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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화옥기(匏花屋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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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규(李學逵)
‘포화옥(匏花屋)’은 ‘박 넝쿨로 둘러싸인 집’을 뜻하는데 나그네에게 들은 이야기 속 어떤 노비의 삶을 통해서 견디기 힘든 현실의 고통을 견디는 방법에 대한 깨달음을 쓴 수필이다. (洛下生集11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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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생(이학규 자신의 호)의 집은 높이는 한 길이 못 되고, 넓이도 아홉 자가 못 된다. 읍(揖)을 하려고 하면 갓이(낮은 천장에 닿아) 방해가 되고, 잠을 잘 때에는 무릎을 구부려야 한다. 한여름 날에 햇빛이 쏟아 부으면 창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래서 둥글게 두른 담장 밑에 박 10여 개를 심었더니 넝쿨이 자라 집을 가렸다. 그러자 그 그늘에서 모기와 파리들이 서식하고 뱀과 도마뱀 등이 그늘의 서늘한 곳에 웅크리고 있으니, 어두운 밤에는 자주 일어나 등불을 들고 마당을 살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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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가려워서 긁느라 지치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쏘아대는 것들이 두려웠다. 그러니 이것들을 걱정하고 신경 쓰느라고 병이 생겨 소갈증(消渴症)이 심해지고 가슴도 막힌 듯 답답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이러한 사정을 자세히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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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손님 중에 서울에서 온 사람이 있어, 내 말을 듣고 나서 불쌍히 여기며 예전에 자신이 몸소 겪은 것을 자세히 알려 주며 말하기를, “저는 어려서 집이 가난하여 장사를 했습니다. 영남의 나루터, 정자, 역사(驛舍), 궁벽한 마을의 작은 상점들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닫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만약 한여름 철에는 여행객들과 나그네들이 한 곳에 모입니다. 그러면 수령과 벼슬아치들이 먼저 침실을 차지하여 서늘하게 지내고, 바람 부는 행랑과 바깥의 평상은 또 시중드는 무리들이 차지하지요. 오직 뜨뜻한 구들방과 침상에 벽을 뚫어 관솔불을 밝히고, 삿자리를 깔아 빈대를 쫓아내는 곳만이 차지하려고 다투는 곳이 아니니, 우리 같은 무리들이 잘 수 있다고 믿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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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면 사람들의 열기가 찌는듯하여 마치 가마솥의 밥을 다시 뜸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고약한 발 냄새를 뿜어내는 사람도 있으며, 코를 우레처럼 골기도 하고, 이를 가는 사람, 옴에 걸려 긁는 사람, 잠꼬대를 하며 욕을 해대는 사람 등 온갖 소리와 모양을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도저히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은 옷가지를 들고 돗자리를 끼고 부엌 바닥이나 외양간, 마구간 등을 찾아다니며 잠자리를 옮기기를 사오 차례씩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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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관집 노비는 매번 볼 때마다, 때가 낀 얼굴을 하고 부지런히 소나 말처럼 오가며 일을 하지요, 아침저녁으로 행인들이 남기거나 버린 음식을 핥아먹어도 달지 않은 음식이 없으니, 취하고 또 배불러 누우면 곧 잠이 들지요. 우리들이 이전에 견뎌내지 못한 것들을 그 사람은 편하게 여겨, 마치 쌀쌀한 새벽에 시원하고 높은 궁에서 자는 것 같습니다. 그의 모습을 볼 것 같으면, 비록 옷은 해져 온갖 군데를 꿰매었지만, 살결은 튼튼하고, 특별한 해도 겪지 않고 천명(天命)을 누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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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은 그가 사는 곳을 여관이라 여기고, 정해진 운명이라고 여깁니다. 온갖 걱정과 근심으로 자기 마음을 상하게도 하지 않으며, 신음하고 탄식하며 그의 기운을 막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해를 입지 않고 천명을 누리는 사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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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지금의 이 세상은 살아있는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보내는 여관이니, 여관이란 것은 하루나 이틀을 묶고 가는 곳입니다. 지금 그대는 이러한 여관에 몸을 의탁하였다가 또 멀리 떠나가 막힌 골짜기에 몸을 숨기고 있으니, 이것으로 보자면 여관 속의 여관에 기거하는 것입니다. 저 여관의 노비는 무식하여 다만 여관을 여관으로 여기며 건강하게 먹고 편안하게 자고 일어나니, 추위와 더위도 해를 입힐 수 없으며, 질병도 해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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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대는 도(道)을 지키고 운명에 순응하며, 소박하게 행하는 분으로, 여관 중의 여관에 지내면서도 여관 중의 여관으로 여기지 않으십니다. 스스로 화를 북돋우고 들볶아 왕성한 생명력을 상하게 하여 원기를 해칩니다. 그리하여 병이 생겨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대가 배우기를 바라는 것은 옛 성현의 총명함인데, 여관집 노비가 하는 것만큼도 하지 못하는구려.” 라고 하였다. 이에 이번에 그의 말을 벽에 적고 ‘포화옥기’라 한다.
【원문】포화옥기(匏花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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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