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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상유감(路上有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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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1월
김상용
1
路上有感[노상유감]
 
 
2
가시철망으로 돌려막고 남은 用康門[용강문](德壽宮 北門[덕수궁 북문])의 앞기슭이 손벽만이나 하다. 비록 손벽 만하되 이곳은 그들 7,8인의 살림터이다. 잠자리다. 낮이면 각기의 口腹[구복]을 채우랴 동서로 헤여젓다 밤이 들면 그래도 잘자리라고 이 구석을 찾아드는 것이다. 넓은 서울 널린 게 집 이것만 그 많은 집의 부엌구석 하나 얻을 팔자가 못 되는 그들인 것이다. 요 좁은 구석에 7,8인이 긴 장마를 치르노라니 그 고생이 여북하랴.
 
3
지난 밤엔 비에 바람까지 부럿다. 風雨[풍우]란 무정한 것. 그들의 누은 구석이라 가려 뿌렷을 리가 없다. 부대ㅅ조각 가마니때기 하나 변변치 못한 그들이다. 그들은 무엇으로 찬비와 바람을 막아가며 구지든 장마ㅅ밤을 새엿는고……
 
4
하여튼 아츰엔 비가 개여 用康門[용강문]앞에는 몇 개의 물쿵뎅이가 남아 잇을뿐이엇다. 내가 그 문앞을 지난 것이 좀 일러 그들이 하로바삐 버리를 하러 웅게중게 떠나든 때다. 7,8인의 一團[일단]중 것지 못하는 젊은 乞客[걸객]은 좀 든든한 늙은 자에게 엎여 10여보 앞을 간다. ‘곰배파리’와 ‘절름바리’가 걸레뭉치를 지고 그 뒤를 따라 나섯다. 아즉 뒤에 떠러저 짐을 차리는 친구가 둘 그 옆에서 男[남]거지들의 짐 차리는 꼴을 바라만보고 섯는 女[여]거지가 또 한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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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래에 적으랴는 의외의 사실이 없엇던들 나는 이 정경을 늘 보는 신신치 않은 景[경]의 또 하나로 보고 무심이 지나바렷슬 것이다. 별안간 “야, 자식들 잘 다녀오너라”하는 弄[농]이 들린다. 나는 농이 들려온 것으로 머리를 돌렷다. 앉어 짐을 싸든 남거지 중 수염이 더럭난 친구가 길에 나선 ‘곰배파리’와 ‘절름바리’를 보고 욕을 건넷든 것이다. 곰배파리는 한거름 내드듸랴다 발을 멈춘다. 그리고 텁석부리를 도라다 보며, “허, 고햔 놈, 아저씨를 몰라보고”한다. “아, 저놈봐”,텁석부리가 건너온 농을 받아넘겼다. 그리고 “허허”하고 크게 웃든 것이다. 텁석부리의 웃음소리에 따라 짐을 싸든 다른 친구도 웃고 길에 나선 곰배파리와 절름바리도 웃는다. 두 여거지도 끼득끼득 코ㅅ날을 실룩대든 것이다.
 
6
생각하면 얼마나 고달픈 그들의 신세뇨. 소위 幸[행]이니 樂[락]이니를 영원이 물에 떼여보낸 그들이 아니요, 오늘도 한덩이 찬밥을 남의 문전에서 빌어야할 그들이다. 한 덩이 찬 밥에 열 그릇 모멸과 천대를 ‘찬’삼아 받아야할 그들이다. 말하자면 영원히 웃음을 등젓서야 할 그들이다. 빈궁 질고 고독 오즉 눈물의 세월을 보내야만 할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적은 弄[농]한마듸로 넉넉히 한때 웃음을 누리든 것이다. 그 빈궁 그 질고 그 고독의 질곡아래 평범한 몇마듸 욕설로 능히 법열의 순간을 짓는 기적을 내눈으로 목도한 것이다.
 
7
나는 이 순간 내 스승이 내 부형이 일러준 생에 대한 관념의 뚜렷한 착오를 본 것이다. 소위 빈부·강약의 생에 대한 비율이 그들의 가르처준 정도로 크지 못한 것을 깨다른 것이다. 이때까지 내개 일러주고 가르쳐준 그들의 생에 대한 설교는 결국 群盲論家[군맹논가]에 불과한 것이다. 생의 심오를 재기에는 그들의 직견이 자(尺 [척])가 너머 짧다. 나는 그들을 대신하야 야릇한 세상을 一笑[일소]해 볼 충동을 받았다.
 
8
千間宮闕[천간궁궐]에도 담을 몸 대자뿐이
9
세홉 부르는 배에 萬頃田[만경전]이 쓸데 없다.
10
내 本來[본래] 쓸데없기로
11
두고 몸만 오니라
12
쌀은 쥐가 먹고 옷은 좀이 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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뀌면 훌적이요 樑上君子[양상군자]통 둘 수도 없다.
14
累[누]없이 점지한 七星[칠성]
15
부대 복을 받으십소
16
곱다 든든타 말게 눈결에 百年[백년]이 가네
17
北邙[북망]저문 날에 搖鈴[요령]소리, 끊어진 後[후] 다 같이 버레밥됨이
18
너오 나오 다를가.
 
 
19
(「中央[중앙]」,1934년 11월 1일)
【원문】노상유감(路上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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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용(金尙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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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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