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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 11.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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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될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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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소설을 써 본 지도 퍽 오래다. 반년이 되었는가, 일년이 되었는가. 이번이란 이번은 꼭 하나 긁적거려 볼까 하였더니 그 또한 비꾸러지고 말았다. 약속한 날짜도 지나고 쩔쩔매는 판에 문득 수 년 전에 자료 될 만한 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노트’ 가 생각났다. 그 중에서 다음과 같은 것 하나를 골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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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의 어스름 달밤. 모 여학교 기숙사에 남학생이 잠입, 발가벗고 깊은 잠에 떨어진 여학생 사이를 비집고 누웠다. 이성의 살에 대한 예민한 감각. 처녀는 깨었다. 전등을 켜고 본즉 기괴한 광경. 같이 자던 동무를 깨워 일으키매 남학생은 벌벌 떨면서 자는 척. 여학생들은 귓속말을 한 후 가만히 일어나 제 방을 벗어 나와 문을 밖으로 잠갔다. 틈입자(闖入者)의 고민. 사감 출동. 경종 난타. 기숙생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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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입자를 벗긴 채로 강당에 끌고 가서 일장 문초. 악마 개심(改心)을 기도. 살기 띠운 여학생의 눈초리. 침도 배앝고 뺨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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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그 사생들에겐 밤 늦게 안 자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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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물에 적시어 놓은 듯한 달 비친 창. 붉게 점철한 복숭아꽃. 사생들은 모여 앉았다. 그 남학생을 발견한 여학생을 조른다. 그 경과담을 자세히 하라고. 아모리 자세히 해도 그래도 미협한 듯. 암만해도 무엇을 숨긴다고 불만해하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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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으로 헤어질 제 안타까운 기대. 두근두근 하는 가슴. 아츰에 서로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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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 일도 없었니?”
 
 
9
내 기억에 편하도록만 적은 것이니 빛깔도 멋깔도 없지마는 그만하면 대의는 짐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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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내 상상 가운데 그 남학생을 발견한 여학생은 이상하게 마음이 달뜨고 또 무슨 비밀을 지키는 듯하여 동무들에게 돌리어 필경(畢竟) 퇴학을 하는 광경도 보이고, 또는 윤락의 길을 밟아 기생, 작부로 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마츰내 소설이 아니 되고 말았다. 이 앞으로도 될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자료는 벌써 내 감흥의 중심에서 멀어진 듯하다. 그렇다고 아주 묵히기도 아깝기에 색책(塞責)으로 여기 적어 본 것이다.
 
 
11
(『문예시대』, 1926. 11.)
【원문】소설 될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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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건(玄鎭健) [저자]
 
  1926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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