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추성전문 ◈
카탈로그   본문  
미상
백신애
1
추성전문
 
 
2
우리 집 뜰은 즉(卽) 정원(庭園)은 너무나 살풍경(殺風景)이고 무기교(無技巧)하게 적다. 그러나 가지에 매어 달린 임금(林檎)의 한쪽 뺨을 곱게 비쳐주는 석양(夕陽)이 서산(西山) 저쪽으로 기울어 가면 야원(野原)과 뜰을 경계(境界)하여 둔 집 주위(周圍)의 ○수강 (○修綱)이 보이지 않게 됨으로 멀리 보이는 저 산(山) 밑까지 광야(廣野)는 대규모(大規模)의 광대(廣大)한 정원(庭園)으로 변(變)하여진다. 집안 식구(食口)들은 이 광대(廣大)한 정원(庭園)에 흩어져 누워서 밤마다 은하수(銀河水)를 쳐다보고 가을 특히 추수(秋收)하는 가을의 발자취를 들으려 한다. 누우면 은하수(銀河水)가 입술 위에 있게 되어야 이 해의 햇밥(신곡(新穀))을 먹게 된다는 노인(老人)의 말을 나는 어릴 때부터 들어 잘 알고 있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어느 시절(時節)이고 가리어 좋다고 생각하는 내가 아니면서도 여름이 절반(半)이나 되어 오면 가을 오기를 재촉한다. 하루 삼합(三合)이면 족(足)하고 남음이 있을 밤이어늘 온 들을 덮은 황금파(黃金波)와 도향(稻香)을 사정 없이 비어 눕히는 농부(農夫)의 날랜 낫자루가 번득이는 가을이 무엇이 그리 반가우랴? 만산홍엽(滿山紅葉)과 춘야만화(春野萬花)가 모두 그 운명(運命)이 시름 없거니와 단주○연(丹朱○然)한 가을의 굉장(宏壯)함은 더욱 사람들의 가슴에 조락(凋落)의 비가(悲歌)를 흘려 보내나니 명랑(明朗)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조락(凋落)의 비가(悲歌)를 반가워할 리(理)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웬일일까 밤이 되면 이 들 가운데 누어서 입으로 은하수(銀河水)를 겨누며 가을을 기다리며 좀처럼 입술 위로 옮겨오지 않는 은하수(銀河水)의 느린 걸음을 재촉하며 한탄하는가…… 뽀얗게 마른 흙땀 동리(洞里)에 흰 옷 때들이 억센 보리밥에 시달린 창자로 얼마나 추수(秋收)하는 가을을 기다리느냐. 봄과 함께 개방(開放)하였던 내 혼(魂)의 곡간(瑴間)도 여름 동안 흘린 땀과 함께 다 텅 비어졌으니 명상(冥想)과 반성(反省)의 가을이 와서 내 혼(魂)의 곡간(瑴間)도 채워야 하겠다. 푸른 산(山) 기슭에서 히 우는 황소의 울음이 살찐 이삭을 가득 싣고서 재촉하노니 굶주린 흰 옷의 무리를 위하여 텅 빈 내 혼의 곡간을 爲(위)하여 秋收(추수)와 反省(반성)의 가을이여 어서 오소서…… 가을을 반기지 않는 병적(病的)인 나의 착각(錯覺)은 멸시(蔑視)하소서. 가을의 유창한 소리가 들리는 시월(十月)이 앞으로도 몇 날이나 남았는 오늘 반기지 않으면서도 기다리는 가을의 한 복(福)을 보았다. 가을이 오기도 전(前)에 본 가을의 한귀퉁이…… 나 어릴 때 한시(漢詩)를 가르쳐 주고 소학맹자(小學孟子)를 가르쳐 주시던 얼금얼금 반(半) 곰보의 아저씨 마음 좋고 키 크고 이야기 잘 하고 잘 웃기고 술 잘 먹고 나 업고 복숭아 따 주시던 행복(幸福)하고 ○ 인 아저씨 그 아저씨가 오늘 두어 잔 술로써 온 얼굴에 단풍(丹楓)물을 들이고 그림자같이 우연히 나타났다. 아저씨를 못 본지가 벌써 십유여 년(十有餘年)이 되었으니 그 동안 겪은 고난풍파(苦難風波)가 어떠했다는 것은 첫 눈에 대강은 짐작해졌다.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를 죽음이 빼앗아가고 지금은 때묻고 떨어진 헌 옷과 설움만을 가슴에 안은 아저씨로 변(變)해졌다. 이 아저씨의 정장(情狀)이 가엽다고 남편(男便)이 자기(自己) 옷 한 벌을 갈아 입혔더니 아저씨는 때 묻은 헌 옷을 뭉쳐 뜰에 던지고 곁에 있는 붓을 들어 폐의만구여김갑(弊衣滿垢如金甲) ○ 무옥무○시○성(無屋無○是○城)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는 창황이 일어서려다가 남편(男便)과 나를 바라보며 또 한 구(句)를 썼다. 벽간상호 우모자(碧間相呼牛母子) 화○동숙연부처(花○同宿燕夫妻) 아저씨는 붓을 슬며시 놓으며
 
3
“고생(苦生)하느라고 글조차 잊어버렸구나. 떨어진 옷에 때가 차니 갑(甲)옷과 같고 집도 없고 담장도 없으니 ○성(○城)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편하기는 해 그러나 외양간에 어미소와 송아지가 서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연자(燕子)의 정다움을 볼 때 너의 이모(姨母)의 생각과 죽은 놈의 생각이 난단 말이야”하고는 울음보다 더 따가운 웃음을 한 번 웃고는 표연히 가버렸다. 아저씨의 죽은 아내는 나의 이모(姨母)이었다.
【원문】추성전문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 통계자료 없음 -
( 신규 )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추성전문 [제목]
 
  백신애(白信愛) [저자]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추성전문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