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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자의 성실성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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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 1. 1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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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의 성실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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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문학자만에 국한해서 될 것이 아니라 예술가 문화인 더 많이는 지식인 전반의 문제러서 제기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나 우선 나 자신이 속하여 있는 문학자만의 문제로서 약간의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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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중(對中) 대미(對美) 전쟁 기간 중 문학자는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 정책 수행에 대해서 과감한 반대 투쟁을 전개하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소극적인 퇴각전술(退却戰術)에 의하여 회피(廻避) 정책을 써왔다는 것이 실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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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공세가 독일과 이태리와 서반아를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심할 때에는 그래도 반파시즘의 기치(旗幟)를 내걸고 투쟁을 전개하여 왔으나 일본의 군국주의가 파시즘을 직접적인 무장(武裝)으로 삼고 우리의 앞에 군림(君臨)할 때엔 우리는 최저저항선을 찾아서 비합리성과 비합리주의와 정의적(情義的)인 것에 대하여 합리성과 합리주의와 지성적인 선(線)에서 진(陳)을 펴고 비과학적인 신화나 일본정신에 대하여는 과학정신을 내걸고 문화 옹호의 방편을 삼았고 그것이 더 한층 우심해져서 문학을 직접 전쟁 수행 정책의 도구로 쓰려고 강요할 때엔 우리는 겨우 문학의 순수성과 문화의 자율성을 고집하여 그들의 침해(侵害)에서 몸을 지키려고 하였고 이것마저 용허(容許)되지 않을 때 문학자는 혹자는 갈릴레오가 되고 혹자는 강태공이 되어 차라리 붓을 던지고 침묵하는 길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소극적인 최저저항선을 찾아서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과감한 제일선에서 후퇴하고 만 것이다. 이리하여 8월 15일을 전(全)히 타력(他力)에 의하여 창황(倉皇)히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러는 동안 문학자는 시민으로서 또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시국에 협력하는 태도까지도 취하게 되는 과오를 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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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이후의 국내의 사태는 이러하였던 문학자의 앞에 광대(廣大)하고도 무거운 활동 무대와 투쟁 임무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혁명의 걷잡을 수 없는 앙양은 우리들에게 엄격한 자기비판을 허락할 시간의 여유도 주지않은 채 우리를 몰아서 문화 반동에 대한 투쟁과 민족문화 건설과 문맹 퇴치 사업의 긴급한 당면 과제 앞에 나서게 하였다. 물론 이러한 때 이커다란 임무에서 자기를 도피시킴은 여하한 의미에서 보던지 온당(穩當)치 아니 한 조처(措處)다. 인간의 부족과 지력(智力)의 빈곤과 정신의 결핍과 정열의 상실은 광범(廣泛)한 우리들의 임무를 그대로 눈앞에 방기케 하고 산적한 과제를 미해결의 구렁텅이에 묻어 두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문학자는 그가 요청되는 여하한 임무 앞에서도 이를 기피하고 거부할 권리를 가지지 못하였다 할 것이다. 이리하여 자기비판을 거치지 못한 채 그것을 성실성 있게 성실되게 시행할 겨를도 없이 붓을 가다듬고 일선으로 나섰다. 이것은 불가피한 일이었고 또 사태의 중대성에 조(照)하여 당연한 일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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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에 의연(依然)히 간과치 못할 것은 과거의 신상(身上) 문제에 대한 합리화를 거쳐서 발생하는 문학자의 비성실성의 문제다. 자기 반성의 결여의 문제다. 만약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문학과 문학운동의 위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비진실성을 남긴 채 혁명적 앙양의 물결 위에 안이하게 몸을 실음에 이를 것이다. 이러한 상태 가운데서는 진정한 고귀한 문학은 나타나지 아니한다. 여기에 나는 성실성을 추구하는 자기비판과 자기 반성의 강렬한 전개 위에 발현되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통감하는 바이다. 인간적 실천의 면에 있어서 또 문학적 실천면에 있어서 이 사업은 가장 성실하게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참말로 예술가다운 성실성과 진실성이 토로되지 아니한다면 문학자는 그들이 항상 비판의 대상으로 하는 모리배와 정치 브로커와 자기를 구별할 길을 잃고 말 것이다. 써 약간의 감상을 적어 대방(大方)의 비판을 받으려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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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1946. 1. 1)
【원문】문학자의 성실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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