르시는 것이나, 무슨 말을 썼으면 좋을지를 몰라 망설이고만 있었습니다. 선생을 만난 적도 없거니와 게으른 탓으로 선생의 작품도 읽은 적이 없는 제가 대체 무슨 말을 써야 옳겠습니까. 지금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작은 잡지에서 늘 뵈옵는 선생의 사진 뿐입니다. 그 사진의 존영(尊影)을 안표로 하고 편지를 쓰게 되는 불행과 무례를 또 한번 생각해 봅니다.
3
부드럽고 다정한 용모이시오니 품격도 온화하실 것이며 따라서 가정에서도 평화로운 재미를 보시고, 쓰시는 소설도 원만하고 맑은 것이리라고 살펴집니다. 사진같이 사람을 속이는 것은 없습니다만 저의 이런 추측이 들어맞기를 바라오며 그 점에서 선생께 일종의 안정한 감정이라고 할까, 한 것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4
여류작가의 다른 분들은 대강 만나고 뵙고 인사도 있습니다만 선생만을 못 뵌 것이 한이라면 한이오나 그러나 상상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멋대로 꾸며 보는 편이 즐거운 때도 있는 것이오니 그런 생각으로 저의 불찰을 감추려는 것은 억지일까요. 어떻든 앞으로 선생을 뵙게 되리라는 예측이 지금에 있어서는 하나의 기쁨이오며 뵈온 후에는 물론 더 훌륭한 편지도 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5
오늘은 대단히 무례하고 쓸데없는 말을 썼사오나 관대하게 용서하시기 바라오며 늘 안녕하시고 아울러 건필을 휘두르시기를 비옵니다. 총총 이만 그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