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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소년의 부른 노래 ◈
《카탈로그》 본문	1925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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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소년이 부른 노래

2

나는

3

봄이며는 아버지 따라

4

소 끌고 괭이 메고

5

저 종달 새 우는

6

들로 나갑니다

7

아버지는 갈고

8

나는 파고

9

둥그런 달님이

10

저 산 우에 솟을제

11

시내에 발 씻고

12

집으로 돌아옵니다

13

어머니가 지어놓으신

14

따뜻한 조밥

15

누이동생 끓여놓은

16

구수한 된장찌개에

17

온 식구는 배를 불립니다

18

고양이 개까지…

19

여름이며는 아버지따라

20

호미 메고 낫 들고

21

저 불볕이 뜨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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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으로 갑니다

23

아버지는 풀을 매고

24

나는 가라지 뽑고

25

정낮 몹시 뜨거운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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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동생 갖다주는

27

단감주에 목추기고

28

버들그늘 내가에서

29

고기도 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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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며는 돌아올 때

31

소 먹일 꼴 한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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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베여지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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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34

어머니가 짜서 지은

35

시원한 베옷 입고

36

온 식구 모기불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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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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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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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가는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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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는 새에

41

앞산에 단풍이 들지요

42

들 에는 황금물결이

43

넘쳐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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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늙은 낯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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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 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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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술빚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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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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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동생 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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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두루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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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드린 장한 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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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 베여 치여놓으면

52

누런 벼알이 많기도 많습니다

53

그러나

54

땅임자에게 몇바리 실리며는

55

오오─우리는 또 도루

56

조밥을 먹게 됩니다

57

일년내 흘린 피땀

58

거름삼아 지은 벼는

59

도리여 사먹게 되지요

60

그리고 눈발이 흩날릴 때

61

어머니는 무명 매고

62

아버지는 신 삼고

63

누이동생 밥 짓고

64

나는 나무하고…

65

이리하여

66

아버지도 늙고

67

어머니도 늙고

68

누이동생 시집가고

69

나는 장가 못들고…

70

아아 이것이

71

봄부터 겨울까지

72

겨울부터 봄까지 또 겨울

73

내가 하는 일입니다

74

1925년

【원문】시골소년의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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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2년 0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