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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후(百年後)의 새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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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1월
김상용
生活(생활)의 片想[편상]들 (空想家[공상가]의 漫筆[만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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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年後[백년후]의 새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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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想家[공상가]의 漫筆[만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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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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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집에 대할 일을 다하얏기에 남은 한 가지 큰 일을 하러 내길을 떠낫든 것이다. 達英[달영]은 나를 따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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達英[달영]이란 학식도 얌전하고 총명하고 정열이 있는 朝鮮[조선]의 진정한 ‘새 여성’이엇다. 그는 내 누의엿다. 그리고 나와 일을 함께 하기로 한 동지엿다. 달영과 나는 떠나는 날 아츰 소위 이 세상 ‘달콤한 생활의 꿈’을 바렷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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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영과 나는 부모도 친척도 없는 불상한 조선의 사내아해 열과 불상한 조선의 게집아해 열을 다리고 떠낫다. 우리는 그들을 다리고 우리의 ‘새살님’을 시작할 ‘새들’을 찾아간 것이다. ‘새들’이란 아즉 사람의 발자죽이 변변이 나지 아니한 조선의 으늑한 한구석이다. 남으로 望無際[망무제]한 들이 버러지고 동북으로 놉직한 산이 버스듬이 남으로 달려 솟아 잇다. 連山[연산]에는 아즉 낫이나 독기소리를 드러보지 못한 온갖 나무가 욱어 잇고 그 나무 미트로 맑은 샘이 흐른다. 샘이 모혀 맑은 내가 되고 맑은 내가 합하여 푸른 강을 이루엇다 이 강이 새들을 뚤고 남으로 흐르는 것이다. 강ㅅ가로 살진 벌이 몃 십리를 連[연]하얏다. 가라 업지르고 새만 뿌리면 곡식이 길길이 자라는 기름진 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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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영과 스므 아이들을 다리고 ‘새살림’길을 떠나기 일년 전 내 일 할 곳을 찾아다녓섯다. 다니다가 우연이 이런 훌륭한 곳을 만낫든 것이다. 이곳에서 내 일을 시작하기로 정하자 나는 곳 드노픈 곳에 남향으로 터를 닥고 동북편 연산에 욱어진 나무를 버혀 넓직하고 든든한 집을 지엇다. 집을 짓고는 그 아프로 넓은 마당을 닥고 마당ㅅ가로 소 오양ㅅ간 도야지 우리 닭의 집 등속을 차례로 이룩하엿다. 집을 다 짓고는 농사하는 것을 건사할 李[이]서방과 金[김]서방을 다려왓다. 그리고 소 세 마리, 도야지 다섯 마리, 닭 열 마리를 사다 노앗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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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떠난 지 사흘되든 날 낫에 우리 ‘새집’에 당도하얏다. 당도하는 길로 고앙의 쌀을 내어 밥을 짓고 움에 든 무와 배차를 내어 국을 끄렷다. 이러케 지은 밥과 끄린 국으로 배불리 점심을 먹고나서는 아이들은 곤하니 쉬라 하고 달영과 나는 집구경을 나섯다. 나는 구석구석 도라다니며 내세운 계획을 말하얏다. 내 계획을 말할 때마다 달영은 반가워하는 빗을 띄엇다. 처음에 여러 방들을 보고 다음으로 마당을 도라보고 마즈막으로 소 오양ㅅ간, 도야지 우리 닭의, 장을 구경하얏다. 닭은 장에 이르럿슬 때 달영은 손소 모이를 뿌려 주엇다. 닭들은 새 주인을 마지나 하는 듯이 모이를 따라 모여들엇든 것이다. 그 날이 저므럿다. 달영은 열 게집아이를 다리고 西寮[서료]로 가고 나는 열 사내아해를 그리고 東寮[동료]로 갓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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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튼날 동이 텃다. 동이 트자 달영과 나는 이러나 鍾[종]을 첫다. 天地肇判後[천지조판후] 이들 우에 처음 들린 종소리엇다. 종소리를 듯고 스모 아해들과 두일ㅅ군도 이럿다. 소와 도야지도 기지게을 펴고 닭도 홰를 나렷다. 이러하야 ‘새들’에 ‘새아츰’이 왓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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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달영과 나는 조선의 ‘새일ㅅ군’기르기를 시작하얏든 것이다. 스모 아해들은 일을 배호고 글을 배왓다. 그러나 그들은 일러나 글을 배호기 전에 반다시 “굿세어지자”,“공손하고 사양하자”하는두 글귀를 외왓다. 이는 달영과 내가 만든 ‘새집’표어이엇다. 10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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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코를 흘리며 달영과 나를 따라온 스모 아해들은 이제는 훌륭한 어룬이 되엇다. 열 장정이 넓직한 억개에 따뷔를 메고 밧을 갈러 가는 것이나 열 처녀들이 둘러안저 삼을 삼는 樣[양]은 보기만 하여도 대견하고 마음에 든든하다. 그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든든하야젓다. 마음이 굿세고 아는 것이 만코 힘이 세다. 그러나 공손하기 짝이 없고 무슨일이고 괴로운 것은 다토아 먼저하고 편한 것은 남에게 미루어준다. 그들은 완전히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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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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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츰내 그들을 내보내야 할 날이 왓다. 그래 達英[달영]과 나는 10년을 두고 길른 열 장정과 열 처녀를 아프로 불럿다. 아페 불러 노코 達英[달영]과 나는 “너의들의 할일을 하러 갈 때가 되엿다. 가라 가서 각각 사내는 朝鮮[조선]의 불상한 사내아해 열을 기르고 여자는 조선의 불상한 계집아해 열을 길르라.”하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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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듯고 그들은 각각 제 일할 곳을 찾아 스므 길로 갈라젓다. 그들이 떠날 때 나는 장정들에게 소 두 마리 도야지 네 마리 독기 하나 광이 하나 낫 한 자루식을 주고 달영은 처녀들에게 삼씨 한 되 목화씨 두 되 광우리 하나 닭 다섯 마리식을 주엇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이튿날 나는 열 장정들의 하는 양을 보러 떠나고 달영은 열 처녀들을 도와주러 떠낫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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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년이 지낫다. 10년이 되는 날 달영이 기른 열 처녀는 다시 조선의 여자일ㅅ군 열 식을 기르고 내가 기른 열 장정은 조선의 남자일ㅅ군 열 식을 길러 내엇다.이리하야 조선에 새 일군 200이 낫다. 그 200의 새일ㅅ군은 또 각기 조선의 불상한 딸 열과 아들 열 식을 기르란 200의 갈래길로 떠낫든 것이다. 30년이 가고 50년이 가고 70년이 마저 지나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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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모다가 굿세여 지지를 안헛는가. 모다가 공손해 지지를 안 헛는가. 그리고 모다가 사양할 줄을 알지 아니하는가. 언덕에는 과수가 무성하고 들에는 百穀[백곡]이 욱어젓다. 광고 혓간에는 쌀과 나무가 싸엿고 농과 반다지에는 필육과 옷이 가득하다. 증오도 없고 질투도 없고 알력도 없다. 마츰내 싸홈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싸홈이 없슴으로 소위 싸홈을 가린다든 사람도 없고 싸홈을 가려주던 집도 없다. 창과 총은 호미와 낫이 되고 軍馬[군마]는 논을 갈고 獄[옥]은 어린 아해들의 노는 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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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뜻 하던 조선이 왓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는 아즉 전쟁이 끊이지 아니하고 飢寒[기한]과 질병이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그래 이런 불행에 빠진 사람들 구하겠다는 운동이 이러낫다. 외국 교화사업에 동원하는 회원을 모집한다는 소문이 도랏다. 소문이 돌기가 무섭게 백만의 회원이 구름 모이듯 모여 드럿다. 이 백만의 회원이 사방에 퍼저 애를 쓴다면 30년 안에 전세계를 완전히 교화시킬 수 있다 한다. 그리하야 30년 후면 여러 백년간 여러 성현 여러 철인이 꿈꾸던 그나라가 마츰내 이따우에 실현되리라한다.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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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달영과 내가 조선 한구석에서 시작한 미미한 일이 마츰내 이러케 큰 결과를 매즌 것이다. 芥子[개자]씨의 비유와 갓다.‘새터’우에 울리던 종은 마츰내 ‘새 세상’에 울리게 된 것이다. 나도 백발이 되고 달영도 백발이 되엇다. 달영과 내가 기르던 지금에 늙은 넷 스므 더벅머리도 또한 半白[반백]이 넘엇고나. 나는 달영을 내 여페 안치고 지금 늙은 넷 스므 더벅머리를 내 아페 안치엇다. 그리고 손을 드러 세상을 가라치며“우리 시작한 일이 적엇스나 이제 보면 그 열매가 크지 안소.”하얏다. 지금 붉은 녯 스므 더벅머리들은 빙그레 웃는다. 달영도 기븐 웃음을 띄엇다. 그러나 내 여페 잇든 달영의 얼골이 차차 흐미하야지기를 시작하얏다. 지금에 늙은 녯 스므 더벅머리의 모양도 차차 머러지갓다 마츰내 모다가 사라젓다. 구름빗 밧게 없다. 아 ― 모다가 안개엿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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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안개마자 것치엇다 그리고 서울이 보이엇다. 土幕[토막]이 보이엇다. 쓸쓸한 조선의 얼골이 보이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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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흔살 된 나는 풀 마른 北漢山城[북한산성]에 의지하야 白晝[백주]에 꿈을 꾸엇든 것이다.
 
 
21
「東亞日報[동아일보]」,1932년 1월 9 ~10일)
【원문】백년후(百年後)의 새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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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용(金尙鎔)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32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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