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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朝鮮)의 문학( 文學)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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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1월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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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조선]의 文學[문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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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이 米鹽[미염]의 資[자]가 됩니까? 조선에서 어떻게 하면 문학으로 미염의 자를 얻을 수 있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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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떻게 하여야 문학의 사회적 이해를 좀더 깊이 할 수 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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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선에 있어서 문학 빈곤의 이유가 어디 있읍니까. 그 타개책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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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단계에 있어서 조선 문단의 취할 방도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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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社會[사회]여 文壇[문단]에도 一顧[일고]를 보내자…生活[생활]과 文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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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문학이 밥이 되느냐 하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조선에서 원고료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느냐. 신문사에서 물은 뜻은 이것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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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학이 밥이 되느냐’와 ‘원고료로 생활을 할 수 있느냐’의 두 가지 문제는 얼른 보면 같은 듯하고도 매우 다르다. 어떻게 다르냐 하면 ‘원고료’라 일괄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다 문학적 작품의 소득이 아니므로다. 통속소설 너저분한 잡문, 구역나는 漫文[만문] 이런 것에서도 지극히 빈약하나마 원고료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문학이랄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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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서는 엄정한 의미의 문학물로서는 米鹽[미염]은커녕 담배 용처도 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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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수자를 들기는 피하는 배지만 조선서 발행되는 몇 개의 잡지에 모두 몇 편씩의 소설은 반드시 올리는데 그 소설 집필자에게 의뢰할 때에 첫 조건이 ‘문학적 레벨보다도 흥미적 레벨을 높이하여 써 달라’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한번 번역하여 보자면, ‘문학물이 아니라도 좋으니 소설이라는 명목을 붙일 만한 재미있는 옛말을 써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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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가 이럴 뿐 아니라 신문은 신문으로서 잡지보다 한층 더 통속물을 요구한다. 창작소설보다는 오히려 너저분한 잡문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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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염의 資[자]는 못 되나마 담배 용처는 제공하는 모든 기관이 거개 이 모양이니 자연히 문학물은 산치 못할 것이며, 산치 못하는 물건이며, 미염은 커녕 담배 용처도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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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먼저 朝鮮文[조선문]의 普及[보급]…社會[사회]와 文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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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해서는 정치론에까지 미쳐야 해결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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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선서 고등보통을 졸업하고, 전문이나 대학까지 나온 사람더러 1頁[혈]의 감상문이나 기행문을 조선문으로 써 보라 하면 요절할 만한 글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아니, 많이라는 것보다 10의 8,9는 의미불명의 직역식 글을 그저 적어 놓을 것이다. 조선어― 센텐스의 조직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조선문을 물 흐르는 듯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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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들은 다른 말로 된 글은 읽어서 이해도 하고 흥분될 대목에서는 흥분도 느끼고 절묘한 어구에서 감탄도 할 수 있으나, 조선문에서는 어떤 것이 흥분될 어구인지 어떤 구절이 절묘한 대목인지를 이해치 못한다. 흔히 그들은 조선말 어휘가 부족함을 痛論[통론]하여 ‘나사께나이 고또다(情ない事た―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와 같은 절묘한 말이 조선말에는 없다고 경멸하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도 대화상 ‘어쩌면’과 같은 절묘한 말이 외국어에 있는지 없는지는 검토하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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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같이 조선 사람이 조선문을 이해치 못하는 이상에는 조선 문자를 조선 사회에 이해시키는 것은 지난의 일이다. 먼저 조선문을 읽게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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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어떤 큰 기관 두 개에서는 서로 야비한 경쟁까지 하여가면서 한글 보급을 운운하지만 야비한 경쟁은 그만 두고 一者[일자]는 한글을 보급시키면 또 一者[일자]는 조선어 통용술(?)을 보급시켜서 글자와 글과의 융화를 꾀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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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글이 일반 사회에 보급되기 전에는 조선문학은 절름발이 춤을 출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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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作家[작가] 生活[생활]이 保障[보장]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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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신문의 현상 응모작이나 잡지의 투고들을 볼 때마다 통절히 느끼는 바는 왜 문장부터가 요다지도 말라 빠졌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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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점의 윤기도 없고 일호의 여유도 없고 빽빽하고 말라 빠진 문장, 좀 기름기가 있고 윤기 있는 문장은 참 얻어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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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 쪼들리고 쪼들려서 말라 빠진 인간에게서 윤기 있는 문장이 나올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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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여하간에 그 문장만이라도 좀 윤기 있는 것이면 그것으로라도 좀 가식을 할 수가 있으련만 원체 생활이 말라 빠졌으니까 그것조차 불가능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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恒産[항산]이 있는 자에게야 恒心[항심]이 있다고 갈파한 中原[중원] 古哲[고철]의 말은 정말로 영구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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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윤기 있는 감정의 움직임이 있을 수 없고 감정이 말라 붙는 곳에 흥분 있는 문학이 산출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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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라 그 타개책으로는 무엇보다도 생활이라야― 역시 다른 방면에 두뇌를 쓰는 역에 종사하면서는 좋은 문학을 산출치를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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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학을 산출하면 생활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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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조건부의 생활 타개책이 서게 되면 이때야말로 문학 빈약의 타개책도 저절로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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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문의 문학이 밥이 되느냐는 제목에 대한 해답이 생긴 뒤에야 비로소 문학 빈곤의 타개책이 생길 것이지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언제까지든지 제3문의 타개책은 해결이 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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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각기 제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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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막연한 문제라 대답하기가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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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몇 문제의 해결이 생기기 전에는 조선문학이 생장되기 힘들 것이요, 문학의 생장이 없는 곳에 문단이 존재할 여지가 없으니 ‘조선 문단의 취할 방도가 무엇이냐’는 제목은 배지도 않은 애의 사주를 보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제거리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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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제멋대로 놀아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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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은 염대로 이는 이대로 최는 최대로 박은 박대로 김은 김대로… 춤추어 주어 주는 사람이 없는 주악을 혼자서 울릴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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兩老[양로]는 서로 머리를 끄덕이면서 토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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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화 중에는 ‘死入出生[사입출생]’이란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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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사]하여 入[입]하면 生[생]하여 出[출]하는 것―이것이 남자의 보양을 환희의 절정에 도달케 하는 비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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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 급기 그때 당해서 그렇게 순서를 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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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 수양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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岸曙老[안서로]는 연하여 머리를 끄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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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이 말에 뛰쳐든 것이 에로 유희에 있어서 문단 비문단을 막론하고 제1인자라는 면장을 갖고 있는 獨鵑[독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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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 生[생]하여 入[입]하고 生[생]하여 出[출]해야지 어딜, 死入[사입]이 뭐람. 그것은 노인네들이 양기를 절약하려는 수단에서 나온 학설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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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뉘 학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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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설은 내 10여 년 간 체험이 만든 학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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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老[로] 눈만 꺼벅꺼벅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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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은 지나 문화 50년의 결정이 낳은 설화이요, 또 한편은 혈기 청년의 체험이 낳은 실제담이니 어느 편을 믿고 실행해야 할는지 탄식만 연하여 하였다.
 
 
48
(〈每日申報[매일신보]〉, 1935.1.1~9)
【원문】조선(朝鮮)의 문학( 文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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