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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호잡기(六號雜記)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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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5월
홍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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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호잡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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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무상타 한들 이럴수야 있을까요? “봄에나…….” “삼월이면 나오리라.” 벼르고 기다리던 금번 호가 나온다 나온다 나와 보니…… 때는 벌써 늦어서 오라던 봄철은 누가 데려갔는지 꽃도 웃음도 다 ― 시들어버리고 녹음이 우거진 오월 중순에 때 아닌 이 노래를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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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어쩌니 어쩌니 떠드는 소리도 알았지만은 금번 호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외다. 사실이었으니 물론 그대로 이유도 있겠지요. 여러분이 그 이유를 들으려 하십니까? 들어야 시원할 까닭은 없겠지요만은 하도나 속도 퍽 썩이던 일이니 넋두리 삼아 한 마디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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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이면은 누구나 다 ― 말하는 바이지만은 우리는 자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출판에 자유가 없어요. 그런데에다 삼월호를 출간하려던 일 주일 전에 아편설라(亞扁薛羅)씨가 발행인을 사퇴하였습니다. 그래 씨에게 진정으로 간청하기에 며칠 다른 곳에 소개장 가지고 다니기에 며칠 누구에게 교섭하기에 며칠 누구 누구에게 며칠 며칠하다가 결국은 실망하여서 며칠 또 출판하는 제도를 고치자고 며칠 그러고 보니 시절은 벌써 늦었더이다. 그러다 천만다행으로 뽀이쓰 부인이 승낙을 하셨습니다. 중간에서 애써 주신 여러분도 물론 고마우시지만은 특히 부인께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늦어진 이유는 이것뿐이올시다. 무슨 큰 동정을 줍소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정이나 짐작해 주소서 함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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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부터는 육호잡기를 쓰는 범위를 넓히어서 자기의 생각한 것 감상하는 대로 다 ― 쓰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너무 창졸간(創猝間)의 일이라 그러한 지 잘 뜻과 같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다음에는 잘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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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원(吳天園)씨에게서는 건강하시다는 편지는 왔으나 원고는 아직 미착(未着)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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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씨는 경북 안동 땅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게 되었습니다. 호왈소정지옹(號曰笑亭之翁)이지만은 다정다감한 씨가 더구나 그 변적(變的) 성격에 어찌나 애를 썩이고 지내는지? 일상 잘 부르는 애상의 사비수곡(泗沘水曲)만 저녁 노을 비추인 낙동강 흐르는 물에 아마나 하염없이 애꿎이 흘리어 보내겠지요. 씨가 일전에 부친 편지에 “여기는 꽃이 다 ― 저버렸나이다. 웃는 듯하고 웃는 듯한 그 꽃은 벌써 다 ― 졌나이다. 저는 다만 수연(愁然)한 쌍안(雙眼)으로 무언(無言)한 그 꽃만 바라보았나이다. 그 꽃은 저를 보고 웃었는지 울었는지 성냈는지 토라졌는지 어떻든 말없이 있더이다. 바람이 불어서 시름없이 그의 치맛자락을 벗어내던질 때까지 그는 다만 무언이었나이다. 그 위에 따뜻한 바람이 불 때나 밤이나 낮이나 아무 소리 없던 그 꽃은 고만 시들어저 버렸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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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吾兄) 오형 울어야 할는지 웃어야 할는지 저는 모르나이다. 그것을 말하는 자가 일찍이 없었으며 그것을 말할 자가 또한 있지 않을 터이지요……. 적적료료한 이곳에 외로이 있는 저는 다만 학교 뒤에 용출한 영남산 위에 올라서서 서북편 하늘만 바라볼 뿐이외다. 그러나 중중영첩(重重靈疊)한 바위산이 나의 가슴을 탁 틔어 막나이다. 구만리장천이 북으로 열리었고 반천리장로(半千里長路)가 북으로 터지었으나 다만 전하는 것은 두어마디 친애하는 우리 동인 몇 사람의 불쌍히 여김인지 사랑함인지 때때로 보내주는 응정(凝情)의 서찰뿐이요 아무 것도 없나이다……. 사나이 눈에 눈물을 머금음도 무리가 아니오. 장부의 가슴에 한숨을 감춤도 잘못이 아니언만 울려 하나 울 곳이 없고 한숨을 쉬려 하나 한숨을 받을 자가 없나이다. 우리가 만나야 그 눈물을 알고 우리가 만나야 그 한숨을 알아주련!? (중략)
 
9
……봄이 가거라 쾌쾌(快快)히 가거라. 봄이 나를 못살게 구나니 속히 가라. 훨훨 가라. 저는 날마다 심중으로 이렇게 빌고 원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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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장화(表紙裝畵)는 원우전(元雨田)씨 이면장화(裏面裝畵)는 안석영(安夕影)씨의 붓이올시다. 거기에 숨긴 뜻을 설명은 붙일 수 없으나 그대로 아무쪼록 많은 감상을 주소서. 내가 쓴 시 아래 민요 일 편은 경상도 지방에서 부르는 것이올시다. 그런데 민요라 하는 것보다도 동요올시다. 수줍은 산골 시악시들이 어여쁜 그 어린 목으로 노상 부른다 합니다. 경향 각지에서 기고하신 분이 많으셨는데 사랑으로 보내신 뜻은 감사합니다. 그러나 본지는 동인제임으로 미안하오나 동인으로 추천되기 전에는 지상에 올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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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신 작품을 모두 정세히 논평하기는 극난한 일이나 보통 가작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개는 너무 신(新)을 꾸미려 애쓰다가 신도 신이 아니고 구(舊)도 구가 아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종 특제품이 되어버림이 큰 결흠(缺欠)이며 어떤 심한 것은 무엇을 흉내낸다고 민족적 리듬까지 죽여버리고 아무 뜻도 없는 안조옥(贋造玉)을 만들어 버림을 매우 유감이올시다. 이런 점은 신시(新詩)에서 더욱 많이 보였습니다. 물론 이것을 누구가 잘못함이라 하지는 않습니다. 행방불분명하고 사상이 불건강한 우리 문단 자신의 죄이겠지요. 그러나 될 수만 있거든 아무쪼록 순정한 감정을 그대로 썼으면 합니다. 일일히 엽서라도 답장을 드릴 것인데 그럭저럭 못하고 다만 지상으로 이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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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潮[백조]』 2호, 1922년 5월)
【원문】육호잡기(六號雜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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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사용(洪思容)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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