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전문 보기 - 가혹할 줄 모르는 그리운 봄빛

가혹할 줄 모르는 그리운 봄빛

눈을 지그려 감고 두달음질을 쳐서 와보니 삼동(三冬)은 겨우 반이요, 이제도 남은 추위가 아득하다.

대한(大寒)을 지나 입춘을 맞재도 거진 한 달이요, 우수야 경칩이자면 하마 양삭(雨朔)이다.

기를 쓰고 여지껏 달려왔어도 반이 남은 겨울…… 누구서 엄동(嚴冬)이라 일컬었던고 ? 겨울은 참으로 무서워 조선의 땅덩이를 싱가포르 같은 곳과 바꾸는 재주는 없을는지.

어서 춘양(春陽)이 와지어다.

꽃이야 놀이야 번화한 봄을 즐기려 봄이 오기를 기다림이 아니다.

꽃은 없어도 좋다. 풀이며 벌레며 새로운 생명이 엄돋고 마주 희롱하는 정경은 없어도 좋다. 다만 따사한 봄 햇볕 그 하나면 만족이다.

기승스런 삭풍이 끊일 줄 모르고 불어친다.

살 속까지 스며드는 이 추위. 하늘은 잔인스럽게도 푸르다.

봄, 가혹할 줄 모르는 봄의 따사한 햇볕. 어서 양춘이 와지어다.

<女性[여성] 제 4 권 제3호, 1939.3>

【원문】가혹할 줄 모르는 그리운 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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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 가혹할 줄 모르는 그리운 봄빛 [제목] ◦ 채만식(蔡萬植) [저자] ◦ 여성(女性) [출처] ◦ 1939년 [발표] ◦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봄(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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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2년 03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