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가 거리를 것고 잇슬 때… 어느 老衰[노쇠]한 乞人[걸인] 하나이 나를 부르네. 그래 나는 발을 멈첫섯네.
4
눈물지지한 充血[충혈]된 눈, 피ㅅ긔없는 입술, 다 떠러진 衣服[의복], 고름든 傷處[상처]…… 아! 貧因[빈인]이 果然[과연] 무섭게도 可憐[가련]한 이 늙은이를 파먹엇데그려.
5
그는 뚱뚱 부어 벍엇케된 때무든 손을 내어밀데. 그는 알는 소리를 하데. 그는 도아달라 중얼거리든 겔세.
6
나는 내 주머니를 뒤저 보앗네. 지갑도 없네. 時計[시계]도 없네. 손수건조차 없네. 가진 것이란 아모것도 없엇든 겔세. 그러나 乞人[걸인]은 如前[여전]히 기다리고 잇네. 그의 내어민 힘없는 손은 흔들흔들 떨리었었네.
7
나는 어쩔지를 몰랏섯네. 붓그러운 생각이 나데. 그래 나는 힘ㅅ것 그의 떨리는 때무든 손을 잡앗섯네. “노여하지 마시오. 마츰 가진 것이 없소이다.” 하얏든 겔세.
8
乞人[걸인]은 充血[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데. 피ㅅ긔없는 그 입술에 웃음이 떠돌데. 그리고 그도 내 언 손ㅅ가락을 힘잇게 쥐든 겔세.
9
“없으면 어떳소.” 그는 중얼거리데. “이처럼 해주시는 것도 고맙지오. 이것도 積德[적덕]이지오.” 하데.
10
나도 그에게서 받은 것 잇는 줄을 아랏섯네.
11
(「東亞日報[동아일보]」, 1932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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