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보려 하였을 때 누구인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4
부인이 양산을 함부로 휘두르고 남자가 속옷을 하나 안 입은 채로 웃옷은 팔에 걸은 채 매우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5
나도 얼른 그들에게로 가보았다. 두 사람은 얼굴이 새빨개서 걸음을 속히 하여 나에게로 달려왔다. 여자는 깡장깡장 짧고도 속한 걸음으로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6
두 사람은 무엇에 분(憤)이 본 듯이 그렇지 않으면 비상(非常)히 피곤한 모양이었다.
8
『말씀 잠깐 여쭈어 보겠어요…. 여기를 어디라 하나요? 이 우리 남편이 어디든지 다 안다고 고집을 세우더니 그만 이렇게 길을 잃어버리게 했답니다.』
10
『여봅쇼. 이대로 똑바로 가시면 센 그루 ─ 로 가고 반대되는 길로 가시면 베르사이유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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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그 여자는 자기 남편에게 향하여 참을 수 없는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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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요? 베르사이유의 반대되는 길을 우리가 지금 걷고 있어요? 어쩌면 ─ 우리들은 마침… 베르사이유에서 저녁밥을 먹으려 하였는데요!』
13
『그렇습니까? 어럽쇼? 나도 그렇게 하려 하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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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그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여러번 이렇게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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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세요…. 어쩌면 그래요! 어쩌면 그래요, 남자들은 어쩌면 그래요 ─ 여자만 보면 밀쳐 버리려는 태도로 맘대로 휘둘러서 못난이를 만드니까요…. 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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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생기있고 아직 나이 젊고 밤빛 머리털을 가진 미인이었다. 입술 위에 있는지 없는지 보일락말락만한 엷은 수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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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란 자는 이마의 땀을 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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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컨대 그들은 파리의 중류계급의 가정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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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매우 피곤하고 낙담하여 기막혀 하듯 하였다.
21
『그러나…, 여보…, 그것은 당신이…』 하고 입 속으로 자기 부인을 향하여 중얼거리고 있었다.
23
『내가? 무엇을 내가 그랬어요? 아 이번에는 나로구려? 언제든지 고집만 하고 아무 말도 이리 하지 않고 미리 정하지도 않고 나온 것이 나요? 길을 너무 잘 안다고 장한 소리를 하더니 산허리 위를 바른편으로 자꾸 가자고 주장한 것이 나였지? 그러고 또 있지? 카슈 ─ 책임을 갖겠다 하고…』
24
이때에 남편은 미친 듯이 이상한 기다랗게 부르짖는 소리를 하므로 그 여자는 말을 끊어 버렸다.
25
그 부르짖는 소리는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입에 낼 수도 없다. 다만 찍찍찍 하는 소리와 같을 뿐이었다.
26
젊은 여자도 거기에 조금도 놀래인 빛이 없고 성내는 일도 없이 말을 계속 하였다.
27
『아뇨…. 세상에는 당신과 같이… 무엇이든지 안다 안다 하고 기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지요!
28
그러고 작년 하 ─ 볼행 기차를 잘못 알고 됩프행 기차를 타고 간 것도 나지요 녜? 여보! 그러고 루도룬 씨를 마르틸 시에 산다고 주저없이 단언한 것도 내가 그랬지…. 또 있지요! 세레스트가 도적놈이라고 믿지 않으려 한 것도 내가 그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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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그 여자는 또 무슨 말을 계속할 듯이 전신을 분노로 떨면서 의외의 모든 저주하는 말소리로 돌발적으로 보통 생활에 숨겨 있던 모든 불만과 분노로써 그 남편의 행위의 사상과 태도의 노력과는 또다시 길을 잊어버리거나 이런 쓸쓸한 삼림 속에서 밤을 새이지 않으면 안 될 위험은 당하기 싫으니까요.
30
나는 공경스럽게 몸을 굽혔다. 그런즉 그 여자는 나의 팔목을 잡고 자기의 모든 일과 자기의 생활의 모든 일과 가정의 모든 일과 장사의 모든 일을 시작하여 웬만해서는 끝이 날 듯하지 않았다.
31
그들은 센 라사 ─ 르 시에서 장갑 장사를 하였다. 그 여자의 남편은 그 곁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고 그칠 새 없이 때때 직… 하고 있었다.
32
그러나 마침 나중에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 없도록 몸을 파묻고 그러고 그 신비적의 심처(深處)를 탐급(探及)한 듯이 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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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때때 길직한 예리한 조자(調子)로 직…하고 부르짖었다.
34
나는 이 이상한 부르짖는 소리는 꼭 무슨 신경병으로 인하여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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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는 갑자기 나에게 향하여 이상한 속도로 돌연 목소리의 조자(調子)를 변하여 말하였다.
36
『여보세요 만일 수고가 되지 않으시거든 어떻게 저하고 같이 가 주실 수는 없는지요?』 이제는 우리들 시험(試驗)과 결혼 동시부터 현재까지의 생활을 질매(叱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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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더듬더듬 아내를 극력 만류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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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나 여보…, 그 그 그것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 양반 앞에서… 응…, 우스운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야…. 자… 고만 둬… 이 양반에게는 조금도 재미있는 일이 아냐… 응…, 고만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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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슬픈 듯한 눈으로 풀이 무성한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속으로 달아나 누구에든지 보임이 없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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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그런 소리를 내십니까?』 하고 물었다.
41
그런즉 그는 허둥지둥하는 듯한 모양으로 기가 막힌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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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의 보이지 않게 된 귀여운 개(犬)요』라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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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소. 벌써 그런 지 일 년이나 됩니다마는 그놈(개를 말함)은 벌써 상점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바깥에 나간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삼림으로 산보하러 저기로 몰고 가주려고 언제든지 생각을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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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풀을 본 일도 없고 풀잎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고 나중에는 미친개가 되어 버렸읍니다. 지독하게 짖으면서 삼림으로 달아난 뒤에는 한 번도 보지를 못하였읍니다. 이로부터 이러한 추측을 할 수가 있지요. 즉 그놈은 철도를 두려워하였읍니다. 그래서 그것이 그놈을 정기(正氣)가 되게 한 것이 틀림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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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불러도 도로(徒勞)였읍니다.…얼마를 지낼지라도 돌아오지를 않아요. 그놈은 삼림 속에서 굶어죽은 것이 틀림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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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젊은 여자는 남편을 돌아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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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소! 한 번 목도리를 떠나가면 다시 돌아오지는 않아요! 우선 당신처럼 생긴 사람이 기른다는 것이 되지 않을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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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자는 비싯비싯 조그마한 소리로 말하였다.
50
『그러나 여보! 그것은 당신이…』라고. 그 여자는 벌떡 서서 멀건히 남편의 눈을 들여다 보며 당장에 그것을 뜯어 버릴 듯한 어조로 수(數)를 알 수 없는 저주와 질매(叱罵)를 연발하였다.
51
그동안 해가 아주 저물어 버렸다. 석양에 시골을 덮고 있던 저녁 안개는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52
밤에 자여가는 삼림을 싸고 돌아가는 쾌미(快美)하고 이상한 양기(涼氣)를 띠게 하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시상(詩想)이 끓어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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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돌연 젊은 남자는 우뚝서 서라고 하고 급하게 체중(體中)을 탐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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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큰일났다! 큰일날 일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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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까지 팔둑에 걸었던 옷이… 아 조금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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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버렸는 걸! 돈이 들어 있는데!』
60
그런즉 그 여자는 또다시 비상(非常)히 성이 나서 눈이 빠질 듯한 회멸(悔蔑)의 언사로,
61
『무엇? 또 이 모양일세. 왜 그렇게 정신이 없소? 그러나! 왜 이렇게 못났소! 이런 허수아비하고 같이 살 수가 있나? 자 ─ 자 어서 가서 찾아가지고 와요! 자! 애를 써서 …찾을 때까지 찾아보고 오세요! 나는 이 양반과 베르사이유로 가서 기다릴 터이니 나는 ─ 삼림 속에서 자기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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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녀올 터이야, 찾아올 터이야. 그러나 어디서 만날까?』라 하였다.
64
그래서 나는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런즉 남자는 걱정이 되어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듯한 눈을 사면으로 돌리면서 정성을 하여 땅 위에 몸을 수그린 채 오던 길로 돌아갔다. 그러고 쉴새없이 그 직하는 소리를 거퍼하면서 멀리 가버리었다.
65
그의 모양이 아주 없어지기까지는 웬만큼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그림자가 보이고 그것이 점점 엷어지고 그리고 나중에는 저쪽 길 끝에 사라져 버렸다.
66
이제는 그의 그림자까지 알 수 없게 되었으나 아직 안 된 것은 찍찍이 오래 오래 밤 어두움이 점점 깊어갈수록 예리하게 들려왔다.
67
그런데 나는 행복으로 찼다. 쾌활한 보조로 박모(薄暮) 정적에 잠기면서 나의 팔에 몸을 안기고 있는 알지 못하는 부인과 같이 걸어갔다.
68
나는 될 수 있는 데까지 고상하고 염려(艶麗)하게 울리는 말소리를 들었으나 틀렸었다. 그래서 도취한 중에도 조금만큼 오뇌하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읍니다.
69
그러나 얼마 안하여 불의에 지나가는 길을 가로막는 넓은 가로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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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우편에 조그마한 골목이 보이었다. 거기는 아주 작은 동리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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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리는 무슨 동리요』 하고 물어본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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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요? 브지발요? 정말 그렇습니까?』 하고 다시 물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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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그 남자는 괴아(怪訝)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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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음으로 마차를 세내어 베르사이유에 가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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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할 것이 없지요. 우스운 일예요. 나는 배가 고프지 않으니까 나는 아무리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도 관계치 않아요. 조금도 걱정은 없어요. 우리 남편은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아무 일도 없어요. 자기가 좋을대로 할 터이니까. 나에게는 이렇게 두세 시간일지라도 기를 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 알 수가 없어요.』
82
그래서 우리들은 시내가에 있는 어떠한 카페에 들어가서 특별히 조그마한 방을 빌기로 정하였다. 그 여자는 조금 술이 취하여 엷게 불그레하여졌다. 나는 참으로 마음이 상쾌하여져서 노래도 부르고 떠들기도 하고 모든 광태를 연(演)하였다. …그 여자도 지지 않게 날뛰고 모든 유쾌를 지었다. …모든 쾌락 가운데서 가장 좋은 행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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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 나의 최초의 간통한 기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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