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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장만록(墨莊漫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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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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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莊漫錄[묵장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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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海外[해외] 仙境[선경]에 관한 例話[예화]로는 〈墨莊漫錄[묵장만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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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州[명주] 士人[사인] 陳生[진생] 아무가 어느 해에 서울로 과거를 보러 올라올새 집이 구차하여 진작 治行[치행]하지를 못하고, 定海[정해]라는 浦口[포구]로 나가서 큰 장삿배에 붙여서 수로로 通州[통주]까지 올라가서 서울로 가기로 하여 동행 一○[일공]여 舟[주]와 함께 떠났더니, 하루는 대양에서 홀연 폭풍을 만나 태산 같은 물결에 다른 배들이 차례로 엎어지고, 陳生[진생]의 탄 배는 사람들이 바삐 서둘러서 간신히 覆船[복선]은 면하고, 腹魚[복어]에 葬事[장사] 지낼 듯한 고비를 여러 번 지내고 수일 뒤에 바람이 겨우 자니, 해상이 아주 서툴러서 방향을 모르겠고 도무지 다녀보지 못한 곳이었다. 언뜻 鐘磬聲[종경성]이 뎅뎅 쟁그렁 함을 듣고 정신을 차려보매, 의외에 산천이 가까이 있거늘 浦口[포구]를 찾아 배를 타고 놀란 혼들을 鎭靖[진정]하는데, 陳生[진생]이 기운을 차려 뭍으로 내려서 길 있는 데로 좇아 들어가매, 전후 좌우에 좋은 나무가 빽빽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오락가락 울며, 一○里許[일공리허]를 가니 金碧燦爛[금벽찬란]한 큰 집이 나서고, 쳐다보니 현판이 있으되 「天宮之院[천궁지원]」이라 하였거늘 드디어 절을 하고 들어가매, 긴 行閣[행각]이 고요하여 아무 소리가 없으며, 대청 위에는 한 노인이 의자에 앉았으니, 긴 눈썹과 하얀 수염에 신수가 한없이 청수하고 바야흐로 講說[강설]을 시작하려는 모양이요, 좌우에 白袍[백포] 鳥巾[조건]한 이 약 三[삼]백여 인이 모셔 있다가, 서투른 손이 들어옴을 보고 모두 놀라서 어디에서 오느냐 하거늘, 陳生[진생]이 飄風(표풍)해 들어온 말을 告[고]하니, 矜恤(긍휼)히 여겨 따로 한 처소로 인도해 앉히고 먹을 것을 내다가 대접하는데, 器皿[기명]은 죄다 金玉[금옥]이요 음식이 다 정결하고 나물은 다 좋은 약초의 싹이어서 甘味[감미]하기 이를 길 없으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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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스스로 말하기를 「우리들이 다 중국사람으로서 唐[당]나라 말년 黃巢[황소]의 亂離[난리]에 이리로 와서 시방 몇 甲子[갑자]나 지낸지를 모르거니와, 中原[중원]의 天子[천자]가 시방은 누구시며 아직도 長安[장안]에 도읍하고 계신가?」 하거늘, 陳生[진생]이 일러주되 「李[이]씨네 唐[당]나라 뒤에 五代[오대]를 넘어 五○[오공]여 년을 지내고, 천하가 비로소 평정하여 시방 황제는 宋[송]씨요, 국호는 宋[송]이요, 汴京[변경]에 도읍하여 계십니다」 한즉,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嗟嘆[차탄]하며 다시 두 제자에게 명하여 데리고 다니며 구경을 시키라 하거늘, 그 길에 두 사람에게 묻되 「여기는 어디며 老人[노인]은 누구시뇨?」 한대, 가로되 「우리들은 號[호]하되 處士[처사]라 하니 신선이 아니라 사람이며, 노인은 唐[당]나라 丞相[승상] 裴休[배휴]시며, 제자는 무릇 三等[삼등]에 나누어서 每等[매등][일]백 인씩이 다 선생께 受學[수학]하고 있느니라」하였다. 그들이 陳生[진생]을 이끌고 험한 길로 하여 높은 산으로 올라가더니, 멀리 한 峰[봉]이 우뚝하게 하늘을 찌르고 峰頂[봉정]에 백설이 자옥하게 쌓인 것을 가리켜 가로되 「저기는 蓬萊島[봉래도]니, 산 밑에 蛟龍[교룡]이 떼로 서리고 있어, 범상한 물건들은 감히 침범하지를 못하느니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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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生[진생]이 거기 머물러 있은 지 오래되매, 一[일]일은 서쪽을 바라고 浩然[호연]히 집 생각을 하나 입으로 말은 아니 하였는데, 노인이 보고 미소하여 가로되, 「왜 집이 그리운가? 네가 夙契(숙계)가 있기로 여기까지 오기는 하였건마는, 그래도 俗緣[속연]이 다하지 못하여 갈 생각을 하는도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길이니, 蓬萊山[봉래산] 구경이나 한번 시켜 주리라」하고 곧 배를 대령하라 하여 타고 앉으매 순식간에 山下[산하]에 이르니, 그 때는 깊은 밤이요 새벽이 되매 불덩어리 같은 日輪[일륜]이 바로 산 옆에서 솟아오르는데, 먼저 물결이 소리를 치고 뛰놀아서 萬雷[만뢰]가 우는 듯 千山[천산]이 넘노는 듯하고, 고대 밝은 빛이 홱 쏟아져서 허공으로 쫙 퍼지며, 이윽고 하늘이 환해지거늘, 보니 金玉[금옥]으로 짓고 珠貝[주패]로 꾸민 대소 누각이 重重疊疊[중중첩첩]하게 구름 사이에 솟아 있어, 도저히 인력으로 경륜할 바 아니며, 다만 사람은 사는 것이 없고 五色[오색] 雲霧[운무]가 자옥이 둘러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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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를 다하고 다시 노인에게로 돌아와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간청한대, 노인이 가로되 「곧 보내 줄 것이니 걱정 말라」 하며, 산중에 인삼이 많이 나고 크기가 사람만하므로, 陳生[진생]이 두어 개 가지고 가기를 청하매, 노인이 가로되 「이 물건은 귀신이 있어 아껴 보호하는 것이니 가지고 나가다가는 화를 입으리라. 그 대신 산중에 있는 良金美玉[양금미옥]은 네 힘껏 가지고 가라」 하며, 다시 修心養性[수심양성], 爲善遠惡[위선원악]하는 일을 순순히 가르치고, 사람을 시켜 인도하여 한 배로 오르게 하더니, 순식간에 벌써 明州[명주]의 해변으로 抵達[저달]하니, 이것이 元祐年間[원우년간]의 일이었다. 고향으로 와서 보매 처자가 다 죽어서 의탁할 바가 없으므로 비로소 거기서 돌아온 것이 뉘우쳐지고, 다시 가고는 싶되 도리가 없어서 드디어 이런 말을 남에게 일러 들리고, 뒤에 병들고 이어 失性[실성]을 하여 이내 죽고 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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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도 퍽 오래 머물러 왔다가 나와서도 인간에 돌아와서 세월이 몹시 틀린 형적은 분명치 아니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仙境[선경] 거기 있는 이들은 매우 장수들을 하고 사람도 거기 있을 양이면 오래 살았을 듯하지마는, 그것을 마다고 인간으로 나왔기 때문에 신통치 않게 죽었다고 할 뿐이지, 시간의 差違[차위]에 인한 모순은 별로 느끼지 아니한 것으로 되어 있읍니다. 그러면 우리 加平[가평] 선비가 선경에서 인간으로 돌아왔으되 거기나 여기나 三[삼]년은 도로 三[삼]년이었다 함이, 역시 선경 이야기의 보통으로 있는 또 한 가지 套式[투식]임을 알 수 있읍니다.
【원문】묵장만록(墨莊漫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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