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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대(白雲臺)를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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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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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臺[백운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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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秋[만추] 속의 하루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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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형, 일전에 劉[유], 金[김] 두 친구를 동반하여 백운대를 다녀온 일이 있읍니다. 백운대라면 6년전 형과 내가 첫 가을의 하룻밤을 지낸 그곳이 아닙니까. 그때 일이 하도 역력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여 한번 더 이 명산을 찾아가자 하면서도 혹 틈이 있을 때에는 내가 게을러서 못 가고 내가 가고 싶을 때에는 틈이 나지를 않아서 이럭저럭 한 해, 두 해 하다가 5, 6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 버린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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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이 60리라지만 평지 백리를 가지 누가 그 60리를 가겠느냐고 사람들은 말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형이나 나와 같이 물과 산을 좋아하고 꽃과 풀 사이를 걷기 즐겨하는 사람이면 이런 길 백리를 가지고 누가 그 60리를 가겠느냐고 사람들은 말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형이나 나와 같이 물과 산을 좋아하고 꽃과 풀 사이를 걷기 즐겨하는 사람이면 이런 길 백리를 가지고 누가 그 무미한 평지 60리를 타박거리고 걷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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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60리 山路[산로] 遊山[유산]이니 산 위에서 좀 쉬기도 하고 물 좋고 반석 좋은 곳이면 좀 앉아서 다리도 풀어야 할 것이니 이러노라면 암만해도 晩秋[만추]의 하루 해는 저물기가 쉬울 듯하여 될 수 있는 대로 일찍 떠나려고 며칠 전 부터 동행들과 단단한 언약을 해 두었던 터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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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아직 修道院[수도원]의 종소리가 들리기까지도 두 시간이 남아있는 꼭두새벽에 불을 일궈 쌀을 씻고 무우채를 썰고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한참 분대질을 쳤지요. 밥을 다 안치고 반찬 준비를 끝내고 마루 끝에 앉았으니 이야말로 萬殊[만수]가 俱寂[구적]이 깊은 골짜기가 한없이 더 깊어진 듯하오이다. 깨어 있는 것이라고는 하늘 높이서 반짝거리는 수없는 별들과 내 옆에서 깜박거리는 촛불 뿐이요, 지껄이는 것이라고는 솥의 밥을 익히느라 후둑후둑하는 풍로의 불 피는 소리 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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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동무 삼아 한술 밥과 한 그릇 국을 다 먹었던가, 못다 먹었던가, 아침이라고 마치고 등산 가방에 세 그릇 점심밥(두 친구의 점심밥도 내가 쌌던 것이외다), 두 권의 책, 한 벌 속옷을 넣어 걸머지고 깡둥한 차림 차림에 운동모를 눌러 쓴 후, 막대를 짚고 나서니 날듯한 품이 바로 천리라도 가고 백길이라도 뛰어오를 것 같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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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찍부터 서둔 것이었건 만은 동행들의 밥 먹는 것, 차림 차리는 것을 기다리노라니 두어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 버렸겠지요. 셋이 길에 나섰을 때는 이미 동방에 아침 빛이 밀려 들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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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明[평명]에 효자동을 지나 해 오르자 彰義門[창의문]을 나섰소이다. 엷은 해돋이 빛을 받는 北岳山[북악산] 기슭으로 몇 마리 까막까치가 仁旺山[인왕산] 쪽을 향해 날아가는데 길가 덤불 속에서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小林寺[소림사]의 아침 종소리를 듣고 시내를 뛰어 건넘이 어찌 흥이 아니겠읍니까만, 洗劍亭[세검정]의 기울어져 가는 꼴은 흥겨운 마음에 때 아닌 수심을 자아내게 하는 듯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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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가고 달이 가면 산천도 변한다거든 이만 집이나 亭子[정자]가 변치 않을 길이 있으리까만은 그래도 몇 백 년을 두고 勝地[승지]라, 遺地[유지]라 하여 전해 내려온 이 집이 이다지도 길가다 저진 이 증갬이 조각처럼 뜻없는 무리의 손발에 부딪쳐 더러워지고 이울어 짐을 애석치 않을 길이 없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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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서’란 길다란 마을을 지나 시내를 끼고 3마장쯤 북쪽으로 골을 올라가면 시내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곳에서 길은 비스듬히 서북쪽 삿갓봉 옆으로 뻗어 오르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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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등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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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서거니, 뒤를 서거니,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羊膓九曲[양장구곡]이라, 풀새 바위틈으로 길도 같고 길도 아닌 것도 같은 길을 올라갔읍니다. 때때로 노랫소리, 휘파람 곡조도 들려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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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등덜미에는 달아나다 미처 못 달아난 밤그림자가 숨을 곳을 찾노라 소나무 우거진 골자기에 어른거리고 있는데 정면으로 햇빛을 받는 삿갓봉은 거울같이 맑다고 할까, 불같이 밝다고 할까, 모든 아름다운 것, 모든 기꺼운 것, 모든 힘, 모든 영광을 한 몸에 실은 무슨 化身[화신]처럼 우리 가는 앞에 팔을 벌리고 섰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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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보를 오르니 이마에 김이 돌고 다시 수 백보를 오르니 등이 후끈거리며 숨이 헐떡거려집니다. 내내 부르던 노래와 휘파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끊일 새가 없던 이야기도 이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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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된걸.” “자네, 다리 안 아픈가?” 하는 몇 마디 외에는 별로 이어질 줄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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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차고 땀은 흐르니 말이나 노래를 할 겨를도 없었던 것도 사실이나 올라갈수록 한 폭 두 폭씩 뒤로 뒤로 펴지는 원근 경치에 우리는 있는 넋을 다 빼앗겼던 것도 사실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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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으로 하늘에 닿은 듯한 峰[봉]을 끼고 오른편으로 東小門[동소문] 밖 일대의 시내 많은 들을 바라보며 淸風[청풍]을 따라 한 마장쯤을 더 기어오르니 門樓[문루]도 없는 大成門[대성문]이 좌우로 늘어선 기울다 남은 성과 함께 세 행객의 앞을 막습니다. 이곳이 우리 路程[노정]의 반은 되는 곳, 문을 지나니 北漢山城[북한산성] 성내외다. 응달 쪽이라서 그런지 문을 나서니 온도가 별안간 차지는데 산들산들한 바람이 달려 내려가는 우리의 더운 뺨을 씻읍니다. 산 언덕에는 한길이 될락말락한 소나무 포기들이 듬성듬성한데 지다 남은 단풍나무가 이곳저곳 섞이고 물없는 냇가에는 새풀이 우거져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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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속으로 수없는 ‘배바리’떼가 뭐라고 지지배배하며 날아 오르는데 그 숲에서 수십보를 떠난 저편 경사가 좀 완만한 곳에 다 쓰러져 가는 작은 기와집 한 채가 채 안 쓰러지고 서 있읍니다. 대문이라고는 形狀[형상]만 걸리고 울타리도 다 쓰러졌는데 우리의 내려가는 시끌하는 소리를 듣고 앞문이 펄쩍 열리며 세 중대가리가 일시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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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홉 시건만 이 집에 해가 들려면 아직도 한 시간은 더 있어야 할 모양, 문 밖으로 내미는 어린애들의 얼굴에는 아침 밥 먹은 빛이 도무지 보이지를 않겠지요. 조금 더 내려가니 잎이 진 나무들 사이로 풀단만한 초가들이 하나 둘 보이는데 모두 화로만 끼고 있는지 우리 앞으로 지나가는 나무꾼 하나 외에는 도무지 사람 구경할 길이 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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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의 相距[상거]가 불과 20리건만 그 고요하고 쓸쓸한 품이 이야말로 別有天地[별유천지], 종로 네거리에 전차나 자동차가 달아나거나 말거나 회사 시간에 늦을까봐 남녀노소가 종종걸음을 치거나 말거나 돈을 모았다 뛰거나, 파산을 하였다 목을 매거나, 도무지 이곳 사람들의 관계할 바가 아닌 것 같소이다. 같은 일월 밑에서 같은 땅덩이를 딛고 살건만 이곳에는 사람들의 고유한 생활 방식과 인생관이 있어 東西[동서]의 바람이 어찌 불든지, 남북의 물결이 어찌 출렁거리든지 아무런 체 할 필요가 이 사람들에겐 없는 것 같소이다. 생각을 하면 이런 생활도 괜찮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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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그 實[실]이니, 成[성]이니, 敗[패]니, 得[득]이니, 失[실]이니 하고 金之李之[김지이지] 하고 질투, 반목, 투쟁, 저주의 소용돌이에 들어 베개가 높되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담이 세 길이로되 쥐소리에 가슴을 떠는 그 기울어진 악다귀 싸움을 내버린들 어떻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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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충성스런 아내와 귀여운 딸 자식들을 데리고 물 맑고 바람 깨끗한 이런 깊숙한 골자기 위에 뜬 집이나마, 남향으로 몇 간 의지할 곳을 짓고 돌밭일 망정 힘들여 갈아 조밥이나마 배불리 먹다가 命[명]이 盡[진]커든 쾌히 가는 것도 옳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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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들의 옛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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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책에 보든 또는 이야기로, 듣든 큰 듯을 품었으되 때를 만나지 못하여, 세상을 내던져 두고 심산유곡을 찾아 雲水[운수]로 벗을 삼았다는 이들의 뜻을 얼마간 깨달을 듯도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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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베어 一間幕[일간막] 짓고 골갈아 사흘 밭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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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들 딸을 내 足[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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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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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잊은 天下事[천하사]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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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묻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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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저 납작한 草幕[초막]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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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천하를 흔들던 옛 영웅이 숨지 않은 줄을 뉘 알 바리까. 새 한동 비어지고 夕陽山路[석양산로]로 작대 하나 벗을 삼아 내려오는 백발노인의 그 가슴에 이루지 못하는 經天緯地[경천위지]할 큰 포부와 경륜을 품고 時乎不來[시호불래]를 부르는 서러운 한이 숨지 않은 줄을 뉘 알 바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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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바로 우리가 지나는 길가 저 서리 맞은 덤불 사이로 거뭇거뭇하게 보이는 것이 궁궐이 덩그렇게 섰던 옛터라 하니, 옛 영웅과 투지도 이 궁궐의 터와 같이 힘과 용맹은 세월에 빼앗긴 바 되었으되, 그 뜻과 한만은 말라가는 그 핏줄 속에 뛰지 않을 줄을 누가 알 바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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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우거진 곳에 궁궐이 섰더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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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산새들은 옛 노래 부르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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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가 다 이런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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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 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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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동 비어 지고 夕陽山路[석양산로] 저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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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늦은지라 꿈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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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포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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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不再來[부재래]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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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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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宮[행궁]터를 지나 수백 보를 내려가면 내 하나를 격하여 흰 돌 축대가 보이는데 이것이 山映樓[산영루]의 옛터라 합니다. 누각은 어디 가고 보리밭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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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영루의 동남쪽 비탈에 매어달린 것이 太古寺[태고사], 절을 찾으니 중도같고 속인도 같은 젊은이 하나가 우리를 맞겠지요 아마 그 사람의 집안들이 이곳에 농사를 짓는 모양입니다. 안사람과 어린애의 신발이 댓돌 위에 놓여 있고 법당 근처에는 녹두 껍질, 콩깎지 같은 것이 함부로 놓여 있는데 한편 구석에 목 매인 송아지가 꼬리를 치고 있읍니다. 절의 내력을 묻자, 고려때 창설된 바, 7백여 년을 지났는데 뜰 아래 있는 축대들은 절의 집들이 섰던 곳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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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古寺[태고사], 태고사 하니 몇 태고나 되었는고, 기울어진 저 섬돌에 蒼笞[창태]가 깊었으니 三角山[삼각산] 東將臺[동장대] 아래 태고산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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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에서 잠깐 다리를 쉬고 또 언덕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얼마까지는 그다지 험하지 아니하나 동장대 허리를 잡아 돌면 대의 서편 허리를 안고 돌아가는 무서운 곳이 있지 않습니까? 아래를 굽어보면 20리길인지 30리길인지 모를 절벽입니다. 자칫 잘못하여 두어 걸음만 비틀비틀하면 천길만길한 그 절벽을 거꾸로 떨어진 것이니 떨어지면 그만이지 뼈인들 어디서 찾아보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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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 본 길이라 성큼성큼 돌아가는데, 두 친구는 初行[초행]에 좀 서툴러서 그런지 어름어름하며 항시 떨어지는 적이 많습니다. 쇠말뚝을 박고 쇠사슬까지 늘여놓아 탄탄대로가 된 셈이지요. 앞을 딱 가로막아 돌로만 된 수백장 巨軀[거구]를 반공중에 헛친 뽐내고 섰는 것이 白雲臺[백운대], 제법 대담을 자부하던 형과 내가 이 봉우리에 처음 올라 불식간에 공포와 외경을 함께 깨닫던 옛일이 새롭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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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壽峰[인수봉]의 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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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耳洞[우이동]으로 넘나드는 石門[석문]을 지나 城[성] 머리를 밟고 이야말로 바람벽 같은 너럭바위를 싸고 돌며 봉우리를 향하여 올라갑니다. 아 우뚝솟은 ── 저 仁壽峰[인수봉], 사람들이 독바위라지만은 나는 아마 조물옹이 北氷洋[북빙양]에서 돌릴 팽이를 동해 朝鮮[조선]에서 갔다가 나의 생각을 하고 무료하여 그만 둔 것 같소이다. 실로 人造[인조]같이 묘하되 또한 天作[천작]인만치 광대하고 숭엄합니다. 인수봉 밑에서는 무슨 치성을 드리는지 너럭바위 위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무당 하나와 무당을 둘러, 춤추는 꼴을 보는 혹은 서고 혹은 앉은 4, 5인의 구경꾼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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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우리가 고양이 모양으로 사지로 기어오르던 곳에도 이제는 제법 설비가 든든해졌읍니다. 이런 줄과 말뚝의 덕으로 열길 언덕을 못 올라가던 겁장이들도 제법 명산을 오르게 되었으니 하여간 고마운 세상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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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에 오른 것이 10시 30분 우리가 천막 하나를 집삼아, 이불삼아 의지하고 밤을 지나던 그 자리는 바로 예전에 보던 그 자리외다. 5, 6년 풍우의 몇 알의 돌조각이 떨어졌는 지는 알 수 없으니 무딘 이 인간의 눈에는 그저 예전에 보던 그대로만 보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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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놀라운 것은 우리를 밤새껏 지켜주던 그 바위 정수리의 활촉 같은 무서운 쇠못이 박힌 것과 그 앞에 있는 동생 바위의 낯 껍질을 벗기고 더러운 글자를 색인 것이니 그 못들이 소위 指峰臺[지봉대], 그 동생 바위의 낯가죽을 벗기고 색인 것이 이 앓다 빠진 설비를 해논 것을 자랑한 더러운 글이외다. 아무리 망치와 쇠꼬챙이의 힘만을 좋아한다기로 구태여 이러한 名山大川[명산대천]의 정수리나 얼굴까지 쪼아, 더럽힐 것이 무엇입니까? 산인들 오직 서러웠겠어요. 나는 그 상처 받은 내 친구를 껴안고 울고도 싶었고 이다지도 매몰스런 인간을 한껏 원망하고도 싶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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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러러보니 하늘은 여전히 높건만은 굽어보매 나는 이만치 높소이다 그려. 이따금 불어오는 솔바람에 땀을 씻기며 불쌍한 바위와 어깨를 걷고 원근을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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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東將壽[동장수]를 격하여 漢陽[한양]의 즐비한 모양이 보이고, 남산 넘어로 冠嶽[관악]이 하늘가에 솟았는데 富平[부평], 始興[시흥]의 산야가 물길 같이 기복하여 西海[서해]를 가린 구름과 이어 있읍니다. 북으로 안개 속에 들어 희미하게 보이는 병풍 근기 같은 것은 天磨[천마]의 連山[연산], 동으로 仁壽峰[인수봉], 그 뒤에 웃줄웃줄 솟은 것이 近畿[근기], 名山[명산]의 이름을 띤 萬丈峰[만장봉], 동남으로 울뭉줄뭉한 것은 양평 부근의 峰巒[봉만]인데, 이러한 높고 낮은 수없는 산과 좁고 넓은 수없는 들이 경기 일대를 이루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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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에 일대의 긴 강이 우리의 자랑인 漢江[한강]이 楊平[양평], 連山[연산]의 허리를 끊고 관악으로 달려 한강을 비스듬이 안고 幸州[행주] 들로 坡州[파주]를 곧게 지나 江華島[강화도] 있는 쪽을 향하여 휘우둠하게 동남북으로 弧形[호형]을 그리며 닫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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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산과 들과 물 사이에는 작은 마을, 큰 동리가 별 박이듯이 수없이 놓여 있는데, 낙엽수가 들어선 곳에는 지다 남은 단풍이 가을이 늦어감을 한탄합니다. 그러나 어제 보던 자욱한 것은 솔밭과 과연 우리나라는 흰 옷의 나라인 만치 푸른 솔의 나라이외다. 형님, 저 푸른 솔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옥같은 옷을 입고 흐르는 강물을 굽어보는 아담한 선비나 미인을 그린다면 얼마나 청초·수려한 그림이 될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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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면 어떠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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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여! 이 산들이 과연 아름답지를 않습니까? 이 물이 과연 맑고 이들이 과연 화평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산과 물과 들이 합하여 이룬 우리나라의 강산이 과연 아름답지를 않습니까? 그 누가 우리나라를 쓸쓸타던고, 그 누가 우리나라를 황막하더라 하던고, 저 산과 물 위에 어린 안개와 산 위에 푸른 하늘과 물 위에 뜬 흰 돛대들을 보십시오. 저 강 언덕으로 비스듬이 누은 비단 같은 들과 그 들을 뚫고 구불구불 내려가는 냇물들의 굴곡을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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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단아하고 수려하고 유현한 강산이오리까? 이 강산은 반드시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야 할 강산이외다.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사람과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있고, 아름다운 이 강산에 합당한 아름다운 시와 문인이 있고, 그 강산의 미를 전하는 아름다운 그림과 노래가 있어야 할 강산이외다. 아직 없다면 반드시 앞으로라도 있어야 할 강산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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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미상)
【원문】백운대(白雲臺)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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