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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9월
김상용
生活(생활)의 片想[편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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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어노아도 모기 한 놈 드러오는 기척이 없고 달빛이 유난이 맑은 저녁에 가을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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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털이 희끗희끗한 친구에게 “여보게”를 붓처 彼方[피방]이 一切怒[일절노]하는 氣[기]가 없을 정도로 나도 이전 나이백이가 되엇것만 늙은 것은 몸 뿐이오 마음은 여전히 애뙈 이런 철엔‘밤주이’가 그리워진다. 나는 군밤을 조하햇고 고향이 準[준]밤고장은 되엇기 때문에 밤과 나는 어렷을 적 부터 깊은 인연이 잇엇든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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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골은 시골 중에서도 참말 진ㅅ자 시골이엇다. 서울이 백여리 정도요 그처럼 멀지는 안핫든 곳이나 十數戶[십수호] 밖에 못되는 동리가 코를 마조 비 ()뒤ㅅ산 새에 끼어 잇어 보잘것이 원체로 없엇다. 조나콩 이섭만 기루면 매 여물긴 햇고 밤나무는 잘 자라서 가을엔 밤아름을 줄 곳이 몇군데 잇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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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아름을 줄곳이 몇 군데 잇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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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전부리와 아해와는 떼기가 어려운 것이나 이런 시골사리를 하노라니 사탕, 과자같은 것은 일년치고도 한두 번 얻어먹기가 어려웟다. 참외는 맛이 잇엇으되 내집에서 노치를 안하 남의 집‘뽀둥이’‘덩굴거지’를 약간 얻어먹을 정도로 내 신세는 구두햇든 것이오. 자연 목화밭을 뒤저 값없이는 오이를 따먹는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엇다. 그러나 마침내는 오이넝쿨도 시든다. 무밭은 여직 캄캄하다. 어쩔고 어쩔고 하고 입 처치에 궁해 잇노라면 하늘은 사람을 버리는 법이 없어 ‘풋밤’이 낫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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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밤을 건드리는 것은 원래 우리에게 금해진 일이엇기 때문에 따다가 들키는 날이면 부집깽이 자죽이 등덩밀에 나게 됏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코 아래 진상이 먼저 급해 매에 나린 살은 천천이 먹은 것으로 볼충할 요량하고 얻어걸리기만 하면 따서 까서는 먹어 버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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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이브’가 왜 금단의 과실을 땃느냐? 이는 오즉 ‘풋밤’을 따 먹어본 니 만에게 이해되는 사실이다. 잘강잘강 이에 씹히는 軟肉[연육]의 저항이 사랑같이 귀하고, 달콤, 배리끼한 즙액이 舌端[설단]에 무르녹아 자릿자릿한 그 향미를 비하려 비하려 하나 말이 없다. 이런 피해를 당하는 사이에 밤송이는 익든 것이다. 제일 먼저 익는 놈이‘올밤’이 먼저 익고 다음으로 ‘중내기’‘늦밤’이 맨마지막에 익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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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나는 모름직이 ‘풀매’를 작만햇엇다. 가령 범잡이를 하드래도 “네 이놈” 해서 범을 튀겨노코 그런 뒤에 시위에 멕인 살을 노하 잡는 것이 수렵다운 수렵인 모양으로 따는 것도 원래 풀매를 쓰는 경지에 이르러서 비로소 ‘스포─ 츠’가 되는 것이다. 풀매로는 막직한 두어자ㅅ기리의 ‘물푸레’몽둥이가 제일 조타. 이놈을 손에 쥐고 처음에는 팔힘을 뺀채 두어번 원을 그리게 휘두른다. 그리다가 별안간 石火電光的[석화정광적]으로 전신의 힘을 휘두른든 팔로 모흐며 손에서 풀매를 떠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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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다 보라 ─ 海東靑[해동청] 보라매냐 물 풀레 몽둥이가 허공중에 날랏는데 남으로 향한‘아름백이’밤송아리떼는 부서저 와르르‘알음’과 송아리를 땅에 쏟는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다갈색의 요염이 銀玉色[은옥색]배꼽을 갈추고 含羞嬌[함수교]해 누어잇으니, 고 쟁글쟁글한 모양에 눈이 절로 감겻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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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풀매를 치고 그 밑에서 알음을 줍는 밤나무들의 몇 주는 늙어 죽고, 그 때 회차리에 불과하는 놈이 제법 아름드리가 되엇다는 소식을 들엇다. 밤은 이 가을에도 익어갈 것이나 이제 나도 풀매칠 팔힘도 줄고 풀매잡든 그 손에는 매일 펜과 ‘토필’이 쥐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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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동아일보]」, 1938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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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용(金尙鎔)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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