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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섭(想涉)의 문학을 항상 존경하느니만큼 이번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간행이 된 그의 장편『이심(二心)』은 매우 반가왔고, 새로이 통독한 기회에 즐겨 소감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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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에 있어서의 상섭의 중요한 지위를 여러가지로 말할 수 있는 가운데, 그가 다른 누구보다도, 그래서 유일하게 본격적인 사실주의자 (寫實主義者)라는 것도 그 한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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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이심』도 과연 그러한 솜씨에서 어긋나지 않아 결코 단순치 않은 스토리를 통해(이는 아마 모델소설인 때문일 것이다)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선악간에 조금도 신화(神化) 혹은 악마화(惡魔化)해지지를 않은 가지각색 각종의 인물들이 어떤 한 줄기의 갈등에 참예를 하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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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理想主義)의 작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흔히 일반 작가면 응당히 어딘가 영웅적인 냄새가 있을 작중의 남녀 주인공 ‘창호’와 ‘춘경’의 선한 경우에도 신으로서의 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선함과 악하면서도 악마로서의 악이 아니라 역시 인간으로서의 악함…… 도무지 냉혹하다 할이만큼 현실의 인간을 그렇듯 살려가기에는 아마도 상섭이 아니고는 능히 못해낼 관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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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지막 장면 ‘춘경’의 상여 뒤를 인력거를 타고 끄드렉끄드렉 따라가고 있는 외인(外人) ‘커닝햄’의 꼴을 애매케도 작자의 가벼운 유머라고만 보고 만다면 상섭을 여태도 모르는 독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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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근(輓近) 10년 조선의 문학이 성장을 한 자취는 실로 눈이 부신 데가 있다. 시험삼아 10년 전에 가히 이렇다는 추앙을 받던 아무거나 작품 하나를 들추어내 가지고 새 채비로 읽어본다면 항용 우리는 성인을 앉혀놓고서 그의 소년시절의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어리디어린 느낌을 가지지 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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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섭의『이심』은 그의 다른 작품과도 아울러 그것이 이미 10년 전의 작이로되 시방도 읽어서 결코 오늘의 문단적 수준에 떨어진다 거나 하지를 않는다. 그것은 앞으로 10년이나 그 이상 더 지나서도 그 러할 것이다. 그 한가지만으로도 상섭의 역량과 지위가 가히 어떠하다는 것을 짐작하기에 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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