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徐旂公曉樂律喜客 (서기공효악률희객) : 서기공은 음악을 잘 감상할 줄 알며 손님을 좋아했다
4
客至命酒 (객지명주) : 손이 오면 곧 술자리를 벌이고
5
鼓琴吹笛以侑之 (고금취적이유지) : 거문고를 뜯으며 저를 불면서 술을 권했다
6
余從之游而樂之 (여종지유이악지) : 나는 그를 좇아서 놀다가 대단히 기뻐서
7
得其奚琴焉以歸 (득기해금언이귀) : 해금을 얻어 돌아올 때
8
聲引手 (성인수) : 소리를 가다듬고 손을 이끌어서
9
作蟲鳥吟 (작충조음) : 벌레와 새 울음을 흉내내었다
10
旂公聞而大驚曰 (기공문이대경왈) : 기공은 그 소리를 듣고서 깜짝 놀라며
11
與之粟一溢 (여지속일일) : “곡식 한 움큼을 주어라
12
此褐之夫之琴也 (차갈지부지금야) : 이건 비렁뱅이의 거문고다.”라고 한다
14
何居 (하거) : “무슨 말이냐.”고 했다
17
子之不知樂也 (자지불지악야) : 자네는 음악을 전혀 모르는구나
18
國之二樂 (국지이악) : 우리 나라의 음악에 두 가지가 있으니
19
曰雅樂曰俗樂 (왈아악왈속악) : 하나는 <아악>이요 또 하나는 <속악>이니
20
雅樂者古樂也 (아악자고악야) : 아악은 옛 음악이요
21
俗樂者後代之樂也 (속악자후대지악야) : 속악은 뒷세상의 음악이다
22
社稷文廟用雅樂 (사직문묘용아악) : 사직이나 문고에는 아악을 쓰고
23
宗廟參用俗樂 (종묘참용속악) : 종묘엔 아악을 쓰되 속악을 가려 쓰는 법이니
24
是爲棃園法部 (시위리원법부) : 이는 곧 이원의 법부였고
25
其在軍門曰細樂 (기재군문왈세악) : 군대에서 쓰는 것은 <세악>이라 하는데
26
鼓厲凱旋嘽緩要妙之音 (고려개선탄완요묘지음) : 용맹을 돋우거나 개가를 부르며 돌아오거나 또는 조용하고 미묘한 소리가
27
無所不備 (무소불비) : 갖추어 지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28
故游宴用之 (고유연용지) : 보통 잔치에도 다 쓴다
29
於是而有鐵之琴安之笛 (어시이유철지금안지적) : 이에 저 철의 거문고 안의 저
30
東之腰鼓卜之觱篥 (동지요고복지필률) : 동의 요고 복의 대평수 따위가 모두 등장되었는데
33
俱以奚琴名 (구이해금명) : 모두 거문고로 이름나서
34
子如好之 (자여호지) : 자네도 그들을 좋아하면서
35
何不從而師之 (하불종이사지) : 자네는 어째서 그들을 찾아 배우지 않고
36
安得此褐之夫之琴乎 (안득차갈지부지금호) : 어디에 가서 이런 비렁뱅이의 거문고를 배웠는가
37
今夫褐之夫 (금부갈지부) : 이제 저 비렁뱅이는
38
操琴倚人之門 (조금의인지문) : 남의 집 문 밖에 서서
39
作翁媼嬰兒畜獸雞鴨百蟲之音 (작옹온영아축수계압백충지음) : 늙은 할아버지·할머니·어린아이· 온갖 짐승 닭 호리 벌레 따위의 소리를 시늉하다가
40
與之粟而後去 (여지속이후거) : 곡식을 주면 가버렸거늘
41
子之琴無乃是乎 (자지금무내시호) : 자네의 거문고는 이런 따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고 했다
42
余聞旂公之言大慙 (여문기공지언대참) : 나는 기공의 이 설명을 듣고는 크게 부끄러워서
43
囊其琴而閣之 (낭기금이각지) : 거문고를 주머니 속에 넣어 달아놓고
44
不解者數月 (불해자수월) : 풀지 않은지 몇 달이나 되었다
45
宗人琴臺居士來訪 (종인금대거사래방) : 하루는 일가 사람 금대거사가 찾아와
46
居士爲故縣監柳雲卿子 (거사위고현감류운경자) : ‘거사는 곧 돌아간 현감 유운경의 아들이었다
47
雲卿少任俠善騎䠶 (운경소임협선기䠶) : 운경이 젊어서 협기를 지녀서 말타기나 활쏘기를 잘하여
49
討湖賊著軍功 (토호적저군공) : 호적을 쳐서 공로를 세웠더니
50
悅李將軍家婢 (열리장군가비) : 이 장군 댁의 여종을 사랑하여
52
余從容問居士二弟者 (여종용문거사이제자) : 나는 조용히 거사에게 “당신 두 아우는
53
今皆安在 (금개안재) : 이제 모두들 어디에 있나.”고 물으니
56
吾故人有爲邊郡太守者 (오고인유위변군태수자) : 나의 친구 하나가 변방고을의 원이 되었기 때문에
57
吾足踔二千里 (오족탁이천리) : 난 발을 싸맨 채 이천 리를 뛰어가서
58
得五千錢 (득오천전) : 돈 오 천 냥을 얻어
59
歸李將軍家 (귀리장군가) : 이장군 댁을 찾아가서
60
贖此二弟 (속차이제) : 몸값을 치르고 두 아우를 찾아왔다
61
其長居南門外販網巾 (기장거남문외판망건) : 그래서 그 맏이는 남대문 밖에 살며 망건장이 노릇을 하고
62
其季籍龍虎營 (기계적룡호영) : 그 아우는 용호영에 적을 두었는데
63
善於奚琴 (선어해금) : 해금을 잘 뜯었으므로
64
今之稱柳遇春奚琴是已 (금지칭류우춘해금시이) : : 요즘 ’유우춘의 해금‘이라고 일컫는 것이 곧 그것이다.”고 했다
65
余愕然始記旂公之言 (여악연시기기공지언) : :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라 그제야 비로소 기공의 말이 기억되었다
66
旣悲名家之裔 (기비명가지예) : 나는 이런 명가의 자손이
67
流落軍伍 (류락군오) : 군대로 몰락되었음을 슬퍼하고
68
又喜其能名一藝以資生也 (우희기능명일예이자생야) : 다른 한편으로 또 그가 한 가지 예술을 배워서 생활을 할 수 있음을 다행히 여겼다
69
遂從居士訪其家 (수종거사방기가) : 나는 그제야 거사를 따라 유우춘의 집을 찾았는데
70
十字橋西 (십자교서) : 십자교 서쪽에 있었다
71
艸屋甚潔 (초옥심결) : 초가집이지만 몹시 깨끗하고
72
獨其母在 (독기모재) : 그의 어머니가 홀로 있어서
73
涕泣道舊 (체읍도구) : 울며 옛 일을 이야기했다
74
呼婢跡遇春告有客 (호비적우춘고유객) : 여종을 불러서 우춘의 있는 곳을 찾았더니 “손님이 계신가봅니다.”라고 한다
75
已而遇春至 (이이우춘지) : 이윽고 우춘이 들어왔다
77
諄諄然武人也 (순순연무인야) : 그는 순진한 무인이었다
78
後夜月明 (후야월명) : 그 뒤 어느 날 달이 밝은 밤에
79
余篝燈讀書 (여구등독서) : 나는 등불을 가리고 글을 읽었다
80
有衣黑罩甲四人者咳而入 (유의흑조갑사인자해이입) : 별안간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 넷이 기침을 하며 들어왔다
81
其一乃遇春也 (기일내우춘야) : 그 중의 하나가 곧 우춘이었다
82
大壺酒一彘肩 (대호주일체견) : 그는 큰 술병 하나와 돼지 어깨 한 짝을 메고
83
藍槖帶紅沈柿五六十顆 (람탁대홍침시오륙십과) : 또 붉은 침시 오륙십 개가 든 남색 전대를 끌고 들어왔다
84
三人者分持之 (삼인자분지지) : 셋이 나누어 가졌다
85
遇春揎袖大笑曰 (우춘선수대소왈) : 우춘은 소매를 툭툭 털며
86
今夜且驚書生 (금야차경서생) : “오늘 저녁엔 서생을 한 번 놀라게 해 볼까.”하고
87
使一人跪行酒 (사일인궤행주) : 그 중 한 사람을 시켜 끓어 앉아 술을 따르게 했다
88
半酣顧謂之曰 (반감고위지왈) : 술이 반쯤 취하자 셋을 돌아보며
89
善爲之 (선위지) : “잘들 해보게.”라고 한다
90
三人從懷中出笛一奚琴一篥一 (삼인종회중출적일해금일률일) : 셋이 품속에서 저 하나 해금 하나 대평수 하나를 끄집어 내어서
92
遇春就琴者膝 (우춘취금자슬) : 장차 끝날 무렵에 우춘은 거문고 가진 사람 앞에 가서
93
奪其琴曰 (탈기금왈) : 거문고를 빼앗고 이르기를
94
柳遇春奚琴 (류우춘해금) : “유우춘의 해금을
95
惡可不聞 (악가불문) : 어찌 듣지 않으리오”하고
96
信手徐引 (신수서인) : 손이 움직이는 대로 조용히 뜯었다
97
悽婉慷慨 (처완강개) : 슬프고 보드랍고 강개한 소리가
98
不可名狀 (불가명상) :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99
擲琴大笑而去 (척금대소이거) : 거문고를 던지고 크게 한 바탕 웃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100
琴臺居士將歸 (금대거사장귀) : 금대거사가 장차 집으로 돌아갈 때
101
理裝在遇春家 (리장재우춘가) : 우춘의 집에서 행장을 싸매게 되었다
102
遇春具酒要余 (우춘구주요여) : 우춘이 술을 갖추고 나를 청했다
103
坐置大銅盆 (좌치대동분) : 그 곁에는 커다란 구리 항아리를 놓았기에
104
問其故 (문기고) : 그 까닭을 물었더니
105
曰備醉嘔也 (왈비취구야) : 그는 “취하면 토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입니다.”한다
106
酒行其盃椀也 (주행기배완야) : 술이 돌아오는 것을 본즉 그 잔은 사발이었다
107
有在異室中燒牛心 (유재이실중소우심) : 그리고 다른 방에서 소 염통을 구워서
108
度酒一行 (도주일행) : 술이 한 순배 돌자
109
割而不提 (할이불제) : 베어서 던지지 않고
110
承一盤卧一箸 (승일반와일저) : 쟁반에다가 저 하나를 놓고
111
使婢跪而進之 (사비궤이진지) : 종년으로 하여금 끓어 앉아 드리게 했다
112
其法與士君子相聚會飮酒有異也 (기법여사군자상취회음주유이야) : 그 법은 여느 사군자들과 함께 모여 술 마시는 것과 달랐다
113
是時余盖携囊中琴往 (시시여개휴낭중금왕) : 이때에 나는 주머니 속에 넣은 거문고를 가지고
114
出而示之曰此琴何如 (출이시지왈차금하여) : 나가 내어 보이며 “이 거문고가 어떤지
115
昔者吾有意於子之所善 (석자오유의어자지소선) : 내 일찍이 그대의 좋아하는 것에 뜻을 두어
116
臆而爲蟲鳥吟 (억이위충조음) : 멋대로 짐작만 대고 벌레나 새 울음소리를 흉내냈더니
117
人謂之褐之夫之琴 (인위지갈지부지금) : 남들은 ‘비렁뱅이 거문고’라고 웃기에
118
吾甚病之 (오심병지) : 나는 심히 무색했다네
119
何以則非褐之夫之琴而可乎 (하이즉비갈지부지금이가호) : 그럼 어떻게 하면 ’비렁뱅이 거문고‘의 이름을 면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120
遇春拊掌大笑 (우춘부장대소) : 우춘은 손벽을 치며 크게 웃으며
121
曰迂哉子之言也 (우춘부장대소왈우재자지언야) : “오활하구나 그대의 말이여
122
蚊之嚶嚶蠅之薨薨 (문지앵앵승지훙훙) : 저 모기가 앵앵거림과 파리가 윙윙댐과
123
百工之啄啄 (백공지탁탁) : 온갖 공장이 뚝딱땜
124
文士之蛙鳴 (문사지와명) : 문사들의 개구리 울음에
125
凡天下之有聲 (범천하지유성) : 무릇 천하의 모든 소리가
126
意皆在乎求食 (의개재호구식) : 그 뜻이 먹을 것에 있으니
127
吾之琴與褐之夫之琴 (오지금여갈지부지금) : 나의 거문고나 저 비렁뱅이의 거문고가
128
奚以異哉 (해이이재) : 어찌 다르겠는가
129
且吾之學斯琴也 (차오지학사금야) : 다만 내가 이 거문고를 배울 때
130
有老母在爾 (유로모재이) : 늙은 어머니가 계셨으니
131
不妙何以事老母乎 (불묘하이사로모호) : 아름답지 못하다면 어찌 늙은 어머니를 섬길 수 있었겠는가
132
雖然吾之琴之妙 (수연오지금지묘) : 그러나 내 거문고의 아름다움이
133
不如褐之夫之琴之不妙而妙也 (불여갈지부지금지불묘이묘야) : 저 비렁뱅이 거문고의 아름답지 못하면서도 아름다움이 있음만 못하고
134
且夫吾之琴與褐之夫之琴 (차부오지금여갈지부지금) : 또한 내 거물고와 비렁뱅이의 거문고는
135
其材一也 (기재일야) : 그 재료가 같으니
136
馬尾爲弧 (마미위호) : 말꼬리로 활을 만들되
137
澁以松脂 (삽이송지) : 송진으로 칠을 했으니
138
非絲非竹 (비사비죽) : 이는 현악도 아니요 관악도 아닌
139
似彈似吹 (사탄사취) : 뜯는 듯도 하고 부르는 듯도 하여
140
始吾之學斯琴也 (시오지학사금야) : 처음에 내가 이 거문고를 배울 때에
141
三年而成 (삼년이성) : 3년 만에 이루었으나
142
五指結疣 (오지결우) : 다섯 손가락에 굳은 살이 맺히고
143
技益進而廩不加 (기익진이름불가) : 기술이 더욱 진보할수록 봉급은 더하지 않을뿐더러
144
人之不知益甚 (인지불지익심) : 사람이 알지 못하는 이가 더욱 많아졌다네
145
今夫褐之夫也 (금부갈지부야) : 이제 저 비렁뱅이는
146
得一破琴 (득일파금) : 깨어진 거문고 하나를 얻어서
147
操之數月 (조지수월) : 연습한지 몇 달 만에
148
聞之者已疊肩矣 (문지자이첩견의) : 듣는 사람들이 벌써 어깨 모아 모여들고
149
曲終而歸 (곡종이귀) : 곡조가 끝나고 돌아갈 대에는
150
從之者數十人 (종지자수십인) : 그 뒤를 따르는 자가 몇 십명이요
151
一日之獲粟可斗而錢歸撲滿 (일일지획속가두이전귀박만) : 하루 동안에 얻은 것을 헤아려보면 곡식은 말이나 되고 돈은 움큼이나 찼으니
153
知之者衆故耳 (지지자중고이) : 아는 자가 많은 까닭일 뿐일세
154
今夫柳遇春之琴 (금부류우춘지금) : 그런데 이제 유우춘의 거문고는
155
通國皆知之 (통국개지지) : 온 나라 사람이 모르는 자 없었다
156
然聞其名而知之爾 (연문기명이지지이) : 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고 아는 것일 뿐
157
聞其琴而知之者幾人哉 (문기금이지지자기인재) : 그 거문고를 듣고서 아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158
宗室大臣夜召樂手 (종실대신야소악수) : 종전 대신들이 밤에 악공을 부르면
159
各抱其器 (각포기기) : 그들은 각기 그 악기를 안고
160
趨而上堂 (추이상당) : 무릎을 끌며 가서 마루에 오르면
161
有燭煌煌 (유촉황황) : 촛불이 환하게 켜 있고
163
善且有賞 (선차유상) : ’자네 잘만 하면 상을 줄 거야’하면
164
動身曰諾 (동신왈낙) : 악공은 몸을 얄랑거리며 ‘예이’하고는
165
於是絲不謀竹 (어시사불모죽) : 연주를 시작할 때에 현악을 맡은 자는 관악 맡은 자에게
166
竹不謀絲 (죽불모사) : 관악을 맡은자는 현악을 맡은 자에게 서로 의논도 하지 않고서
167
長短疾徐 (장단질서) : 길거나 짧거나 재빠르거나 늦거나
168
縹緲同歸 (표묘동귀) : 표묘함에 아무런 구별이 없이
169
微吟細嚼 (미음세작) : 작은 읊음과 가는 목소리가
170
不出戶外 (불출호외) : 문 밖에 들리지 않으면
171
睨而視之 (예이시지) : 주인은 비슷 흘겨보고는
172
邈焉隱几 (막언은궤) : 잠자코 의자를 비겨
173
意其睡爾 (의기수이) : 마치 조는 듯하다가
174
少焉欠伸曰止 (소언흠신왈지) : 얼마 되지 않아 하품하면서 “그치라”하면
175
諾而下 (낙이하) : “예”하고 내려갔으니
176
歸而思之 (귀이사지) : 돌아와 생각해보면
177
自彈自聽而來爾 (자탄자청이래이) : 자기가 연주한 것을 자기가 듣고 왔을 다름인 것이네
178
貴游公子翩翩名士 (귀유공자편편명사) : 또 귀유 공자나 팔팔한 명사들이
179
淸談雅集 (청담아집) : 맑은 이야기 아담한 모임에서는
180
亦未甞不抱琴在坐 (역미상불포금재좌) : 이 거문고를 끼고 반드시 앉아서
181
或評文墨 (혹평문묵) : 혹은 문장을 평론하고
182
或較科名 (혹교과명) : 혹은 과명을 비교하기도 하여
183
酒闌燈灺 (주란등사) : 술이 가뜩 취하고 등불이 가물가물한데
184
意高而態酸 (의고이태산) : 뜻은 높으나 태도는 괴로워서
185
筆落箋飛 (필락전비) : 붓이 닿자 종이는 벌써 날아가니
186
忽顧而語曰 (홀고이어왈) : 그는 별안간 돌아보며
187
汝知爾琴之始乎 (여지이금지시호) : ‘넌 이 해금의 창조된 역사를 잘 아는가.’하면
188
俯而對曰不知 (부이대왈불지) : 나는 몸을 굽히며 ‘알지 못합니다.’고 했었다
189
曰古嵇康之作也 (왈고혜강지작야) : 그는 또 ‘옛날 태강이 처음 만든 거야.’하면
190
復俯而對曰唯 (부부이대왈유) : 나는 다시 몸을 굽힌 채 ‘예예 그렇습니다.’고 했다
191
有笑而言曰奚部之琴也 (유소이언왈해부지금야) : 그 곁에서 ‘아니야 이해금은 해부의 거문고란 의미지
192
非嵇康之嵇也 (비혜강지혜야) : 혜강이란 혜자는 아니야.’하고 껄껄대면
193
一坐紛然 (일좌분연) : 그때에 한 좌석이 소란할 뿐
194
何與於吾琴哉 (하여어오금재) : 이것이 내 거문고에 무엇이 관계 있겠는가
195
至若春風浩蕩 (지약춘풍호탕) : 또 봄바람이 호탕하여
196
桃柳向闌 (도류향란) : 버드나무 난만할 때
197
中涓羽林 (중연우림) : 시종하는 무인들과
198
狹斜少年 (협사소년) : 기생집에 노는 청년들이
199
出游乎武溪之濱 (출유호무계지빈) : 저 무제의 물가에 나가 놀 때
200
針妓醫娘 (침기의낭) : 바느질하는 기생이나 약 달이는 아가씨들이
201
高䯻油罩 (고고유조) : 높은 쪽진머리 기름으로 잠재우고
202
跨細馬薦紅 (과세마천홍) : 허리 가는 말을 걸터타고 붉은 담요를 깐 채
203
絡繹而至 (락역이지) : 끊임없이 이르러서
204
演戱度曲 (연희도곡) : 광대놀이를 연출하며
205
滑稽之客 (활계지객) : 노래를 불러 골계스러운 손님들이
206
雜坐詼調 (잡좌회조) : 순서 없이 앉아서 농말을 붙이지 않아
207
始奏鐃吹之曲 (시주요취지곡) : 처음에는 요취곡을 아뢰다가
208
變爲靈山之會 (변위령산지회) : 마침내 영산회를 불러
209
於是焉煩手新聲 (어시언번수신성) : 이에 재빠른 손에 새로운 소리를 내어
210
凝而復釋 (응이부석) : 맺힌 것을 다시 흩기도 하려니와
211
咽而復通 (인이부통) : 목멘 것을 다시금 터놓기도 하면
212
蓬頭突鬢 (봉두돌빈) : 저 다북머리와 검은 수염장이나
213
壞冠破衣之倫 (괴관파의지륜) : 허물어진 갓 찢어진 옷을 입은 따위들이
214
搖頭瞬目 (요두순목) : 머리를 흔들고 눈을 껌벅이며
215
以扇擊地曰善哉善哉 (이선격지왈선재선재) : 부채로 땅을 치면서 ‘아아, 좋지 좋아.’하니
216
此爲豪暢 (차위호창) : 이런 것을 호방스럽고 유쾌하다 하고
217
猶不省其微微爾 (유불성기미미이) : 그것이 그다지 신기하지 못함은 모르더라
218
吾之徒有宮其者 (오지도유궁기자) : 다만 우리 동무 중에 ‘호궁기’라는 자가 있어서
219
暇日相逢 (가일상봉) : 한가한 날 서로 만나면
220
解囊摩挲 (해낭마사) : 거문고 주머니를 끌어 거문고를 어루만져
221
目捐靑天 (목연청천) : 눈은 저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으나
222
意在指端 (의재지단) : 뜻은 손가락 끝에 두어서
223
差以毫忽 (차이호홀) : 털끝만한 그릇됨이 있다면
224
大笑而輸一錢 (대소이수일전) : 곧 크게 웃으며 돈 한 냥을 준다
225
然兩人未甞多輸錢 (연량인미상다수전) : 그러나 그 둘은 일찍이 많은 돈을 허비하지 않았으니랴.
226
故曰知吾之琴者 (고왈지오지금자) : 그러므로 ‘나의 거문고를 알아주는 자는
227
宮其而已 (궁기이이) : 이 세상에 궁기가 있을 따름이라.’하는 것이다
228
宮其之知吾之琴 (궁기지지오지금) : 그러나 궁기가 나의 거문고를 아는 정도는
229
猶不如吾之知吾之琴之爲益精也 (유불여오지지오지금지위익정야) : 오히려 내가 스스로 나의 거문고를 아는 것처럼 정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야
230
今吾子欲捨功易而人之知者 (금오자욕사공역이인지지자) : 이제 그대는 공력을 적게 들이고 남이 잘 알 수 있는 것을 버리고
231
學功苦而人之不知者 (학공고이인지불지자) : 마음이 괴롭고도 남이 알 수 없는 것을 배우고자 하니
232
不亦惑乎 (불역혹호) : 이는 어찌 미혹하지 않은가.”
233
遇春母死棄其業 (우춘모사기기업) : 그 뒤에 우춘은 그 어머니가 세상을 버리자 그의 업을 버렸고
234
亦不復過余 (역불부과여) : 역시 내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235
盖孝而隱於伶人者也 (개효이은어령인자야) : 그는 대체로 효도하는 사람으로서 배우 중에 숨은 자이었다
236
其言技益進而人不知 (기언기익진이인불지) : 그의 말에 “기술이 더욱 진보될수록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237
則豈獨奚琴也哉 (칙기독해금야재) : 이에 대해서야 어찌 해금에서만 그럴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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