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이것도 한 실수(失手) ◈
카탈로그   본문  
1930. 2
채만식
1
이것도 한 失手[실수]
 
 
2
남보다 가뜩이나 실수를 잘하는 농판이기 때문에 노상 오금이 저릿저릿하는데 최근에 큼직한 실수를 또 하나 저질러놓았다.
 
3
더구나 이번 실수는 나의 다시 없이 친한 친구의 체면에 적지 아니한 영향을 끼쳐주게 된만큼 한 십 년 굴 속에 가 숨어 있고 싶게 무안하고 미안하여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4
바로 본지 신년호에 발표된‘사귀기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기사가 있고 그중에 동아일보사 김두백(金抖白) 군의‘계급 따라 지방 따라’라는 부분기사가 있다.
 
5
그 기사 가운데는 영남과 관북 사람은 사귀기가 좋고 경기와 호남과 관서 사람은 좀 거북하다는 의미의 부분이 있다.
 
6
이 관찰은 어느 정도까지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나 본래 김두백 군은 전 조선의 어느 도(道)를 치고 몇 사람씩의 친한 친구를 가지지 아니한 도가 없는데, 만일 그 사람들이 그 기사를 읽는다 하면 김군을 어떻게 생각할 것 인가? 십중 팔구는‘이 녀석이 그동안 나를 한팔 제쳐놓고 사귀어 왔구나’
 
7
라고 분개를 할 것이다.
 
8
하물며 김군 자신이 영남 사람이면서 영남 사람은 그저 좋고 다른 곳 사람은 나쁘다고 하였으니 그런 괘씸할 도리가 있나!
 
9
그러나 사실은 한 겹의 내막이 숨어 있다.
 
10
내가 김군에게로‘사귀기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청하러 갔을 때에는 피차에 퍽 분주한 때였었다. 김군은 그날의 신문 편집에 바빴고 나는 하루를 앞에 남긴 원고수집 기한이 바빴고…… 그래서 김군은 원고 쓰기는커녕 말대답도 잘 해주지 않을 형편이었었다.
 
11
“이 사람 그러면 말대답이나 하게. 위선 지방별로 본다면 어떤가?”
 
12
“지방별? 미친 사람! 누가 친구를 지방별로 사귀는 사람이 있든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도 뜻만 맞으면 사귀어지는데 지방별이라니? 이 사람 바쁜데 어서 가서 신년호나 잘 만들어 한 권 보내주게.”
 
13
“아니야! 정말일세. 이게 다 신년호 만드는 일일세. 자, 지방별로 본다면…… 가령 본다면 말일세……”
 
14
“글쎄 가정도 분수가 있지, 나 같은『수호지(水滸誌)』패는 팔도가 아니라 팔십도 사람이라도 다 친하고 싶은데 지방별이 다 무언가? 첫째 지방별 지방별 하는 소리조차 나는 딱 듣기가 싫데. 성질이 어떻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 대체로 우리 영남치나 관북 사람은 털털하고 뚝뚝하고 관서 사람은 선선하고 콸콸하고 기호 사람은…… 호남 사람은……적당한 형용사가 얼른 나오지 않네그려! 옳지, 자네가 호남치지? 좋도록 써넣게. 어쨌든 성질이 각각이니까 사귈 맛도 각각이 아닌가? 이런 사람은 이런 맛으로 저런 사람은 저런 맛으로 사귀는 게지 무얼 지방별이니 무어니 하고……”
 
15
“대신문의 대기자(大記者) 양반이라고 일부러 찾아왔더니 대답이 싱겁소 그려.”
 
16
“싱겁거든 정도전(鄭道傳)의 팔도인물평(八道人物評)이나 읽어보게. 바쁜 사람을 붙잡고 공연히 쓸데없이……”
 
17
“그러면 일반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사귀기 좋은가?”
 
18
“자네 명기자 노릇을 하노라고 이렇게 추근추근 덤비는 모양일세그려! 자네 같은 개땅쇠를 빼놓고는 다 좋아 다 좋아! 하하하……”
 
19
이상이 김군의 한 말이었었다. 이만큼 한 것을 가지고는 김군에게는 아무 것도 허물될 것이 없다.
 
20
그러한 것을 내가 쓰느라고 제일은 나의 붓끝이 둔해서 제이는 총망중에 전후를 생각하지 못하고 붓대에 열이 나서 그러한 몰인사(沒人事)한 데 가까운 기사를 만들어놓았다.
 
21
김군은 나와의 친함이 친함인만큼 모지게 추궁은 아니하나 속으로는 매우 쓰린 눈치다.
 
22
만일 나와 한가지로 김군과 친한 분이 있다면 김군에게 노여움을 가지는 대신 나를 큼직한 주먹으로 한번 훔쳐때리고 그 노여움은 풀기를 바란다,
 
 
23
<別乾坤[별건곤] 1930년 2월호>
【원문】이것도 한 실수(失手)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2
- 전체 순위 : 4230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756 위 / 1170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이것도 한 실수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별건곤(別乾坤) [출처]
 
  193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이것도 한 실수(失手)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3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