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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 2. 16.
고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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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조사
2
― 다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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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사상 처음인 우라늄과 프로토늄의 폭발은 사십만의 일본 시민들을 일순에 학살하고야 말았다. 이윽고 세계의 진정은 그 방사의 무덤 위에 세워진 백기의 표시로써 회복되었으며 죽음으로 쫓긴 젊은 나자들은 동양의 각지서 저마다 귀향의 배를 타고 또 육로를 걸었다. 그리하여 생환과 해후의 기쁨을 저 하늘가로 무수한 파문들을 올리며 끊이지 아니하는 것이었으니 더 많은 학병들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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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 우리와 함께 이 기쁨을 누릴 수 없는 빈 자리들이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를 조찰히 명목한다. 저항도 없이 사라져간 저들의 무명묘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짐짓 만질 수 없는 육신과 들리지 않는 음성들이 울울히 얽히여 지나가는 하늘가에 우리들은 살벌한 적자를 무엇이라 이름하면 좋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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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제국주의. 왜인…… 그러나 한 마디로 우리와 대립한 적자에게 육신 이상으로 나타난 우리들의 초월이란 가능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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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뒤에까지 겨누어 보는 젊은 나자들의 어쩔 수 없이 뚫어져가던 몰락이야말로 이미 온전한 스스로의 투철이 아니었던가. 영원히 분리되지 아니하는 혼령(정신)과 육신의 질곡이 얼마나 쓰디쓴 저들의 허무이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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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로 귀향하지 못하는 육신에 대하여 차라리 우리에게로 끝내 귀향할 수 있는 혼령의 영원을 믿는 자 그 몇이드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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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것은 육신이나 죽지 아니한 것은 혼령만이라는 고전적 신화가 어찌하여 저푸른 8월의 하늘가에 아직도 젊은 모두 마냥 살아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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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2월 16일 후꾸오까(복강) 형장에서 쓰러진 시인 윤동주는 아직도 스물 여덟 못가는 젊은 학도였다. 불령선인. 운동참가. 그는 명령대로 열심히 자작시의 일역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형의 앞에선 강독성 주사를 또한 거역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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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생의 압축은 모르는 사이 숱한 청년들의 맥박을 찔러간 것이며 그리하여 시인 윤동주는 의식의 양극을 부여잡고 그 하나에도 하직할 수 없는 저의 결백을 다만 울었을 뿐이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의식의 한 극은 무너지기 시작하여 강독성은 차차 만신으로 끓어 넘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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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본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이러한 결심에 이르고야 말자의식의 운명적인 예고를 처음부터 내재화 시킨 것이다. 우리는 오늘 적자들에게 압취된 그의 대부분의 시고를 상심으로 애석하는 바이다. 설사 그 고뇌의 심도를 더욱 이어 알지 못할지라도 거기 무슨 따로의 어긋남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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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쟁이 마지막으로 화염하던 질식 공간에서 하나의 초월과 하나의 신앙적인 시문에 귀의하여 있었던 미결수의 신화같은 자취를 그리고 그러한 레지스땅스를 저 처량무료하던 공극 안에 다시 채워볼 양이면은 그의 수월찮은 유고를 이 얼마나 우리들의 절대한 명맥을 감당하였는가를 헤아리고 남음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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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 2. 16. 국제신문》
【원문】윤동주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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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석규(高錫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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