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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7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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近 感[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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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먹으면 사느냐 하면 결코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람에게는 밥 밖에도 다른 요구가 수두룩하다. 그럼으로써 인류의 생활은 향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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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엄밀하게 말한다면 밥은 사람의 목적은 아니다. 살려니까 밥을 먹는 것이지 밥을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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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나 부인치 않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은 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여지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밥을 위해서 별별 짓을 다하는 것이다. 같은 이목과 구비를 가지고도 같은 사람에게서 학대를 받는 것도 10이면 8,9는 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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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생명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데를 가든지 자기의 생명을 잊는 적은 없는 것이다. 잠을 잘 때라도 그는 자기의 생명을 무의식중에 의식하는 것이다. 잠자다가 꿈에 호랑이에게 쫓겨서 돌아다니다가 어떤 벼랑에 떨어져 깨어 보면 전신에 찬땀이 쭉 흘렀더라는 것은 누구나 하는 말이다. 자기의 생명을 아끼는 것은 사람의 한 본능이라고 어떤 학자는 말하였다. 이것은 학자의 말이 아니라도 누구나 느끼는 철학일 것이다. 밥은 이러한 생명을 유지케 하는 영양소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밥을 애써 구하는 것은 자기의 생명을 애써 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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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의 생명을 아낄 줄만 아는 것이 아니라 일보 더 나아가서 그 생명을 더 충실하게 더 아름답게 더 길게 더 자유롭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사람들이 밥! 밥 하고 눈이 뒤집혀서 돌아다니는 것도 그 요구를 채우려는 데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밥에만 집착해 가지고 일생을 보낸다면 그 생명은 생명으로서의 아무러한 가치도 못 가지고 마는 것이다. 그 까닭은 밥은 물이나 태양과 같이 우리의 생명의 영양소는 되지만 우리 생명의 이상이나 목적은 못 됨으로써이다. 그러나 생명이 없는 사람에게 이상이니 목적이니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니까 아무리 훌륭한 이상을 胸間[흉간]에 품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밥이라는 조건이 이미 구비하여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엇보다도 먼저 ── 즉 자기의 이상을 실현코자 하기 전에 밥부터 구할 것이다. 그래야 그의 생명이 붙어 있을 것이요 생명이 붙어 있어야 목적을 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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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결 문제는 결국 밥으로 돌아가고야 만다. 위에도 말하였거니와 그렇다고 밥에만 집착하고 밥에만 백 퍼센트의 정력을 들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백 퍼센트의 정력을 밥에다가 깡그리 허비하고도 부족이 되어서 쩔쩔매는 것이 우리 없는 사람들의 생활이다. 있는 사람들은 남은 정력을 허비할 때가 없어서 쩔쩔매는데 우리는 정력의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 바치면서도 그날그날의 생명을 연장할 만한 영양소도 얻지 못해서 처자의 굶는 꼴을 눈을 뜨고 보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이렇게 되고 보니 어느 겨를에 예의를 닦으리오 하던 格[격]으로 어느 겨를에 아름다운 이상을 펴 보랴? 그러나 이대로는 차마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말라 들어가는 혈관의 피가 한 방울 두 방울 줄어드는 때에 우리의 의식도 모든 것을 잊을 것이다. 이러면서라도 죽는 날까지 기다린다면 그것은 별문제지만 적어도 가슴속에 뜨끔한 무엇이 있다면 우리의 마음 한 귀퉁이에 피어오르는 구름 조각은 무심한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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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한심한 생활이다. 아침부터 밤까지의 생활을 주판질 해 보면 밥에만 붙어서 ── 별별 곤욕을 다 겪어 가면서까지 밥에만 붙어서 허덤벙대고도 결국은 곯으니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 그 귀중한 생명을 희생해 가면서라도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여야만 될 것이다.
【원문】근감(近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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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해(崔曙海)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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