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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가(山家)의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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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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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家[산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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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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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겨울을 지내고 동구 밖에 조그만 초가를 산 후, 병에 약한 몸을 쉬게 되었다. 이 초가에 오자마자 넓은 뜰안에 앵두꽃이 만발하였다. 꽃은 적으나 나무에 다닥다닥 붙고 정열적인 붉은 꽃 ── 그 구슬같은 적은 꽃이 뭉치가 되어 만발한 정원은 꽃세계를 이루었다. 나는 앵두나무 사이를 거닐며 잃어버린 정열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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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한 마리가 꽃나무 사이를 뛰어 다니고 있었다. 의자를 앵두꽃 옆에 놓고 자기의 정열을 마음껏 완성한 그 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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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슨의 시집을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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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를 가지고 빈터에 콩을 심고 감자싹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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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홍군과 함께 뒤 창 옆에 조그만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었다. 아, 작은 내 마음의 낙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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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밤나무 사이에 걸린 달은 유난히도 서늘하고 고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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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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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분이 좋다. 수원 부국원에서 포도묘목이 왔다. 그리고 사과 묘목도 왔다. 정제(整制)한 땅 위에 한 놈씩 심다. 대지와의 결합이 이 땅에서 뿌리를 박고, 새싹이 트고, 잎이 퍼져 구슬같은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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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묘목을 심고 작은 묘목에 축복을 빌다. 무럭무럭 커서 달덩이 같은 열매들이 열리라고, 나는 아름다운 이 동산에 이름없는 시인이 되어, 포도를 따고 사과를 따서 여름날에는 그 포도그늘 밑에서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사람이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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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닭들이 포도묘목을 뒤집기 시작한다. 어여쁜 나의 새여. 나는 장난을 중지하는 동무가 되었다. 십여일 전에 사온 십여마리 레구혼이 나를 보면 반겨 뒤를 따르고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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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주간 조일신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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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 동네 아이들이 북한산에 가서 木蓮[목련]을 캐가지고 와서 사라고 한다. 한주에 육십전씩 주고 다섯나무를 샀다. 물을 주고 정성껏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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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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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이 피다. 아침에 그 꽃을 손으로 만져보고 코로 냄새를 맡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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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도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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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나 발견한듯이 그 꽃을 못내 그리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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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로 내려갔다. 포도묘목에 희고 빨갛게 순이 뭉실뭉실 자라난다. 아, 성장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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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봉실봉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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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큰포도 밭을 그려보며 기뻐하였다. 강아지가 길길이 뛰며 포도 묘목을 밟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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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순진한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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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를 안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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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 木蓮[목련]을 살펴보니 파란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아, 주먹같은 꽃을 피어달라고 나는 기도하다시피 중얼거렸다. 내 집 뜰에 피는 어여쁜 꽃은 얼마나 자랑일까. 밤에는 달이 창에 비쳐서 공연한 공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원문】산가(山家)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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