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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1
이효석
1
맥진(驀進)
 
 
2
짧은 비명에 그는 문득 뛰어올랐다. 기계 소제에 밤을 세우느라고 극도의 피곤에 술 취한 듯이, 꿈꾸는 듯이, 의식이 몽롱한 그는 가벼운 전류나 받은 듯이 뛰어올랐다.
 
3
전신은 부르르 떨리고 숨도 크게 아니 나온다.
 
4
전 능률과 속력을 다하여 회전하는 모터 앞에는 직공들이 벌써 담을 쌓고 있었다.
 
5
“또 ─ ?”
 
6
그의 결론은 전류와 같이 빠르다.
 
7
또 기계의 희생이 된 것이다.
 
8
“그러나 누가?”
 
9
순간 호기심보다도 불안과 공포의 염이 그를 꼭 잡았다. 직공들은 물론 기사들도 감독들도 벌써 모여 있었다. 그도 간신히 그 틈에 끼어서 그 희생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는 또다시 가벼운 전류를 받았다. 전신은 잠깐 동안 화석이 되었었다.
 
10
K일 줄이야!
 
11
그는 그의 마음의 착각(錯覺)이나 아닌가 의심하고 또 한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는 현실! 또다시 거대한 현실의 힘이 그를 꽉 잡았다.
 
12
피의 세례를 받은 듯이 그는 전신 피투성이를 하고 엎어져서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푸른 얼굴은 핼쑥하여지고 눈은 움푹 빠졌다. 전속력으로 돌아가는 바퀴에 쓸려 들어가서 넘어진 것인 줄을 즉시 알았다.
 
13
그 지옥의 고통을 목격하였을 때 그는 등날에 새파란 칼날이나 받은 듯한 촉감을 느꼈다. 누구나 그 국면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도 아무 선후책도 모르고 그의 고통을 인용하는 듯이 묵묵히 목격하고 있을 따름이다.
 
14
무서운 불안과 동요가 주위를 둘러싸고 그들도 이제 숙명적으로 저렇게 될 것이요, 그것도 멀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였을 때에는 암암한 절망의 빛이 돌았다.
 
15
마수(魔獸)같이, 괴물같이 공장 한복판에 군림하고 있는 시커먼 모터는 아무 변화도 안 일어난 듯이 여전히 밉살스러우리만큼 태연히 돌고 있다.
 
16
신경을 가리가리 찢고 정신을 산란케 할만한 음향을 요란하게 내면서, 그리고 사람 피로 포만하였다는 만족과 과긍(誇矜)의 잔인한 웃음을 무섭게 띠우고 있었다.
 
17
무서운 마수! 도살자!
 
18
그는 모든 기계를 저주하였다. 아니, 기계를 만들어 놓은 사람을, 그것을 부리는 현대 문명을……. 그리고 거기에 부딪쳐서 모든 고통을 다 받고 마침내는 그 희생이 되어 버리고 마는 그들의 운명을 저주하였다.
 
19
K는 벌써 기력이 다 빠진 듯이 팔을 쭉 뻗치고 단말마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견디지 못할 고통보다는 차라리 속히 죽음 오기를 애원하는 눈을 벙긋이 뜨고 그는 더 참을 수 없었다. 동료의 무한한 고통과 초조를 측면으로 더 들여다볼 수 없었다.
 
20
불이 처르르 흐르는 시선이 또다시 앞 모터를 향하더니 얼굴은 무서우리만큼 엄숙하여졌다.
 
21
그는 미쳤다 ─ 고 모두 생각하였다.
 
22
그는 주먹에 힘을 불끈 주고 가슴을 쑥 내밀었다. 그리고 단번에 부셔 치우겠다는 듯이 모터를 노란 눈동자로 노리더니 다음 순간에는 그리로 향하여 성난 사자같이, 앞장선 영웅같이 일직선으로 맥진하였다.
 
23
“위험하닷!”
 
24
하는 동료의 소리에는 귀도 안기울이고,
 
25
─ 1926. 1. 15
 
 
26
❋ 매일신보 1926.1.24
【원문】맥진(驀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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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진 [제목]
 
  이효석(李孝石)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26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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