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恩津鼠娘子[은진서낭자]도 印度[인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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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이리저리로 돌아다니는 동안에 그 고장 형편을 따라서 연방 그 내용이 변화하는 실례를 쥐가 며느리 보는 이야기에서 가장 적당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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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부터 三[삼]백 년 전에 기록된 柳夢寅[유목인]이란 이의 <於干野談[어간야담]>이란 책에 이러한 고담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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恩津彌勒[은진미륵] 밑에 사는 땅쥐가 잘 생긴 딸을 하나 두고 같은 쥐에게 시집보내기가 아까와서 천지간에 제일 갸륵한 것이 해리라 하여서 햇님에게 가서 사위가 되어 달라고 하였다. 해가 사위삼으려 하는 사연을 듣더니 「나는 과연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지마는, 구름 앞에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피해 들어가는 터이니, 구름에게 가서 상의하는 것이 좋겠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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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거니 하고 쥐가 구름에게로 가서 사위가 되어 달라 하였다. 구름의 말은 「내가 해는 이기지마는 바람에게는 몰려 지내서 바람이 번듯하기 무섭게 쫓겨다니기에 볼일을 못 보오.」한다. 바람에게 가서 그 말을 한즉, 바람의 대답은 「내가 과연 구름 같은 것은 먼지 같이 불어 없애고, 또 내가 얼마만큼 심술을 부리기만 하면 천지 만물이 위풍에 눌려서 비슬거리고 드러눕지 아니하는 것이 없지마는, 꼭 하나 은진미륵만은 아무리 흔들어도 까딱을 아니하는 터이니, 영특한 이를 찾을 양이면 은진미륵에게로 가 보시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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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륵에게로 돌아와서, 이러이러하니 당신이 부득불 우리 사위가 되어 주어야 하겠다고 하였더니, 미륵의 말이 「미상불 바람도 나를 꼼짝하지 못하지마는, 당신네 쥐가 내 자리 밑을 팔 때에는 견디다 못하여 가끔 움죽움죽하지 아니치 못하오. 그러고 보니 해보다 갸륵한 구름, 그보다 갸륵한 바람, 또 그보다도 갸륵한 것이 낸데, 나도 당신네에게는 물려 지내니, 온통 말하면 당신네 쥐가 제일 갸륵한 셈이라, 달리 혼처를 찾을 것 없이, 당신네 쥐에게서 사윗감을 고르는 것이 합당할 줄 아오.」하였다. 쥐가 생각하여 보니까 사리가 그럴 듯하여, 다시는 사윗감 찾으러 다니기를 단념하고, 도로 자기네 쥐에게로 시집을 보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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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다른 허다한 이야기와 한가지로, 그 근원이 인도로부터 난 것이다. <판차탄트라> 중에 실려 있는 이 이야기의 시초는 이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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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신선 한 분이 강물에서 목욕을 하고 있노라니, 매에게 채였던 쥐가 한 마리 공중으로서 떨어졌다. 신선이 法力[법력]으로써 쥐로 색시를 만들고 제일 갸륵한 이의 아내를 삼으려 하여 해와 구름과 바람과 산을 두루 찾아 다니다가 맨 나중에 쥐가 제일 세력 있다는 말을 듣고 색시를 도로 쥐가 되게 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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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히데파데사(Hitopadesa)>에는 이러한 모양으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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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에게 치었던 쥐가 그 주둥이로서 떨어져서 어떠한 신선에게 길리게 되었다. 신선이 그 쥐가 항상 고양이에게 물려 지냄을 보고 변화하여 고양이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개가 못살게 구는 고로 다시 고양이를 개로 변화시켰다. 개는 또 범에게 물려 지내므로 개를 변화하여 범을 만들었다. 이렇게 차례로 무서운 짐승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제는 다시 무서울 것이 없으리라고 갸기가 나서 길러 준 은혜를 잊어버리고 신선을 죽일 생각을 하였다. 신선이 이 놈의 마음먹은 것을 살피고 도로 쥐를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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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슷한 이야기는 이 밖에도 <마하바라타(Mahabharata)> <카타사릿사가라(Katha Sarit Sagara)>같은 여러 가지 책에도 적힌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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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이러한 모양으로 변화하였다. 一[일]백 五[오], 六○[육공]년 전에 난 岡白駒[강백구]란 이의 <奇談一笑[기담일소]>란 책에 이러한 이야기가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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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쥐 양주가 새끼를 이 세상에서 한골가는 이의 색시를 만들려하여, 맨 먼저 해에게로 갔었다. 해는 자기의 빛을 가리는 구름에게로 미루고, 구름은 자기를 흩어버리는 바람에게로 미루고, 바람은 자기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는 壁[벽]에게로 미루었다. 그래서 벽에게 가서 상의한즉, 자기보다도 쥐가 영특하다고 하므로, 마침내 쥐가 쥐에게로 시집가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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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일본에서 「鼠の嫁入[서가입]」(쥐의 시집가는 이야기)라 하여 매우 세력 있는 것 중의 하나인데, 六五○[육오공]년 전에 난 無住法師[무주법사]의 <砂石集[사석집]>이란 책에도 실려 있는 것을 보면, 그 시초가 어지간히 오랜 줄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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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미륵이 나오는 것을 보면 변통 없이 조선에서 생긴 이야기 같이 생각하기 쉽지마는, 실상은 인도의 이야기에 산이라 한 것을 아무쪼록 실지적 감흥을 깊게 하려 하여 , 조선에서 제인 유착하고 질둔하게 아는 물건으로 바꾸려 하는 것이 은진미륵을 끄집어 왔음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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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에 가서도 그 자리에다가 벽으로써 바꾸어 놓은 것을 주의할 것이니, 이는 혹시 고려 시절에 은진미륵으로 바뀐 이야기가 일본으로 들어갔으나 은진미륵이면 이야기 알아듣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아무데서든지 알기 쉬운 벽으로 대신한 것일지도 모르거니와, 어찌 갔든지 인도의 이야기가 그 고동되는 토막이 조선에 와서는 조선 사람에게 긴착하게 변화가 되고, 일본에 가서는 일본 사람에 긴착하게 변화된 것을 볼 것이요, 또 한 번 한번씩 변화하는 동안에 산이 미륵이 되고 미륵이 벽이 된 것처럼, 차츰차츰 듣는 이의 알아들을 성이 더욱 긴착하여진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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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글 치레하기 잘하고 이야기 변작하기에 특별한 솜씨가 있는 지나 사람들은 이 의취를 가지고 몇 번 궁굴려서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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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는데, 좋은 이름을 짓는다 하여 범이라 하였다. 핀잔주는 이가 말하기를, 범이 과연 사납지마는 용처럼 신령하지는 못한 것이니, 용이라 하는 편이 좋겠다 하였다. 다른 이는 말하기를, 용이 범보다 신령하기는 하지마는, 용이 하늘로 올라가자면 구름을 타야 하나니, 그럼 구름이 용보다 더할 듯한즉, 구름이라고 이름 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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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는 말하기를, 하늘을 뒤덮는 구름이라도 바람이 불면 흩어지나니, 구름이 바람을 당하지는 못하는 것이라, 마땅히 바람으로 고칠 것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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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는 말하기를, 아무리 큰 바람이 휩쓸지라도 둘러 막힌 담은 그것을 넉넉히 막아내나니, 담 앞에는 바람도 없는 것이라 담이라고 이름하는 것이 옳다 하였다. 또 다른 이는 말하기를, 담이 아무리 단단할지라도 쥐가 구멍을 뚫으면 넘어지나니, 담인들 쥐에게야 견디는가, 그런즉 쥐라고 이름하는 것이 옳다 하였다. 옆에 있던 늙은이가 가만히 앉아서 듣다가, 깔깔 웃으면서 서투른 소리들 하지 마오, 쥐 잡아 먹는 것이 고양이 아니오, 그러고 본즉 고양이라고 그대로 두는 것이 제일 훌륭한 이름 아니오, 그런 것을 구태여 다른 이름을 짓노라고 애쓰잘 것이 무엇이오 하였다 한다 (古今圖書集成[고금도서집성] 博物彙篇[박물휘편] 禽蟲典[금충전] 猫部[묘부] 所引[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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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이렇게 구르고 바뀌어서 변통이 되기 시작하면, 나중에 가서는 백판 딴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니, 이로써 볼진대 오늘날 와서 그 시초가 어디서 생긴지를 상고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무슨 방법이 있어서 그 뒤를 거두어 들어갈 수가 있을진대, 몽상도 할 수 없는 곳에 가서 그 근본을 찾아내게 될 것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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