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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鄕愁)하는 소시민(小市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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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10.
이병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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鄕愁[향수]하는 小市民[소시민]
2
― 金光均[김광균] 『瓦斯燈[와사등]』의 世界[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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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園[공원] 近處[근처]의 文化住宅村[문화주택촌]. 病院[병원], 辯護士[변호사], 事務所[사무소] 담뱃가게가 있는 거리에서 좀 멀리 都心[도심]의 소란한 餘音[여음]이 들리는데 우리 詩人[시인]은 이 좁은 거리를 나와서 午後[오후]이면 公園[공원]으로 또는 山[산]턱으로 걸어 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샛촘한 첫겨울 黃昏[황혼], 앙상한 나뭇가지 너머로 그가 일찍이 자라난 故鄕[고향]을 바라보며 옅은 鄕愁[향수]에 사로잡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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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記憶[기억]의 장막저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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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鄕[고향]의 季節[계절] 하얀 흰눈을 뒤집어쓰고
 
 
6
그러나 이 詩人[시인]의 鄕愁[향수]는 빛깔이 짙지 못하다. 그가 그리워하는 故鄕[고향]도 結局[결국]은 서울서 치면 開城[개성]이나 水原[수원]쯤 空日[공일]날이나 或[혹]은 事務室[사무실] 形便[형편]에 따라 언제든지 한 두 時間[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故鄕[고향]일 것이다. 그래서 詩人[시인]은 原色[원색]의 짙은 鄕愁[향수]를 갖지 않는다.
 
7
그의 詩[시]가 풍기는 體臭[체취]는 文化村[문화촌]의 小市民[소시민]의 그것이다. 아침이면 사랑하는 아내가 챙겨주는 가방을 들고 電車[전차]를 타고 事務室[사무실]에 나가서 出勤簿[출근부]에 단정히 도장을 찍고 午後[오후] 다섯 時[시]쯤 되면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되 친구도 아무도 없이 외롭게 돌아온다.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오는 詩人[시인]은 이처럼 외로운 처지를 외롭게 생각하지 않고 노래를 벗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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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가 風景[풍경]을 對[대]하면 直感[직감] 附近[부근]에서 그의 詩精神[시정신]은 보금자리를 치고 安定[안정]하려 하는 것이다. 대담하게 風景[풍경]의 背後[배후]에 깊이 틀어박혀 있는 것을 파고 들어가다가 지쳐지면 發惡[발악]도 있으련만 이런 것은 우리 詩人[시인]이 敢[감]히 손을 대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는 깨끗한 「스켓취」를 그리어내되 아무 野心[야심]도 惡意[악의]도 없이 自己[자기]의 좁은 世界[세계]와 살림살이에 만족하려 한다.
 
9
生活[생활]하는 나머지의 情熱[정열]을 詩[시]에 바치는 것과 詩[시]에다 情熱[정열]을 있는 대로 바치는 것, 이 두 개의 모양이 우리 世代[세대]의 커다란 두 개의 틀일 것이다. 金君[김군]은 前者[전자]에 屬[속]하는 詩人[시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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願[원]하는 바가 있다던 言語[언어]에 더 좀 찾아낼 것이 있다고나 할까. 그는 形容詞[형용사]의 貧窮[빈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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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15
【원문】향수(鄕愁)하는 소시민(小市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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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각(李秉珏)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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