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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卷[일권] 時[시] 들고, 나무아래 잇는 몸에 한병 술, 한조각 떡이 잇고 그대는 옆에서 노래해, 황야도 나의 낙원이 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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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 마 ㆍ 카이얌’의 <루바이얕> 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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簞食瓢飮[단식표음]을 讃賞[찬상]한 고인을 내 구지 본받자는 것이 아니나 知己[지기]의 벗과, 자연과, 사랑하는 서적이 내게 잇다면 별 달리 나아가 찾을 것이 참으로 없다. 소극적이긴 하되 오히려, 내게 과욕인 이 인생관에 대저 공명할 寒士[한사]가 몇 분이나 될가는 묻기를 고사하고 내 마음의 안온이, 희열이 이 보금자리에서만 孵化[부화]될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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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에 바이론이 잇다”고 외친 정열의 시인이 잇엇음을 나는 안다. 그가 자기의 부를 진심으로 사랑햇으리라 하는 사실은 혹 論孟[논맹]속에 또 혹 ‘바이블’속에 安心立命[안심입명]의 聖杯[성배]를 잔질한 그들이 잇음으로써 증좌되는 것이다. 하늘에는 별이 잇어 밤이 더 신비로운 것과 같이 방안에 서적을 꾸밈으로 방은 삼림처럼 深邃[심수]할 수가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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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屋[두옥]이란 말이 잇거니와 두옥이 못되면 升屋[승옥]도 조타. 선한 체구 하나다.
7
용납할 여유가 잇고 그리고 벽면을 둘러 자기가 조타하는 册秩[책질]이 싸여 잇다면 이 우에 화려와 질거움이 또 없을 것이다. 잠이 깬 호젓한 자리맡에 읽다 둔 책이 편 채 노인 것은 花輪[화륜]을 장식한 것보다 대기를 향기롭게 하리라.
8
서책은 낡은 친구같아야 한다. 두고 볼사록 정이 들고 그리워지기로 그책은 내 골육처럼 귀한 것일 수 잇다. 잠시의 흥미를 끌기에 그치고 그 자최를 깊이 영혼에 인치지 못하는 글은 귀를 영합하랴는‘하양’이기 때문에 심면의 안개로 사라진다. 나는 “읽고 나서 또 다시 읽고 싶지 안흔 서책은 무가치한 줄로 알라” 하는 말을 절대로 신빙하는 자다.
9
사람은 新奇[신기]에 취하기도 하되 더 만히 견실과 심각에서 생명의 진액을 섭취한다. 너무 新說[신설]을 망종하는 평론가는 그가 평론가가 되기 전, 경박한 유행아로 운명하엿다. 古典[고전]은 우리의 공기와 같이 낡고 또 읽는 아츰마다 새로운 것이다. 평범은 비범보다 위대하기로 만인이 흘린 눈물은 그 눈물에 甘酸[감산]의 허위가 없다. ‘쇼’가 ‘쉑스피어’를 비방햇으나 <헴렡>은 <사람과 超人[초인]>보다 장수할 것을 보리라.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은 ‘흙’에 孝[효]할 줄을 안다. 현대 우울의 하나는 서적의 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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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네거리의 오굴대는 뭇사람을 다른 곳으로 가게 하고, 오직 사모하는 한사람으로 하야금 저편으로 걸어오게 하고 싶어 해본 적이 잇는 이면 가두에 넘실대는 서책의 홍수를 미워하는 내 심경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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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배바리’와 함께 넘어 재절대는 병이 페부에 사뭇쳤다. 악질의 다작은 시신경을 안연케 하야 夢魔[몽마]같이 심흔을 위협한다. 이는 차라리 발효되는 뇌장의 배설이기에 표현의 과잉이 현대인의 모독적 사실이 되엇다. 한 시인에게 10수 이상의 시를 허하지 안는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福[복] 올 것이고? 붉게 붉게 강이 흐르는 장마날 목마름을 채울 청천의 한 그릇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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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송을 외우려다 나는 擇書難[택서난]에 미로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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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동아일보]」, 1938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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