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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학(英文學)에 나타난 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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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김상용
生活(생활)의 片想[편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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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文學[영문학]에 나타난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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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안개의 도시다. 그 날도 아직 그럴 때가 아닌데 거리가 이미 자욱하다. 동인도 상회의 정문이 열리며 한 떼의 사원이 안개낀 거리로 몰려나왔다. 백여년 전 이야기다. 몰려나온 사원은 대개 혈색이 좋고 몸이 건장하다. 그 중에 섞인 중년 신사 하나만이 유난히 풍채가 떨치지 못한다. 의복도 초라하거니와 체질이 첫째 섬약해 뵌다. 자세히 보면 안색까지 핼쓱하다. 마치 건장한 그들의 대조를 얻기 위하여 일부러 끼워 논 허약의 표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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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황혼의 거리를 간다. 건조무미한 하루의 고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챨스 램’(Charles Lamb)이다. 챨스는 자기 집 문을 연다. 마중나와 반가이 ‘챨스’를 맞는 것은 ‘메어리 램’(Marry Lamb)이다. 메어리는 10년 연장의 챨스의 누님이다. 메어리는 챨스를 믿고 살고 챨스는 메어리를 위하여 살고 있다. 形影相依[형영상의]란 이 남매를 두고 한 말이다. 챨스가 병든 누이를 호양키 위하여 독신의 고적 속에 그 날을 바친 것은 지금까지 회자되는 문학계의 눈물겨운 한 화제다. 남매는 그날 석찬을 간단히 미쳤다. 이날 저녁 챨스의 집을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것이 챨스의 동학고우로 문단에 이름이 쟁쟁한 ‘코울라지’ 그리고 연해서 ‘윌리엄 해즐럿’ ‘토머스 매닝’ ‘리 헌트’등이 찾아왔다. ‘파이어 프래이스’에는 불이 이글이글한다. 집도 낡고 의자도 낡고 불만은 날마다 새롭다. 그들은 불을 둘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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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즐릿’은 ‘골통대’의 담배를 빤다. ‘매닝’은 ‘로킹 체어’에 등에 기대고 몸을 흔들댄다. 들어보면 그들의 화제는 아무 순서도, 연락도 없다. 소위 百論千出[백론천출]식이다, 노루뜀이다. 정치를 논하는가 하면 별안간 길에 진눈개비가 떨어졌더란 말을 한다. 종교가 어떻다고 하다가 문득 음악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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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긴가 하면 어느덧 다론으로 변해버린다. 필경 과자는 이 모퉁이 집 것이 좋다 하는 데까지 와 버렸다. “군돼지고긴 뉘집이 좋은가?” 한 것은 물론 ‘군돼지광’의 ‘챨스’다. ‘군돼지’말이 나자 “참, 여보게”하고 머리를 번쩍 든 것이 동양통의 ‘매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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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군돼지가 맛이 있는지, 모르나……? 대관절 자네들 군돼지 고기의 기원을 아나?”한다. “모르지”하고 모두 머리를 흔들었다. 한편 구석에 앉아 버선을 짜던 ‘메어리’도 이쪽을 바라본다. “군돼는……”하고 매닝은 한 시간 넘어 그의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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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돌아간 뒤다. 밤이 으슥하다. 불도 거의 사워 버렸다. 메어리는 침실로 갔다. 방이 휭―하다. 윙―하고 창밖에 바람이 지나간다. 날이 추워질것 같다. 챨스는 책상에 팔로 머리를 괴고 앉았다. 그는 매닝이 하던 말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이 진미의 기원 발견을 컬럼버스의 미대륙 발견 이상으로 기뻐하였다. 그는 그 내역의 기록을 다음날로 미룰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가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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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챨스는 〈군돼지고기론〉을 썼다. 이 날은 인류사적으로도 기억할 만한 하루다. 이날 인류는 문학의 목거리에 새 진주 하나를 꾄 것이다. 그러나 돼지론이 날이 더 없는 영광의 하루이었다. 취국 최대경절을 삼을 만한 거룩한 날이었다. 시를 쓰기 전 돼지는 별로 문학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였다. 그때 까지의 문인들은 질박한 돈군의 풍모, 둔후한 돈군의 음성, 식당과 화장실을 간혹 혼용하는 돈군의 호연한 취미를 시문에 넣을 만큼 역량이 거세지 못하였다. 그런 돼지가 이론이 씌어짐으로 인하여 일약 일품의 영위를 얻어 단번에 문학의 단상에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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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포의로 領相引授[영상인수]를 받든 것 이상의 행운이다. 이제 이 기교와 구상의 진진묘묘한 필재는 다 떨어버리고 이 〈군돼지고기론〉의 경개만을 초기하면 대개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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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이’와 ‘뽀보’라는 父子[부자]가 있었다. 그때의 법은 생식만 하라는 것으로 구어먹든지 지저먹든지 하는 것은 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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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이 부자의 목축장에서 불이 났다. 그래서 약간의 짐승들이 타죽었다. 그중에 돼지 새끼 몇 마리도 타죽었다. 뽀보는 이 돼지 새끼가 타 죽은 것을 발견하고 하도 이상한―말하자면 입맛이 당기는 냄새―냄새가 남으로 그것을 건드려 보았다. 건드려 본 손을 코에다 대고 맡아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입으로 손가락을 핥아 보았다. 돼지를 잡아서 생식할 때의 맛과는 전연 다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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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타죽은 돼지의 고기를 그 자리에서 맛있게 다 먹었다. 이 광경이 그의 아버지에게 들키웠다. 그래서 무안을 당한 뽀보는 고기 뜯어먹는 손을 그의 아버지더러 맡아보라고 하였다. 굳이 사양하다가 드디어 코에다 대주는 바람에 맡아보게 되었다. 호타이 생각에도 그 냄새가 그럴 듯 하였다. 그 후부터 부자의 목장에서는 자주 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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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내 사람들은 기이하게 생각하여 그들 부자의 행동을 감시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들은 生食[생식]의 법을 위반하여 정식으로는 구어먹을 수가 없으므로 슬그머니 放火[방화]를 하여 돼지의 군고기를 먹었던 것이다. 이것이 발각되어 그들 부자는 법정에 나서게 되었다. 증거품으로 타 죽은 돼지 한마리를 갖다 놓고 재판이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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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거품을 만저 본 재판장의 손은 어느 겨를에 그의 코에 갔다 대었다. 과연 냄새가 그럴 듯 하였다. 그리하여 이 재판장도 군고기 맛이 어떠하리 라는 것을 알고 법에 없는 무죄판결을 내리었다. 그리고 그때의 학자요, 현인이었던 ‘덕크’도 이것을 시인하여 ‘구어먹기’를 주창한 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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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챨스’는 ‘군돼지고기’의 기원을 재치있는 필치로 쓴 〈군돼지고기론〉의 웃음의 일귀를 표현하였다. 그 자지러질 듯한 ‘유모어’는 읽는 이만이 맛보는 진미다. 그러나 그는 역시 눈물과 狐寂[호적]의 시인이었다. 그의 〈낯익은 네 개의 얼굴〉〈꿈에 본 아이들〉를 읽어보라! 고적에 여위고, 눈물에 젖은 그의 얼굴이 완연히 그대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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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는 웃음과 눈물을 함께 가진 가장 인간적인 시인이었다. 그의 심정이 그러하고, 그의 생활이 그러하고, 그의 문학도 또한 그러하였다. 나는 “쇼오는 없어져도 램이 없어질 이유는 없다”는 어떤 친구의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눈물과 웃음! 이것이 인생의 참 그림자가 아닐까? 이 그림자를 진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문학의 사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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