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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艸兄[석초형]! 내가 모든 儀禮[의례]와 형식을 떠나 먼저 붓을 들어 鬪病[투병]의 一端[일단]을 호소함은 얼마나 나의 생활이 고독한가를 형이 짐작하여 줄 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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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艸兄[석초형]! 나는 지금 이 너르다는 천지에 진실로 나 하나만이 남아있는 외로운 넋인 듯하다는 것도 兄[형]은 짐작하리라 石艸兄[석초형],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경주읍에서 佛國寺[불국사]로 가는 도중의 十里許[십리허]에 있는 옛날 新羅[신라]가 번성할 때 神印寺[신인사]의 古趾[고지]에 있는 조그마한 庵子[암자]이다. 마침 접동새가 울고 가면 내 생활도 한층 화려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군이 먼저 편지라도 한 장 하여 주리라고 바래기는 하면서도 兄[형]의 게으름(?)에 가망이 없어 내 먼저 주제 넘게 호소치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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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艸兄[석초형], 혹은 여름에 피서라도 가서 服藥[복약]이라도 하려면 이곳을 오려무나. 생활비가 저렴하고 사람들이 순박한 것이 천년전이나 같은 듯하다. 그리고 답하여라. 나는 삼개월이나 이곳에 있겠고 또 웬만하면 영영 이 산밖을 나지 않고 僧[승]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곧 부럽고 편한 듯하다. 서울은 언제 갔던가? 아뭏든 경주 구경을 한번 더 하여 보려무나. 몇 번이나 詩[시]를 써보려고 애를 썼으나 아직 머리 정리되지 않아 못하였다. 詩篇[시편] 있거든 보내 주기 바라면서 일체의 問候 [문후]는 厥[궐]하며 이만 끝. (七月十日[칠월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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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 : 《曠野[광야]에서 부르리라》(文學世界社[문학세계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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