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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넓듸 넓은 들을 혼자서 것고 잇섯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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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조심조심 것는 가벼운 발자취소리가 내뒤에 들리는 것 같데. 누가 나를 따라오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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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라보앗네. 다 떠러진 灰色[회색]옷을 입은 조고마한 허리굽은 老婆[노파]가 거기 잇데. 老婆[노파]의 얼굴만이 보이데. 이가 빠지고 코ㅅ날이 선 주름ㅅ살잡힌 누른 얼굴입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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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老婆[노파]에게로 갓섯네. 老婆[노파]는 웃 서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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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人[노인]은 누구시오? 무엇을 願[원]하시오? 어데 사시는 이시오? 동량으르 달라시오” 하얏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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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婆[노파]는 對答[대답]이 없데. 나는 몸을 굽으리고 그 老婆[노파]를 보앗네. 老婆[노파]의 두 눈에는 새(鳥) 눈껍플가튼 半透明體[반투명체]의 膜[막]도 갓고 가죽도 가튼 얇은 무엇이 더펴잇데. 그것이 센 빗을 막아 두 눈을 保護[보호]해 주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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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老婆[노파]의 두 눈을 더픈 膜[막]은 움즉이지를 아니하데. 벗어지지를 아니하데. 그래 나는 老婆[노파]를 장님으로 알앗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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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량을 달라시오?” 나는 다시 물엇네. “왜 나를 따라 오시오” 하얏네. 老婆[노파]는 역시 對答[대답]이 없데. 다만 몸을 좀 뭉칫할 뿐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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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뒤에 아 것과 가튼 발자욱소리가 들려오데. 아 듯든 것과 똑가튼 몰래 따르는 발자욱소리입데. 자박자박하는 가벼운 소리입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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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 老婆[노파]로군 왜 이러케도 나를 따를ㅅ가” 나는 생각하얏네. 그러나 속으로 “이 老婆[노파]가 必是[필시] 길을 일코 압흘 못 보는 까닭에 人家[인가] 잇는 데를 차자가노라 내 발자욱소리를 따라오나보다. 그러타 그런게다.” 하얏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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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次次[차차] 좀 무서운 생각이 낫든 것이세. 나는 老婆[노파]가 나를 따라올 뿐이 아니라 나를 引導[인도]하고까지 잇다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얏네. 老婆[노파]는 或[혹] 오른便[편] 或[혹] 왼便[편]으로 마음대로 나를 고 가것마는 나는 아모것도 모르고 老婆[노파]의 指示[지시]하는 대로 가는 것만 가튼 생각이 나기 始作[시작]하얏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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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거러가든 것일세. 그러나 보게나. 가는 바로 그 길아페 커다란 검은 무엇이 잇네… 구렁가튼 것이 잇네. “무덤이다” 하는 생각이 문득 나데. “老婆[노파]가 나를 몰고가는 곳이다” 하는 생각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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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홱 도라섯네. 老婆[노파]는 역시 내얼굴을 마조 보데. 이것보게 그 老婆[노파]의 두 눈은 보이든 것일세. 老婆[노파]는 殘念[잔념]하고 毒氣[독기]품은 커다란 두눈으로 나를 노려보데. 猛禽[맹금]의 눈과 갓데. 나는 몸을 굽혀 老婆[노파]의 얼굴을 老婆[노파]의 눈을 드려다 보앗네. 역시 不透[불투]의 明體[명체] 그 膜[막]이 잇데. 역시 눈이 먼 鈍[둔]해 보이는 몰골이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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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이 老婆[노파]가 運命[운명]이다. 避[피]치 못할 사람의 運命[운명]이다.” 나는 생각 하얏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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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避[피]할 길이 없다. 避[피]할 길이 없다. 무서운 苦悶[고민], 避[피]하랴 해보기는 해야 한다.” 그래 나는 다른 길로 다름질첫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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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름질치네. 그러나 역시 가벼운 발자욱이 나를 따르네. 내뒤 갓가이 나를 따르네. 그리고 다시 내 아페 식컴언 구렁이 나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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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다른 길로 가보네. 역시 따라오는 발자취소리 威脅[위협]하는 듯한 똑가튼 식컴언 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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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톡기와 가티 뺑뺑 도라보네. 그러나 어대를 가든지 그 모양일세. 가튼 한 모양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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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저놈의 老婆[노파]를 좀 속여보자. 아모데도 가지를 마라보자.” 나는 생각하얏네. 그래 곳 에 주저안젓든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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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婆[노파]는 두 거름ㅅ 러서 내뒤에 서 잇네. 나는 아모소리도 듯지는 못하네. 그러나 老婆[노파]가 거기 잇는 줄을 나는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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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멀리서 나를 向[향]하고 오는 식컴언 무엇을 나는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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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할고! 나는 다시 도라다 보네. 老婆[노파]는 러지게 나를 보네. 희희하고 老婆[노파]가 우슬 때 이도 없는 그이 입 여프로 실구러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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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동아일보]」, 1932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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