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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9
채만식
1
4. 무너진 期待
 
 
2
순서가 뒤바뀐 혐의가 없지 못하나 전절에서 말한 세 편의 작품을 잠깐 여기서 개별적으로 그 됨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3
김동리 씨의「다음 항구」……이유가 없는 소설이다. 학벌이 그만한 교양, 그만한 총명, 그만한 환경의 인물일진댄 구태여 집을 나가서 바다로 문이 난 술집의 기집이 되어가지고 못 돌아올 그 사람을 기다려야만 할 이유는 없는것이다. 작자가 억지로 둘러다 댄 고만 이유에는 독자는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즉 예술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4
김동리 씨라면 가령「잉여설(剩餘說)」에서 보이던 바와 같이 내성적인 방향에로 깊이 파고 들어가는, 그러하되 주제와 맞달라붙어서 피가나도록 단판씨름을 하여 마지않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런깐으로 하면「다음 항구」는 전혀 정성을 들이지 않은 것이 번연히 보이고, 그뿐만 아니라 그러한 준시정적(準市井的)인 세계는 우선 체질이 맞지를 않는 성부르다.
 
5
현경준 씨의「첫사랑」……읽고서도 속을 몰랐다가 다시 제(題)를 보고서야 그 소년의 ‘첫사랑’임을 알았다. 사실 테마가 따로이 있기는 있었다.
 
6
김동리 씨의「다음 항구」와는 다른 의미에서 ‘거짓말’을 느끼겠었다.원인은 정녕코 나이 겨우 14,5세에 보통학교 6학년짜리 지능밖엔 안되는 소년으로 하여금 훨씬 장성한 사람의 감각을 감각시키고, 말을 말시키고 한 데에 있을 것이다. 아무리 조숙하고 특이한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역시 소년에게는 소년다운 감각과 말이 있는 것이다.
 
7
보통 서술에 있어서도 진부하고 반감적인 허겁스런 용어를 일관하여썼다. 언뜻 이기영(李箕永) 씨의 가장 나쁜 투를 본받은 형적이 보이는것 같다.「유맹(流氓)」에 비하여 어떤 모로 보든지 엉뚱하게 떨어지는 작품이다.
 
8
박노갑 씨의「먼동이 트기 전에」……세상에 소설이라는 것이 이다지도 표현방식이 즉 솜씨가 잔망스럽기만한 것일진댄 독자에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큰 악형(惡刑)이요 불행이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9
대체 무슨 멋으로 그대도록 말을 이기죽이기죽 씹고 깨물고 깎고 동글리고 매끌리고 해가지고서 뱉어놓으며 앉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만일 웬만큼 성미 급한 사람이라면 첫장을 다 읽지도 못하고서 잡지를 북잡아 찢었을 것이다.
 
10
이 말을 가지고 이기죽거리는 투, 이것이 이분의 가장 둘 수 없는 병통이다. 그러한 투란 한두 번 시험에 그치고 말 것이지 도저히 붙잡고 늘어질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쯤 진작에 깨달았어야 할 것이다. 말이나문장의 세련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11
절대로 그와 같은 형식으로는 백 년을 가야 영영 보암즉스런 문학은 되어 나오지를 못한다는 것을 나는 보증하겠다.
 
12
이상과 같이 그 세 편이 한가지로 가히 취할 것이라곤 전혀 없는 작품일 따름이다. 황차 신인다운 특색을 운위하다니 부질없은 노릇이다.
 
 
13
때가 사람을 내지 않은 허물로 허물을 돌리고서, 그러면 단순한 작가적 역량 한가지만이라도 빠질 곳 없이 전게의 3인을 비롯하여 지금의 신인들이 지니고 있느냐 하면, 그것 역시 수긍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14
적지 않은 그네들 신인 중에서 다만 한 사람이라도 가령 효석을 능히따를 만한 작가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 하면 한심하나마없다. 그들의 실제적 역량이란 그동안 평가된 이하로 심히 치졸함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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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서도 벌써 경화의 징후가 보인다. 노력의 중지다.
 
16
기성한 사람으로는 감히 미치지 못할 새로운 특색, 명일의 큰 문학을 담당하염직한 그 신인으로서의 특색은 부득이 단념한다고 하자.
 
17
한갓 단순한 오늘의 추종자로서도 역량상 자못. 여망이 엷은 그네들 일군의 신인들에게 문단은 막상 무엇을 기대해야 좋을 것인고.
 
18
현재의 중견들이 적어도 20년 내지 30년은 이 앞으로 문학적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써 문단은 만족함이 옳지 않을는지.
 
19
신통치도 않은 명의상의 신인의 부득부득한 출현을 바랄 일도 아니요 반가와할 일도 아니다. 한때처럼 신인이여 나오느라 하고 고함을 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신인 대망론(待望論) 대신에 신인 불망론(不望論)을 써야 할 것이다.
 
20
너무도 지나친 폭론(暴論)임을 나는 스스로 인정치 않는 바 아니다. 그러나 신인은 모름지기 이 폭론을 폭론이라 하여 야속히만 생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고 한번은 자성(自省)을 가질 총명이 없어서는 안될것이다.
【원문】무너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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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4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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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3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