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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소설과 작가의 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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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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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소설과 작가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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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회에 50만의 독자를 가지고 있는 민간 3대 신문에 현재 4대 장편이 연재되어 전 인텔리 층의 환호 속에 회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본 지는 4대 작가의 그 마음의 준비를 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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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대지의 아들 (조선일보 연재) 이기영(李箕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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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화 상 보 (동아일보 연재) 유진오(兪鎭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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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창 공 (매일신보 연재) 이효석(李孝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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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사랑의 수족관 (조선일보 연재) 김남천(金南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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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을 취급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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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소설에 그 테마의 다소에라도 전쟁을 취급하여 보시렵니까. 사건의 줄거리는 아니더라도 그 인물과 장면 등에 에피소드 정도로도요. 또는 전쟁의 영향이라 할는지요. 전쟁에 관계된 간접적 취급에라도 접촉하여 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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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내가 쓰는 조선일보사 연재의 「대지의 아들」은 재료를 만주 농촌에서 구한 것이니만큼 성질상 전쟁과는 무관함으로 취급할 수는 없으나 삽화로 일군의 비적토벌 같은 것은 약간 넣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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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  「사랑의 수족관」은 1939년 8월초에 게재되기 비롯하여 1940년 2월 하순에 끝나게 됩니다. 소설의 이야기도 꼭 같이 8월에서 익년 2월로 끝이 나게 구상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 일어나는 시간 문제는 될 수 있는 대로 모두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마침 중일전쟁은 진행중이었고, 9월에는 예기치 않았던 구주대전(歐洲大戰)이 발발되었는데 ‘전쟁’이 ‘테마’는 아니었으므로 ‘에피소드’ 정도로 취급하였고, 일상 생활의 묘사에는 전쟁의 영향이 전반적으로 취급되었습니다. 또 작중 인물의 자본가 한 사람에게 만주중공업과 관련시켜 조선 재벌의 만주와 북지 진출을 다소 고려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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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오  내 소설은 연월일을 명시한 것이 아니므로 전쟁의 영향을 정면으로는 취급하기 곤란하오나 대국적으로는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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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취급하지 않습니다. 작중인물의 생활에 은연중에 그 영향이 침투되는지는 모르나 창작 의식에 올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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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극화에 대한 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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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소설을 쓰실 때에 이 작품이 뒷날 영화화 또는 연극화될 것을 고려하여서 작품의 구도와 표현에 있어 그런 요소를 미리 집어넣는 용의를 하고 나가십니까 또는 후일 . 이 작품이 완성되는 날 어느 단체(그 명칭) 어느 배우(인명 지적)의 손에 이것이 상영되기를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까. 또는 그때에 작가로서 작품 취급에 대하여 미리 영화(연극)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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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오  전혀 생각해본 일 없습니다. 그러나 내 작품을 기초로 좋은 극이나 영화가 나오게 된다면 물론 생광(生光)스럽게 알겠고 협력이라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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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  시추에이션 장면 배치에 ‘시나리오’의 순서를 배운 데는 많으나 꼭 영화화나 연극화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더구나 연극화는 바라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영화화하려면 작중인물과 배경이 좀 사치해서 지금 조선의 설비나 배우로는 쑥스럽게 될 근심이 많습니다. 또 각색자나 연출자에 의하겠지만 서투르게 하면 통속문예 영화 밖에 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조선 영화 예술의 수준 향상의 입지로 보면 전혀 무의미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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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소설 작품으로서 쓸 뿐이지 영화화 또는 연극화될 것을 미리부터 가상하지는 않습니다. 후일 혹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그때의 문제입니다. 그때 작자로서 연출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작품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재구성해도 무관하다 ─ 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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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나는 별로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작품을 쓰지는 않습니다. 만일 내 작이 영화로 될 수 있다면 그것을 각색자에게 일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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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층에 대한 작가의 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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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들은 어떤 사회 어떤 층에서 더욱 많이 읽어 주기를 기대하고 쓰십니까. 또는 신문소설의 대중성이란 데 대하여 어떤 용의를 가지고 집필하고 나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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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신문사로서는 가정에서 아버지나 시어머니나 늙은이나 아이나 다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쓰라는 주문이었으나 써 가면서 보니까 역시 청년층 특히 지식층의 독자를 상대로 나가게 됩니다. 대중성이라는 데 대해서도 예술적일 것보다는 흥미 중심이어야 하고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꾸며 다음을 기대하도록 하라는 주문이어서 될 수 있는 대로 그렇게 되도록 명념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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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  조선일보에는 현재 역사물과 농촌물과 현대물의 세 작품이 실리고 있는데 졸작은 그 중 셋째 번에 해당합니다. 이 작품이 많은 독자층이 각각 다를 것이라 생각하여 나는 주로 도회인 오락영화나 구경할 줄 아는 독자를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용어나 작중인물의 취급이나 전체의 구상도 이 점을 많이 고려했습니다. 신문소설의 비결은 가정 내의 부인 독자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 상식이고 또 과거의 성공한 신문 소설가는 모두 이러한 방법을 썼습니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까지 그런 비결에 붙들릴 필요야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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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오  나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읽어 주기를 기대하고 씁니다. 대중성은 물론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내 깐에는 흥미를 끌도록 구성에 노력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다만 한마디 말할 것은 작가는 대중의 취미에 영합하여 그리로 자신을 몰입시킬 것이 아니라 아무쪼록 그들의 취미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을 보다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소설에는 조선 사람의 현실에 맞지 않을 정도로 소위 ‘문화식’ 생활과 감정과 사고가 나오는데 이것도 내깐으로는 우리가 현실을 좀더 그런 방향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 보는 시험인데 혹 너무 동떨어지지나 않았나 염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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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난 주제가 만주 농촌이니만큼 만주 동포들이 읽기를 바라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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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연애관, 결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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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녀의 연애관(또는 결혼관)은 어떠하시며 작가 자체는 현대의 20대 남녀의 연애관은 어떠하며, 또 어떻기를 희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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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남녀의 연애관은 불순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삼각관계를 그런 의미에서 불순하다는 것은 아니나 나는 이번 작품에 연애를 순결히 시종이 여일하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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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창공의 주인공 ‘일마’ 에게는 두어 번 연애를 시키는데 한 번은 국제 연애입니다. 외부의 여러 가지 구속을 넘어서 가급적 자유롭게 결합 되도록 ─ 기호와 열정만이 사랑을 결정하도록 꾸며 보렵니다. 연애는 곧 결혼으로 가도록, 즉 연애나 결혼은 상치되는 것이 아니요, 동일한 방향의 것이요, 다 같이 열정의 성과라는 것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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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오  신문소설이니만치 건강한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단 건강과 소박과는 이의어(異義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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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  난 별로 연애관이라고 해서 내세울 것은 없습니다. 단지 여기 나오는 사나이의 한 사람은 기사라면 수리만 알고 다른 문화 교양엔 무식하다는 정형(定型)을 깨뜨리고 될수록 일상생활에 있어서 취미나 교양이나 예의 작법 등 균형이 잡힌 청년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또 여자의 한 사람은 여자 대학 출신으로 탁아소를 자선사업으로 설계하고 있는데 이런 여성 사업가라면 으레히 우리는 만혼주의자거나 독신주의자, 또는 연애 배격의 도덕가 질박한 로힐(low heel)의 애용자 등을 생각할 수 있으나 나는 이의 취급에 있어서도 될수록 통일된 균형된 여성의 기질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사업과 연애와를 함께 할 수 있는 여자, 여성미를 발휘하면서 교양미를 살릴 수 있는 여자. ─ 그러니까 이런 유의 남녀 청년이 가지는 연애관과 결혼관을 저자인 나는 자연히 따라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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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고심, 독자의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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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이래 독자로부터의 반향과 문예비평가의 의견, 또 집필 시간, 구상의 고심, 문장(더욱이 대화)에 대한 고심 등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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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  더러 있은 모양이나 개의할 건 못되었습니다. 또 집필 시간 등은 일정치 않으나 전날이나 전전날쯤 쓰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날그날 쓰는 것입니다. 구상은 막연히만 생각해 두었다가 세부는 언제나 그때그때에 꾸미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고심은 별로 들어서 발표할 것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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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문장을 자주자주 ‘개행(改行)’해서 언뜻 보는 눈에 지면이 칙칙하지 않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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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평안도 출신이라 사투리가 많이 섞이는 내 문장을 이 기회에 다소 순화시켜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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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삽화 그리는 이에게도 그리기 편하도록 고려할 것. 시사성을 고려할 것. 계절을 맞출 것 등등. 요컨대 이 소설이 신문소설이란 것을 충분히 고려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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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아직 회가 많이 나가지 않았고 필자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비평가의 의견을 듣지 못했고, 독자의 반향도 그렇게 흥성하게 들리지는 않으나 신변의 동무들은 친히 여러 가지 말을 들려줍니다. 집필 시간은 일정치 않으나 대개 학교에서의 틈을 이용합니다. 현재 장편을 두 가지 집필하고 있는 까닭에 창공은 하루 꼭 한 회씩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 될 때에는 서너 시간도 걸리나 빠를 때에는 한 시간 반이면 다섯 매를 탈고합니다. 교수 시간 사이사이에 대개 한 회분을 쓰게 됩니다. 대체로 인물만을 작정해 놓고 전체 스토리는 막연합니다. 나날의 정상(情想)을 나날이 해 가면서 씁니다. 문장은 그다지 고심하지 않습니다. 지문(地文)이나 회화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줄줄 써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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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오  독자로부터 간간이 투서를 받는데 오기정정(誤記訂正)해 주는 것 같은 것은 대단히 고맙게 생각됩니다. 재미 있었던 것은 작중인물과 동명의 여자에게 작중인물에게 보내는 연하장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집필 시간은 1회분 3시간 가량입니다. 문장은 따로 문장론이 되겠기에 접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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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독자로부터 약간 서신이 있었으나 그것은 부분적에 불과하고 나로서는 다소 노력했다 하나 만주의 지식이 박약한데다가 워낙 생소하고 거창한 재료를 창졸간에 취급하자니 자연 무리를 낳게 되고 소화력이 부족했던 줄 압니다. 더욱 구상이 미처 덜 익은 것을 홀홀히 집필한 탓도 있고 해서 시골로 가서 쓰는 중에 “이랬으면” 하는 발견도 하고 선후의 순서를 바꿀 필요도 느꼈으나 이미 시작한 것을 어찌할 수 없어서 그대로 써 나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일후에 이 소설이 단행본으로 될 때에는 가급적 수정하여서 부족한 점을 개칠(改漆)로 나마 채워 보려 합니다. 문장 대화보다도 나는 구상에 쩔쩔 매었습니다. 원체 덩치가 큰 것이라 어리뻥뻥해서 손을 대기가 어려웠습니다. 나는 처음 가보고 만주의 대륙에 놀랐듯이 구상에서도 야차(夜叉)같은 가위를 놀린 것 같았습니다. 하나 그만큼 경험을 얻은 것은 소득인 줄 압니다. 만일 다시 한번 만주를 가보고 제2작품을 쓸 수 있다면 이번의 경험과 새 지식을 버무려서 다소 자신있는 것이 써질 것 같습니다마는 그러나 그것은 여기서 할말이 아니니 그만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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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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